저는 뒤에서 사람이 미는 방식의 잔디깎이를 16년동안 사용하다가, 2020년에 트랙터식 잔디깎이를 샀습니다. 그 후로 미는 방식의 잔디깎이는 현역에서 벗어나 후보선수로 대기하곤 했지요. 작년처럼 일년에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 해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정원의 좁은 부분들까지 정확하고 깔끔하게 깎아보려고 마음을 먹고 꺼내서 시동을 걸었더니 안 걸리네요. 오래된 휘발유 때문일것으로 짐작하고 연료통에서 휘발유를 빼내고, 기화기에서도 휘발유를 빼냈습니다. 사진의 노란선으로 표시한 부분이 기화기입니다.

밑에서 올려보면 이렇게 생겼지요.

기화기는 소량의 휘발유를 저장한 상태에서, 공기가 흡입될 때 그 흡입 공기중으로 베르누이의 정리를 이용한 압력 차이를 이용해서 저장한 휘발유를 분무하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의 주 목적은 흡입되는 공기량이 많은 순간에는 많은 휘발유를 분사, 공기량이 적으면 적은 휘발유를 분사하는 것입니다.
위 사진에서 기화기 밑에 달린 은색 쇠 탱크가 bowl로서, 그 속에 소량의 휘발유가 저장됩니다. 그 bowl 속에 저장된 휘발유도 오래되면 변질되므로 점화하는 성질이 없어져서 엔진 속에 분무되어도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Bowl은 그 밑에 있는 황동 너트를 풀면 기회기 몸체에서 밑으로 분리됩니다.
황동 너트를 풀 때 그 틈으로 휘발유가 뚝뚝 떨어지므로 뭔가를 받치고 풀어야 합니다. 그렇게 bowl에서 뚝뚝 떨어지는 휘발유를 받으면 이렇습니다.
왼쪽이 bowl에서 떨어진 것을 받은 휘발유, 오른쪽이 잔디깎이 연료탱크에서 빼낸 휘발유입니다. 둘의 변질 정도가 많이 다르네요.

잔디깎이 연료탱크에서 빼낸 휘발유는 통 밑의 콘크리크 골재 모양이 투명하게 비쳐 보입니다.

하지만 bowl에서 빼낸 휘발유는 혼탁해서 밑이 보이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용기 재질은 이쪽이 더 투명한데도 말이죠.

Bowl을 다시 조립한 후 집에 있던 새 휘발유를 넣고 시동을 걸자 한번에 부릉! 하고 걸립니다. 이 잔디깎이는 도통 고장이 나지 않네요.
시동이 걸리는 것을 확인한 후, 연료통을 가득 채우면서 연료계통 청소제인 Sea Foam을 정량보다 약간 많이 부어줬습니다. 혹시 변질된 휘발유로 인해 기회기의 아주 좁은 구멍들이 막히지 않도록요.

이 약품은 미국에서 연료계통 및 엔진오일계통 청소제로 유명한 약품입니다. 이름과 달리 바다에서 나는 물질이 아닙니다. 주 성분은 계면활성 효과가 있는 탄화수소(기름) 입니다. 완전연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연료 중 함량이 정량에 비해 너무 높으면 배기구에서 흰 연기가 나옵니다.
뽑아낸 변질된 휘발유 처분은, 연료탱크에서 빼낸 휘발유는 다시 쓸 수 있을 듯 하여 잔디깎이용 휘발유통에 도로 부었습니다. 기화기 bowl에서 빼낸 휘발유는 혼탁해졌기 때문에 쓰고 남은 석유계 페인트 폐기물을 보관하는 유리 워셔액용 플라스틱 병에 보관했다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재활용/폐기물 수집장에 가져다 줄 생각입니다.
그 전에 현역으로 사용할 때는 STA-BIL 휘발유 보존제를 첨가하면 겨울 5개월 정도 휘발유를 빼지 않은 채로 보관해도 다음 봄에 사용할 때 문제가 없어서 안이해진 탓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