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커가면서 학교를 가고,
학교에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듣고, 말하고, 보고, 배워서 오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부모는 우리들 (아이들) 보다 먼저 죽는다" 라는 사실입니다.
다 커버린 저에게는 당연히 부모보다 내가 먼저 죽으면 불효, 부모가 나보다 먼저 돌아가시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무슨 딴 얘기 하거나 잘 놀거나 하다가 "부모는 나보다 먼저 죽는다" 라는걸 떠올릴 때 마다 눈물을 글썽이는게 참 마음이 아프네요.
이거를 어떻게 잘 설명해서 아이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요? ㅜ.ㅜ
팁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자연사는 하늘이 내리는 징벌이 아닙니다. 그 때까지 자손도 키우고, 이루고 싶은 것도 이뤄야 할 시간표입니다. 장례식은 누가 하늘의 벌을 받아서 돌아가셔서 슬퍼할 것이 아니라, 고인이 어떤 자식들을 키우셨고, 손주들까지 사랑하고 삶의 모범을 보여주셨으며 평소 생업을 열심히 하셔서 부하직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벌어오신 소득으로 부인과 자식들을 행복하게 키우셨습니다, 이 분은 성공적인 삶을 완수하셨습니다 라고 업적을 기리는 자리가 되는 것이고요.
제 처가집이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장례식 분위기였지요. 아이들이 그런 장례식에 가 본다면 사람의 유한한 수명과 자연사가 몹쓸 것은 아니라고 느낄 것 같습니다.
저희 애들도 어릴때는 울고 그랬는데 이제 첫째는 시큰둥. 둘째는 아는척. 막내만 아직 그나마 눈물 글썽이는 척하고 아이패드로 게임해도 되냐고 물어보고ㅋㅋㅋ
종교가 있으면 좀 설명하기 쉬워지기는해요. 먼저 세상에 왔으니 먼저 좋은 곳에 가서 기다린다는 정도로요. 그외는 어찌 설명할지 참 어려운문제네요.
너무 먼 저 끝의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순서와 변화가 자연스럽다는 것을 주변의 것들로 설명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해가 뜨고 지듯, 시간이 되면 각자는 변하기 마련이고, 끼니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잘 때가 되면 잠을 자야 하듯이... 하루에도 때에 맞춰 바뀌는 것과 해야할 것들이 정해져 있다. 그러니, 삶도 시작과 끝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 까지만이 우리가 가르쳐 줄 수 있는 모든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길고 자상하게 얘기해도 슬픔을 덜어줄 수 없겠지만요.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도 알게 됐습니다.
죽음을 과학적 사실로써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나이에는 여전히 은유나 이야기가 어느정도 역할을 하지 싶습니다.
제 멋대로의 영화의 해석일 수 있지만 '기억되는 삶'이 죽음을 넘어서는 힘이 있다는 이야기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나이가 좀 들어서 다시 그런 고민을 하게 되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추천 드립니다.
우주와 별, 별의 탄생과 죽음, 우리가 별의 일부라는 것이 뭔가 다른 깨닳음을 줄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좀 고학년이 되었을 때 주의하셔야할 부분이 19~20세기 철학 쪽에 너무 침잠하지 않도록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이 말씀하셨 던 것처럼 안타까운 일이지만 애정했던 가까운 존재의 죽음을 통해 이별과 추억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정서적으로 죽음에 대하는 법을 배우는데 도움된다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고 신해철님의 '날아라 병아리'가 생각나네요.
아내와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일단 저희 아이들에게 바로 시도해볼 수 있는 일 - 영화 '코코' 관람 - 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나저나 한동안 이 죽음이라는 주제로 부모들을 고민하게 만들더니, 역시 애들인지 요즘은 전혀 슬퍼하거나 하진 않네요 ㅎㅎㅎ 그 새 까먹었나봅니다. 까먹은 김에 구지 어른들이 먼저 얘기를 꺼내지는 않으려고 하고요, 혹시라도 쿨타임 지나고 또 설명하기 힘든 위기가 찾아오면 영화부터 한번 보여주면서 얘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모두 조언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냥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