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올린 공통점에 이어서 이번에는 멕시코와 미국의 차이점에 대해 올려 봅니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라틴 아메리카 국가다 보니 공유하는 것도 많지만 분명 다른 나라다 보니 알고 보면 차이점이 꽤 많습니다.
1. 화폐
멕시코의 공용 화폐는 페소(peso, MXN)입니다. 칸쿤같은 외국인 위주 휴양지, 관광지만 다녀봤거나 단기 출장으로 현지에서 정해준 대로만 다녀 보신 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지만 달러는 보통 바로 사용이 안 돼요. 기본적으로는 페소로 환전해야 하는 거죠. 달러 사용이 자유롭게 되는 곳은 외국인 위주의 휴양지나 관광지, 아니면 미국 접경지대입니다. 기업이 아닌 일반인은 달러 계좌 개설이 불가능한데 미국 국경지대에 한해서는 가능합니다. 물론 그 지역에 산다는 주소 증명이 필요하고요. 공식적인 국경지대는 미국 국경에서 20km 이내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만 사신 분이나 동남아시아에 계신 분들은 페소하면 필리핀 페소만 떠올릴 것 같은데요.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스페인에서 비롯된 단위입니다. 멕시코 외에도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에서도 페소 단위를 쓰고요. 유로 도입 이전 스페인에서 썼던 페세타(peseta)하고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1달러(USD)는 약 17.6페소, 1페소는 약 76원입니다.
1.1 여전히 높은 현금 사용률
멕시코에서는 빈곤 인구 비중이 높은 것도 있고 종종 은행 시스템의 불신까지도 작용해서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현금 사용 비중이 높습니다. 멕시코중앙은행(Banxico, 미국 연준에 해당)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멕시코인의 86%가 현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93%에 비해 많인 줄어든 수치나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사이트에서 결제할 때도 현금 결제를 지원하는데요. 가승인 상태를 걸어놓고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현금을 지불, 지불이 확인되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 보통입니다.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도 아직 그렇게 보편적이지는 않습니다.
2. 언어
미국의 사실상 공용어가 영어라면 멕시코의 사실상 공용어는 스페인어입니다. 출장으로만 방문하셔서 현지인과 직접 대화할 일이 없었거나 칸쿤같은 외국인 위주의 휴양지만 다닌 분이라면 잘 못 느꼈겠으나 일반적으로 영어는 잘 통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기 거주와 같이 제대로 살려고 한다면 스페인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거죠. 조금 서툴더라도 스페인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외국인과 영어나 자기 나라말만 쓰려는 외국인이 있다면 현지인들은 보통 누구에게 더 호감이 갈까요? 동일한 조건이라고 볼 때 당연히 전자겠죠.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멕시코인이 스페인어를 모르는 외국인과 대화하는데 실랑이가 붙거나 할 때 멕시코인은 영어를 분명히 함에도 못 하는 척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부와 북부에서는 드문 현상이지만 남부 지방으로 가면 원주민 공동체가 상당수 있고 이들끼리는 아직도 원주민 언어를 사용합니다. 멕시코의 일부 지명, 인명, 멕시코식 스페인어 일부 단어에도 원주민 언어의 영향이 있고요.
3. 전통 식문화
관점의 차이는 있겠으나 사실 전통 요리랄 것이 거의 없는 미국과는 달리 멕시코만 가도 멕시코만의 요리로 부를 수 있는 것이 꽤 많습니다.
기초 재료로서 보통 옥수수로 만드는 또르띠야(tortilla)가 대표적인 예고요. 이것을 베이스로 여러 요리가 나옵니다. 바건당분들에게도 친숙할 타코(taco)도 마찬가지고요. 미국화가 상당히 된 타코벨식 타코가 아니라 현지식을 드셔보시면 확실히 다르다고 느낄 겁니다. 최대한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크기는 보통 더 작고 또르띠야는 대부분 옥수수 베이스며 또르띠야 자체를 튀기지는 않는 것이 특징인데요. 고수를 못 드시는 분이라면 주의하시고요^^ 그 밖에 또르띠야에 속재료를 넣고 말아서 만든 엔칠라다(enchilada)도 있고요.
옥수수 잎이나 바나나 잎에 속재료를 넣고 쪄서 먹는 요리인 따말(tamal), 옥수수, 각종 야채, 고기가 들어간 일종의 국물 요리인 뽀솔레(pozole)도 있고 음료로 들어가면 전통 술에서 유래된 테킬라(Tequila, 실제 발음은 [떼낄라]에 가깝습니다), 굳이 술까지 아니어도 쌀 베이스에 계피, 우유, 설탕, 바닐라가 들어가는 음료인 오르차타(horchata), 히비스커스차에 해당하는 음료인 아과 하마이까(agua jamaica)도 유명합니다.
4. 정치 체제
대통령 중심제인 것은 미국과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꽤 많습니다. 자세히 보자면 꽤 많지만 몇 가지 보자면 다음과 같은데요.
(1) 6년 단임제: 멕시코 대통령은 중임도, 연임도 불가합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을 단 한 번이라도 했다면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없습니다.
(2) 부통령의 부재: 보통 대통령 다음 서열로 간주하는 부통령이 없습니다. 총리도 별도로 없고요. 굳이 대통령 다음 서열이라고 하자면 내무부(SEGOB, Secretaría de Gobernacion) 장관이 해당하고 대통령의 완전한 부재 시에는 내무부 장관이 임시로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서 2023년 기준 현 정부인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에서는 평일에 대통령이 매일 정례 기자회견을 주재하는데 코로나 확진으로 참석이 불가해지자 내무부 장관이 잠시 기자회견을 주도한 적 있습니다.
내무부는 미국의 국토안보부(DHS) 및 법무부(DOJ)에 해당하고 우리나라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기관입니다.
(3) 완전한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처럼 주별로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개념은 없습니다. 직접적인 투표만 있을 뿐이죠.
(4) 다당제: 사실상 양당제인 미국과 달리 멕시코에는 여러 정당이 존재합니다. 총선이나 대선에서는 여당 연합, 야당 연합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고요. 출마는 연합 이름으로 출마하지만 후보자 자신의 당적은 유지하게 됩니다. 의외로 군소 정당이 난립하지는 않는데요. 정당일반법에 따라 득표율이 3% 미만이면 정당 등록 자격이 상실됩니다.
(5) 이원화된 국방부: 멕시코에는 국방부에 해당하는 기관이 국방부(SEDENA), 해군부(SEMAR)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국방부는 육군 및 공군을 해군부는 해군을 관할합니다. 분리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법령도 육군, 공군 조직법과 해군 조직법이 별개의 법으로 존재합니다.
5. 미터법
멕시코에서도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와 같이 미터법과 섭씨를 씁니다. 야드파운드법과 화씨를 쓰는 미국이 특이한 경우죠.
cm: centímetro[센띠메트로]
m: metro[메뜨로]
km: kilómetro[낄로메뜨로]
kg: kilogramo[낄로그라모] - 줄여서 kilo라고도 써요
lt: litro[리뜨로]
야드파운드법을 스페인어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미국 내 스페인어 방송을 듣다 보면 이런 표현이 나오죠.
in(인치): pulgada[뿔가다]
ft(피트): pie[삐에]
mi(마일): milla[미야], 발음에 따라 [미쟈]로 들릴 수도 있어요
lbs(파운드): libra[리브라]
yd(야드): yarda[야르다]
oz(온스): onza[온사] - 질량 온스, 액량 온스(fluid ounce) 다 가능해요
gal(갤런): galón[갈론]
6. 전화번호 체계
미국과 캐나다는 번호 체계를 공유하지만 멕시코는 조금 다릅니다. 국가 번호(+52)를 제외하고 10자리인 건 같은데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어요.
우선 첫 자리는 주요 지역은 두 자리지만 그 외 지역은 세 자리입니다.
예) 멕시코시티 55, 과달라하라(Guadalajara) 33, 몬테레이(Monterrey) 81
멕시코시티 지역 전화번호를 예로 들자면 55 0000 0000 식으로 되는 거죠.
주변 지역도 포함하기 때문에 꼭 이 시내에 주소지가 없더라도 위 3개 중 하나의 번호를 쓸 수 있어요.
세 자리로 시작하는 예시를 들어 보자면 다음과 같은데요.
예) 칸쿤(Cancun) 998, 메리다(Mérida) 999, 로스카보스(Los Cabos) 624, 티후아나(Tijuana) 664, 시우다드후아레스(Ciudad Juarez) 656, 케레타로(Querétaro) 442
이 경우 전체 번호는 998 000 0000 식으로 표기됩니다.
7. 부가세 포함
멕시코에서 표시되는 물건 가격은 그 자체가 부가세가 이미 포함된 최종 가격입니다. 이 덕분에 미국처럼 표시된 가격 외 세금이 붙어 최종 가격이 더 올라가는 현상은 거의 없습니다. 멕시코를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 스페인어권에서 부가세는 줄여서 IVA[이바](Impuesto al valor agregado, 영어의 VAT에 해당)라고 하는데 멕시코의 경우는 부가세법에 따라 16%입니다.
8. 조금은 더 나은 공공의료
멕시코에서는 직원 고용 시 보험공단 및 연금공단에 해당하는 '멕시코 사회보험청'(IMSS, Instituto Mexicano del Seguro Social)에 직원을 의무로 가입시켜야 합니다. 약자를 그대로 읽어서 '임스'라고 하는데요. 가입자의 경우 전국에 있는 IMSS 병원을 무료 또는 적은 금액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멕시코인의 경우 설령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이용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 금액을 지불하게 되고요.
그런데 개발도상국의 공립병원이 보통 그렇듯 IMSS 병원에도 늘 환자가 넘쳐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종업원의 IMSS 가입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 비율이 적지 않기에 기본적인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명 '비공식 근로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예컨대 멕시코 통계 당국의 고용 통계에 따르면 비공식 근로자 비율이 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다른 얘기인데 약국에서 Consultorio[꼰술또리오]라고 하는 일종의 의료 상담소를 운영하는 점이 특이한데요. 가벼운 병은 이런 곳에서 상담이 가능하고 진찰 후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상담료+약값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상담료는 약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50페소(약 2.8달러)가량입니다. 저도 가벼운 병 났을 때는 종종 이용했습니다.
9. 여전히 높은 수동차 비중
매뉴얼(manual) 또는 스틱이라고 하는 수동차 비중이 거의 없는 미국이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멕시코에서는 여전히 전체 비중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멕시코에 출장이나 여행을 와서 택시나 우버 차량을 타 보신 분들이라면 느껴보셨을 것 같은데요. 일명 깡통이라고 불리는 최하위 옵션의 수요가 꽤 있고요. 멕시코에서 차량 렌트를 한다면 주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TA(Transmisión Automática의 줄임말), Automatic 등의 단어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셔야 곤란한 일을 방지할 수 있어요.
다만 멕시코에서도 가면 갈수록 자동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긴 합니다. 자동차 산업 시장조사기관 '제이토 다이나믹스'(JATO Dynamic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멕시코에서 수동 비중은 54%, 자동 비중은 46%이었는데 자동이 매년 계속 증가하면서 2020년에 자동은 54%로 수동을 넘어서게 됩니다.
10. 낮은 최저임금
2023년 기준 멕시코의 최저임금은 일급 기준 207페소(약 12달러), 1개월 기준 6,210페소(약 353달러)입니다. 정부 관련 기관 발표에 따르면 1개월 기준 평균 임금도 15,000페소(약 850달러)선이고요.
멕시코나 그 아래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나 미국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급여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에서 송금액도 발표할 정도고요. 멕시코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체 멕시코의 송금액(멕시코로 송금된 금액) 총액은 585억달러정도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사람 부르는 비용도 미국에 비해서는 저렴하다는 것이고요. 미국에서는 예전부터 보편적이었고 한국에서도 이제는 상당히 퍼진 셀프 주유소, 셀프 세차장은 멕시코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안전 문제도 있지만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사람이 직접 하는 데로 가면 되기 때문이죠. 위 1번 항목에서 설명한 것처럼 카드 이용률이 낮은 것도 한 몫합니다.
또 예를 들어서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서 부촌으로 알려진 '폴랑코'(Polanco) 지역까지 택시를 탄다고 가정해 봅시다. 거리는 17~18km인데 이용 요금은 세단(최대 4인승) 이용 시 355페소(약 20달러), 밴(최대 7인승) 이용 시 490페소(약 27달러)정도입니다. 교통 체증이 없다면 40~50분 만에 가지만 출퇴근 시간에 잘못 걸리면 2~3시간도 걸릴 수 있죠. 세부 요금은 택시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 공항 택시가 이 정도면 우버 요금은 더 낫다고 보시면 됩니다. 칸쿤의 택시 요금이 유난히 비싸서 그렇지 그 이외 지역은 훨씬 저렴해요.
리쇼어링과 유사한 현상인 기업의 인접국으로의 재배치를 의미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현상도 이런 점으로 인해 멕시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에 상당히 분포한 공단이 있죠.
이상입니다. 또 다른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멕시코의 일반적인 치안 상태를 생각하면 카드 사용이 조금 더 안전할텐데 현찰박치기를 선호하는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팁 문화는 있어요. 다만 미국처럼 15~18%을 강제하는 건 아니고 조금은 더 널널합니다. 카드는 아무 데서나 쓰면 복제 위험이 있는 것도 카드 사용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더라고요.
특히 따말은 의외로 맛있던 기억입니다^^
숙소는 중심가보다는 더 서쪽에 있는 곳으로 잡는 게 좋아요.
멕시코가 세계 계란소비율 1위 (1인당 370개 정도)라고 들어는데...
전통음식 중에 계란이 (많이)들어가는 요리가 있을까요?
멕시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계란을 많이 섭취하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스크램블식으로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프라이를 한 다음에 소스를 얹어서 먹기도 하고요. 또르띠야 위에 달걀을 얹어서 소스나 콩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물가는 기본 식료품하고 서비스 비용은 미국에 비해 저렴한데 공산품은 큰 차이 없거나 더 비싼 경우도 있어요. 외식 물가도 식당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주 낮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역별로 차이도 좀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