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에 냉각팬 고장난 것 수리하고 잘 사용하고 있던 쿠쿠밥솥이 뚜껑을 닫고 잠궈도 잠궈지지가 않는 문제가 발생해서 자가 수리를 해보았습니다. 거의 7년 가까이 사용하니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은데 이번 수리로 그래도 좀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ockdown 중인데 갑자기 밥솥에 문제가 생겨서 상당히 당황스러웠었습니다. 밥솥은 필수인데 지난번 수리할 때 기억으로 LA 쿠쿠 서비스(혹은 플러튼 홈쇼핑)에 수리를 맡기면 1주일정도 걸리는데, 지금 시기가 시기다 보니 어떻게 될지 몰라 난감해하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잠금센서 고장'이란 것을 알게 되어 자가 수리를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증상은 아래 사진처럼 아무리 밥솥을 잠궈도 앞의 이미지에 문이 열려있고, 열쇠 그림도 열려있는 상태여서 밥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림1. 밭솝 잠금장치를 잠궈도 계속 열려있는 것으로 표시
인터넷을 좀더 검색해보니 이런 경우는 잠금센서와 관련된 연결선이 끊어져서 발생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끊겨진 연결선을 확인하고 이어주기 위해서는 밭솥을 열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여기서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들어 좀 고민이 되어 머뭇거리다가 '일단 하다 안되면 수리 맡기자'라고 생각하고 시작해보았습니다.
1. 뒷 커버 제거
(1) 나사 제거
밭솥의 뒤면을 보면 아래 그림처럼 나사가 하나 있는데, 우선 나사를 제거합니다.
그림2. 나사 제거
나사를 제거하고, 뒤 커버를 잡아 당기면 노란색, 흰색 선들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여기에서 끊어진 선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은데 제 경우 커버를 열었을 때는 단순히 선만 보이지 끊어진 것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살짝살짝 아무 선이나 보이는대로 당겨보았는데도 확인이 안되었었습니다.
2. 잠금장치 제거
잠금장치의 윗 커버를 힘으로 당기면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할 수 있으며, 아래 사진에서 처럼 나사가 보이는데 뚜껑을 열기 위해서는 이 나사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림3. 잠금장치 뚜껑의 나사 제거
3. 뚜껑 안쪽 분해
(1) 스테인레스 판 제거
뚜껑 안쪽의 스테인레스는 적혀있는 것 처럼 돌리면 쉽게 열립니다.
그림4. 안쪽 스테인레스 제거
(2) 뚜껑 안쪽 나사 제거
이제 뚜껑 아래에 있는 2개의 나사를 제거합니다.
그림5. 밥솥 뚜껑 안쪽 나사 2개 제거
4. 김 나오는 곳 제거
(1) 플라스틱 커버 제거
우선 아래 검은 커버를 힘으로 당기면 쉽게 떨어져 나옵니다.
그림6. 김 나오는 곳 플라스틱 커버 힘으로 제거
(2) 김 나오는 곳 쇠돌이 제거
김 나오는 곳의 쇠를 제거해야 하는데, 나사 풀듯이 돌려주면 풀려집니다. 저는 잘 모르다 보니 처음에 힘으로 잡아 빼려고했었는데 나중에야 돌려서 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끄럽게도 밥솥이 좀 지저분합니다.)
그림7. 나사 풀듯이 돌려서 제거
(3) 잠금 걸쇄 제거
김 나오는 장치를 제거하고 나면, 그 밑에 고무가 보일 텐데 고무는 그냥 잡아 빼시면 됩니다. 고무를 제거하고 나면 아래 그림과 같은 걸쇄를 보게 되실텐데 일자 드라이버로 힘껏 밖으로 밀어내니 아래와 같이 빠져나왔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넣을 때도 자리 잡아둔 다음 일자 드라이버로 바깥에서 안쪽으로 밀어내서 껴넣었습니다.
그림8. 잠금 걸쇄 제거
5. 뚜껑 열기
이제 기본적인 뚜껑 열기의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뚜껑을 열어야 할 시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었습니다. 우선 힘으로 잡아 당겨봤는데 꿈쩍을 안하더러라구요. 이렇게 몇 번을 힘을 주다가 '맞게 가는 건가?' 하는 제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다 보니 이 시점에서 좀 쉬면서 혹시나 할인하는 밥솥이 있는지 알아보려 인터넷 검색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자신감을 잃어버리니 아내에게 '거의 7년이나 썼는데 이참에 바꿀까?' 하는 의견도 내보았었습니다.
(1) 틈새 벌려 뚜껑 열기
다시 처음부터!
힘으로는 꿈쩍을 하지 않다 보니 일자 드라이버로 아래 틈에 넣어 공간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틈을 내면서 잡아 당겨 보니, 힘을 좀 써야했지만 다행히 뚜껑이 제거되었습니다. 이순간 없어졌던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조금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일자 드라이버로 아래 부터 넣어서 밀면서 위로 올라가며 뚜껑을 열어 주시면 됩니다.
그림9. 틈새 만들어 뚜껑 열기 1
이렇게 힘을 주어 밀고 당기면 아래 사진처럼 틈새가 열리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열려진 뚜껑 중간에 보이는 홈이 뚜껑이 쉽게 열리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림10. 틈새 만들어 뚜껑 열기 2
(2) 뚜껑 제거
그렇게 열리지 않던 뚜껑을 여니 정말 오랜만에 뭔가 모를 벅찬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림11. 뚜껑 제거 완료
6. 선 연결하기
(1) 끊어진 선 찾기
선들을 살펴보시면, 아래 사진처럼 끊어진 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선이 잠금센서와 연결되어 있는 선으로 이것이 끊어짐으로 인해 아무리 닫아도 잠겨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림12. 끊어진 선 확인
(2) 잠금센서 연결선 연결하기
제 경우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에 갖고 싶은 마음에 납땜기(Soldering iron)를 하나 샀었는데, 아내가 '이런 걸 왜 사?'냐고 물어봐서 그냥 필요하다고만 하고 얼버무렸었는데 이제서야 처음으로 사용할 기회가 생겨 '거봐 내가 사는 건 다 쓸모가 있다구'라며 목소리에 힘을 줄 수 있었습니다.(저는 어쩌다 보니 집에 납땜기가 있어서 이를 사용했지만, 사실 일반 가정에 납땜기가 있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 끊어진 두 선을 엮어서 절연 테이프만 붙여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1) 선 연결하기
우선 끊어진 선을 잇기 위해 각 선들의 피복을 조금씩 벗겨준 뒤에 두 선을 이어줍니다. 블프때 납땜기를 사면서 슬쩍 끼워넣었던 Wire Stripper가 있어서 그것도 처음으로 사용해 보았습니다.
2) 납땜하기
납땜기를 사놓긴 했지만 중학교 기술시간 이래로 처음으로 납땜을 해본 것 같습니다. 생각만큼 이쁘게 되질 않은 걸 보니 갑작스레 납땜기를 산다는 남편에 대해 의문을 갖은 아내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13. 끊어진 선 이어주고 그 위에 납땜
2) 절연 테이프(Electrical Tape)로 감아주기
납땜을 한후에 절연 테이프(Electrical Tape)로 연결된 부분을 감아주었습니다.
그림14. 연결한 부분 절연 테이프로 감아주기
7. 뚜껑 조립하기
문제가 되었던 잠금센서 연결선을 이어 주었으니 이제 분해했던 순서의 반대로 조립을 합니다. 그런데 뚜껑을 닫을 때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는데 아래 사진의 흰색 부분과 쇠 부분이 잘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 조립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저 연결부분이 뚜껑 위의 잠금장치와 김 나가는 곳의 쇠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부분이 조립할 때 잘 맞지 않으면 잠금장치로 잠궈도 잘 잠궈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에 다 됐다라는 마음으로 신경쓰지 않고 조립했다가 다시 분해를 했었습니다.
그림15. 연결 부분이 잘 걸려있는 상태로 뚜껑 조립
8. 조립
이제 분해했던 역순으로 조립을 한 뒤에 전원을 연결하고 잠금장치를 닫으면 아래와 같이 잘 잠겨지는 밥솥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림16. 잠금센서 정상동작
이렇게 수리를 마치고 정상 작동하는 밥솥으로 인해 아내에게 '순돌이 아빠' 같다는 칭찬을 받고, 수리비로 지불했어야 했을 금액을 용돈으로 받았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에어프라이어 전기 꼬다리를 아웃렛에서 뽑다가 뿌셔버렸는데요
남편님이 전기선을 10불쯤 주고 사서 납땜 해 고쳐주었습니다.
좀 더 크고 이름난 에어프라이어로 바꾸려던 계획은 산산조각 났지만
그래도 기쁘더군요!
남편이 능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은 기쁜 일이죠!
남편분 멋지시네요. 저도 잘 고치고, DIY도 잘하고 싶어요.
아내가 지금 쓰는 에어프라이어가 좀 작아서 큰 것을 원하는 눈치인데 기존게 망가지지 않아 머뭇머뭇하던 것 같던데 여차하면 제가 전기 꼬다리를 망가트려줘야겠네요.
괜히 건드렸나 싶던 순간들이 좀 있었는데 작동하는 거 보니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와이프가 인터넷 검색해서 고치는 방법 나온대로 하라고 시키셔서 고쳤었습니다.
저는 납땜기가 없어서 그냥 전선을 서로 묶고? 전기테이프로 감았네요 ^^
근데 분해 하면서 느낀건 참 더러운 상태로 밥 해 먹고 살았구나.. 였습니다.
밥솥계의 애플 같은 회사가 나타나서 깔끔하게 청소도 되고 사용성도 더 편한 제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언젠가 밥솥계의 스티브 잡스가 나타나길 기다려봅니다.^^
동일 부위의 선이 끊어져 있었네요 ㅋ
저도 가스로 밥해먹다가, 덕분이 전기로 밥을 해먹을 수 있게 되었슴니다^^
감사합니다
예, 정말 밥솥이 망가지니 순간 망막하더라구요.
맛있는 밥 많이 드세요~~
역시 사둔 툴을 한번 써봐야 나중에 다른 명분으로 또 지를수 있습니다. ㅋㅋ
그리고 맞는 말씀이십니다. Dosimetry 님 식견에 다시 한번 놀라네요. 정말이지 명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제가 산 걸 사용할 때는 나중의 지름을 위해 한마디씩 꼭 보태고 있습니다. ^^
맛있는 밥 되세요~
저도 인터넷이랑 유튜브를 통해 선이 끊어진 걸 알게되었는데, 모델은 다르긴해도 그분들은 쉽게쉽게 하시던데 저는 뚜껑 여는데 한참을 헤맸었습니다.
히까리님도 맛있는 밥 많이드시고 건강하세요~~
밥솥 안이 엄청 지저분해서 깜놀했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