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고 다니지 않아서 그렇지,
나는 집안 사정상 일찍 독립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함께 수반되었다.
하여, 늘 나는 외톨이었다.
변변찮은 직업에, 알바를 전전하며,
오직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만 가지고서
현재의 삶에 임했다.
이번 여름,
나는 지독한 우울을 겪었다.
참 지독한 여름이었다.
'죽고 싶다'가 아니라,
'살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었다.
다니던 병원에도 나가지 않았고,
집에 틀어 박혀 하루, 이틀씩 내리 잠만 잤다.
어떤 때는 일주일씩 집 밖을 안 나간 적도,
가계부 어플에는 담배를 산 기록이 두번 밖에 없고,
어떤 달은 가스비가 1,650원이 찍혀있었다.
그 정도로,
엉망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다.
그저 견디다 보니 폭풍우가 지나간 걸까,
아니면 바뀐 약이 효과가 있는 걸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고, 편지를 썼다.
이제야 본디 내가 사랑하는 내 모습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
사실 변한 건 없다.
일을 쉰 지도 오래됐고,
남은 통장 잔고로는
기껏해야 반년은 버틸 수 있으려나.
이럴 때면 있는 집 애들이 마냥 부러웠다.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적어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테니까.
생계 걱정은 덜 수 있을 테니까.
맥도날드에 가서 새로 나온 프리미엄 버거 외면하며,
매번 먹던 빅맥이나 불고기 버거를 고를 필요는 없을 테니까.
딱,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코인이 더 많은 것 같달까.
안 되면 한 판 더 하지 뭐- 하고.
그게 안 되는 나로써는,
퍽 섭섭하다.
얄궂기도하지, 참.
그래도 다시 정신 차린 김에,
하는 데 까지 좀 더 해보자.
많이도 말고 딱 한 걸음씩만 내딛어 보자.
요즘은 딱 그 정도 마음으로 산단다. 2023/10/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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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돈이 안될텐데..."
달미: "대신... 즐겁지 않을까?"
도산: "6개월 밖에 못 버틴다며"
달미: "6개월 동안 뭐든 해도 된다는 뜻이기도해"
도산: "대책없네"
달미: "뭐... 작정하고 헤매보지 뭐, 지도없는 항해, 기억나?"
- 드라마 <스타트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