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전에 놓친 영화들을 하나씩 보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를 검색해서 이전 영화를 찾아보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만든 감독의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신과 함께’와 ‘암수살인’의 배우 주지훈님을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이 영화도 너무 재미있어서 감독이 어떤 분인지 보니 과거에 너무 재미있게 봤던 ‘이장과 군수’를 만든 분이었다. 그동안 유쾌한 코미디 영화들을 많이 만든 걸 보고, 그가 만든 ‘여선생 VS 여제자’도 보고 싶어졌습니다.
세종이 즉위되던 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탄생한 이야기입니다. 술과 여자에 빠진 형을 제치고 왕이 되어야 했던 충녕(세종)은 무거운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궁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그의 호위무사들은 충녕을 찾으러 가다가 우연히도 똑같이 생긴 노비 덕칠을 발견하고 그를 일단 충녕을 대신하게 하고 진짜 충녕을 찾으러 나갑니다. 귀여운 호위무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아무 일 없도록 하려 하지만 평생을 노비로 살았던 덕칠에게 그 자리는 바늘방석입니다. 유약하고 책만 읽던 충녕은 백성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좋은 임금이 될 기초를 다집니다.
태종이 신하와 아들에게 이단 옆차기를 하고, 궁에 둥근 전등이 달리고, 노비와 아씨가 혼인을 하는 등 과거에 있을 수 없는 일들을 보여주기는 이 영화는 사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게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웃으니 하루 동안 복잡했던 일을 처리하느라 아픈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승차사에서 살인자로, 노비이자 왕으로 변신을 자유자재로 하는 주지훈님의 연기에 늘 놀랍니다. 배우들의 반가운 모습도 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