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있었던 때 나는 학생이었다. 공부만 했던 것도 아닌데 이 사건과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부끄러웠다. 그때 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학교 창 너머에서 최루탄 냄새를 맡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알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 청년이 고문을 받다가 죽었다. 사건을 은폐하려면 할수록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뜨거워진다. 만약 당시에 부검 없이 바로 시신을 화장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 상황들을 맞은 사람들의 양심 있는 대처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정의를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거짓은 진실 앞에 무너지기 마련이라지만 누군가의 양심선언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에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들, 왠지 오늘날의 기자와는 다르게 보인다.(물론 요즘도 양심 보도를 하는 기자들이 없다는 건 아니다.) 워낙 어두웠던 시절이어서 더 돋보이는 것일까? 그때의 일들을 다르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언론이 철저히 통제되던 시기였으니까. 영화를 통해 진실을 알린다는 의미에서 영화의 힘이 무척이나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