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리뷰에서 늘 먼저 찾아보는 글이 정경찬옹 글인데, 오비이락(...)인지 난센급 호위함 침몰사건이 주제가 되었습니다.
2018년 1월 8일 새벽 4시 1분, 노르웨이의 베리게인 인근 헬테 피오르덴에서 노르웨이 해군의 프리드요프 난센급 호위함 KNM 헬게 잉스타트와 11만톤급 유조선 솔라 잉스타트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적인 관제체계가 보급된 이후에도 수로 내에서 군함과 상선, 어선 간의 충돌하는 사건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 해군 역시 2017년에만 세 번의 주요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프리드요프 난센급 호위함의 또 다른 특징은 타국 해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운용인원이다. 동급의 표준 운용 승무원은 120명이며, 임무에 따라 145명까지 증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통상적인 유럽 국가들의 만재배수량 5,000톤대 범용 호위함들이 대부분 200명대의 승무원을 탑승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가까운 규모이다.
그 결과, 프리드요프 난센급 호위함은 2000년대 초반을 기준으로 매우 선진적인 자동화체계를 반영한 전투함이 되었다.
수로에 진입한 헬게 잉스타트의 함교 승무원들은 출항 전 정선상태인 솔라 TS 유조선의 작업등과 항해등을 발견했으나, 배경의 석유산업 시설조명과 겹쳐 있다고 보고 이를 돌출된 고정시설의 조명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교대 승무원에게 상황을 인계한 결과,
수신모드로 작동중인 AIS에는 출항한 솔라 TS 유조선의 정보가 표시되었으나, 승무원들은 당시 수로에서 이동하던 3척의 상선 중 1척을 솔라 TS 유조선으로 잘못 인식하였다. 그 결과, VTS(해상교통관제)가 헬게 잉스타트를 호출해 침로 변경을 요청한 시점에서, 헬게 잉스타트 측은 오히려 고정된 장애물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선회가 어렵다고 답했다. 즉, 접근중인 유조선의 존재를 통보받은 뒤에도 여전히 이를 고정 시설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VTS 센터의 2차 호출을 받은 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회피를 시도했으나, 이 시점에서 두 선박의 거리는 400m까지 좁아졌으므로,
단순히 함정의 지휘자인 함장과 당직장교 등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 후, 사건을 종결하는 것은 조직적으로 가장 간편한 접근법이다.
소수 인원으로 장기 연합훈련을 소화한 당직 장교는 매우 피로도가 높은 상황에서, 조함과 훈련 책임 모두를 동시에 담당해야만 한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독립된 임무였다면 필수적으로 거쳤어야 할 안전절차들을 생략했고, 상황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노르웨이 해군은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88개의 절차 중 53개 절차가 생략되거나, 임의로 진행되거나, 잘못 진행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소수의 승무원으로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아무리 업무를 자동화하더라도 승무원들이 담당하게 될 임무의 종류가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노르웨이 해군은 승무원과 장교들이 복수의 임무에 대한 판단력과 수행능력을 갖추고 그에 대해 인증을 받도록 LMC(Lean Manning Concept)과정을 도입하였다.
스페인의 나반티아와 협력해 자동화 설계를 진행한 노르웨이의 콩스버그는 이 개념이 (원형인 바잔급의 승조원 240명에서)'120명의 승무원으로 감축된 것이 아니라' '80여명의 사관과 160명의 일반 승무원을 120명의 사관으로 대체하는 작업'에 가까웠다고 표현하였다.
LMC를 충족하는 120명 이상의 승무원 확보는 프리드요프 난센급 호위함을 정상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노르웨이 해군의 LMC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 이러한 급격한 감축은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한 예산 감축과 이로 인한 숙련 인원들의 대거 전역, 그리고 국방분야에 대한 국민적 관심 하락과 봉급 및 복지 등의 처우문제로 전문성을 요하는 승무원 지원율이 감소한 결과였다.
국방부는 최소한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자원 기준을 낮췄고, 이 과정에서 입대한 인원들은 LMC의 근간인 복수 임무 전문화를 위한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교육 과정과 훈련절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초급 승무원들의 조기 전역을 가속화시켰다.
결과적으로 2010년대 초-중반 노르웨이 해군은 몇 가지 악순환에 빠졌다. 먼저 필수적인 승무원 수요를 완전히 채우지 못했으므로 소수의 숙련 인원들이 실전(호송, 다국적 연합훈련 등) 임무 수행을 위해 과중한 임무 부하를 감당해야만 했다.
그 결과,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숙련자들의 전역률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비숙련자들에게 보다 빨리 인가를 내어 주게 되었고, 승무원 교육의 상당수를 실제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추가 훈련을 받아 보충하게 했다.
다양한 임무에 숙달된 고급 승무원 120~140여명으로 운용해야 할 프리드요프 난센급 호위함들은 대부분 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승무원 110~130명이 운용하는 전투함이 되었다.
당직 장교의 경우, LMC가 규정한 항해장교 수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교관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사고조사에 참가한 예비역 출신 조사원들은 승무원 인터뷰 이후 사실상 인력구조가 사고를 유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고 증언하였다.
LMC를 충족할 수 있는 고급 승무원 수백 명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전반적 처우 개선이나 해군 임무 벙위의 재조정 등은 해군의 능력 밖에 있었다.
오히려 노르웨이 정부와 국방부는 해군에게 더 많은 역할만을 주문했다. 2017년 이네 에릭센 쇠르에이데 국방장관은 노르웨이군이 보다 많이 항해하고 보다 많이 훈련하고 숙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대 이후 경영이나 경제이론을 도입한 국방예산의 합리화 시도들 역시 이런 문제를 부채질 했다.
노르웨이 난센급 침몰사건은 급격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도리어 대형 전투함정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항국 해군이 반드시 숙지해야할 사고사례이다.
한국 해군도 필연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에 메달리게 될텐데, 그 자동화 시스템도 개량하기 쉽게 만들어야할 필요가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