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R65OR E-CLUTCH(이클러치) 시승 후기입니다.
원래는 사진과 글을 정리해서 장황한 리뷰 형태로 작성하고 싶었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일단 간단히 짧은 소감부터 적어봅니다. :)
1. 기대 이상의 편리함
사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바이크든 자동차든 '운전은 손맛'이라며 조금 번거롭더라도 손발을 타이밍 맞춰 착착 변속하는 그 재미야말로 바이크를 타는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저에게 있어 이클러치는 고유의 재미를 앗아간 기술일 뿐이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퀵시프트도 그닥 좋아하지 않았죠. 의심의 눈초리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첫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1단을 넣고 출발하면서 "어?" 보다는 "오!" 하는 감탄이 자동으로 나왔습니다. 클러치를 잡고 1단을 넣고 부드럽게 클러치를 떼며 스로틀을 조작하는 과정이 생략되니 출발이 무진장 편하고 산뜻해졌습니다. 이렇게 편한데, 클러치와 스로틀을 미세하게 컨트롤하는데서 오는 재미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나 싶어지더군요. 스스로의 신념이 짧은 순간에 바로 무너졌습니다.
매뉴얼에서 클러치 조작만 덜어냈을 뿐인데, 거기서 오는 편안함과 안심감이 무지 큽니다. 그렇다고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처럼 마냥 편하기만 한 건 또 아닙니다. 변속의 주도권은 여전히 라이더에게 있으니 재미는 그대로죠.
초보자에게만 유용한 기능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경험해보면 수동에 익숙한, 수동만 질리도록 탄 사람들에게 그 친절함이 오히려 크게 다가올 듯합니다. 바이크를 타며 느끼던 소소한 번거로움들이 말끔하게 사라지니까요. 특히 저처럼 신장 160대의 단신 라이더라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정차 및 재출발 과정에서 까치발로 착지하며 기어 조작을 해야 하는 조건이라면, 이클러치는 꽤나 큰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이클러치는 요즘 같은 겨울철에 특히 더 유용합니다. 두꺼운 윈터 글러브를 끼면 클러치와 스로틀 조작이 꽤 불편해지고, 조작의 직결감도 떨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불편함이 조작 미스를 유발하고,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훨씬 위험하거든요. 게다가 추운 날씨에 몸까지 굳어버리니 라이딩을 하며 온몸으로 전달되는 다양한 신호와 정보를 감지하는 것도, 여기에 반응하는 것도 더뎌집니다.
이클러치는 겨울철에 특히 높아지는 다양한 위험 상황들을 방지하는 역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러치 조작 미스를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으니 위험 요소가 훨씬 줄어든,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겨울철의 미끄러운 노면에서 안정적인 트랙션 성능을 이끌어내는 HSTC(Honda Selectable Traction Control) 기능이 있으니 좀 더 안심하고 주행할 수 있습니다.
3. 최초의 기술이면서, 이미 높은 수준으로 숙성된 기술
일반적으로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술은 약간씩의 아쉬운 부분들을 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타 제조사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 출시하게 되는 경우, 다양한 사용자 환경을 고려한 검증이 부족해 출시 이후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취약점이 드러나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조금씩의 부족함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클러치는 그런 부족함이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세계 최초' 클러치 자동제어 시스템'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지닌 기술이라는 점이 개인적으로 놀라웠습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부자연스럽다거나, 라이더의 의도와 다르게 작동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미묘하게 반클러치를 유지하는 과정이 부자연스러웠다면, 무의식 중에 클러치를 잡았을 때 이클러치에서 수동으로 조작 변환이 매끄럽지 못하다면, 언덕길이나 자갈길 등 더 민감한 클러치 미트가 필요할 때 그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거칠게 작동한다면 등등... 라이더가 클러치 조작을 바이크에게 맡겼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들까지 철저하게 계산하고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얼핏 생각하기로는 모터 액추에이터만 추가했을 뿐인 단순한 기술이지만, 완성도가 무진장 높다는 점이 혼다다웠달까요.
한겨울에 하루 동안 500km 정도를 달렸으니 꽤 많은 거리를 달린 셈인데,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즐거운 시승이었습니다. 지금 바이크는 절대 팔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타보고 잠깐 마음이 흔들릴 뻔했어요. 비자금을 열심히 모아 이 녀석을 세컨으로 들여야겠다 다짐하게 된 시승이었습니다. ㅋ

물량이 생각보다 많다고 들었는데요. ㅠㅠ
얼른 받으셔서 즐겁게 타시게 되길 응원합니다. :)
네, 특히 정차가 잦은 도심에서 탈 때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들어 만족도가 높을 듯합니다.
너무 부럽습니다. 겨울철 잘 보내시고 봄부터 새 바이크와 함께 즐거운 라이딩 하세요. :)
예전 사람들이 운전은 손맛이다 하면서 자동차 오토 나올 때 연비니 뭐니 하면서 엄청 안될 것처럼 얘기했었는데 이제 자동차의 기본이 자동 변속인 것처럼 오토바이도 자동 변속기가 기본이 될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전기 바이크가 현재 바이크 시장을 본격적으로 선점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면 자연스럽게 전기바이크 중심으로 오토매틱이 자리잡힐 듯하고, 내연기관 바이크는 끝까지 매뉴얼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매뉴얼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능들의 보급율이 더 높아지기는 할테고요. 오토매틱이 자동차처럼 완전히 기본화 되려면, 결국 제조사가 dct 같은 오토매틱을 저배기량까지 보급화할 정도의 의지가 있어야 할 텐데, 생산 단가나 공정 등을 생각하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요. ㅎㅎ
바이크 오토매틱화의 실현이 불투명해보이기는 해도, 이클러치나 ASA 같은 기능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
혼다가 이클러치를 상품화하면서 타겟팅한 대상에 딱 부합하실 것 같습니다. ㅎㅎ
언젠가 타보시게 되길 기원합니다. :)
글쎄요. 진동에 대한 기준과 관점이야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바이크에서 진동은 숙명적인 부분임을 감안한다면,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진동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4기통 미들급 중에서는 진동이 꽤 잘 억제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옛날에 r6, s750 등을 탔을 때와 비교해도 이게 더 매끄러웠던 것 같은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