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당에 적었던 글이긴 한데, 정작 이곳에는 글을 적지 않았었네요. 굴당에 작성했던 글을 살짝 수정해 적어봅니다)
한국인에게는 무척 생소한 여행지, 하지만 라이더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지도 모를, '맨섬(Isle of man)'에 다녀왔습니다.
정보를 검색해봐도 한국인 여행 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여행지로서는 생소한 곳이지만, 이륜차당 분들에게는 어쩌면 익숙한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모터사이클 레이스인 'Isle of man TT' 레이스가 열리는 곳, 덕분에 모터사이클 라이더와 모터스포츠 팬들의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거든요. 과거 90년대 오락실을 경험해본 분들이라면 오토바이 모형에 올라타서 즐기는 2인 대전 게임 <MANX TT Superbike>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곳을 달려본 경험도 있을 겁니다.
어릴 때부터 소망하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을 직접 달려보는 것이었는데, 올해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에 다녀오게 되면서 약간의 용기를 보태 이곳을 다녀오게 됐네요. '여기까지 온 김에 조금만 더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즉석에서, 다소 무모하게 가게 된 여행. 더군다나 한국인의 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다녀왔습니다. 대다수의 여행지가 그렇듯 막상 가보게 되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긴 했지만 말이죠. 영국 히스로에서 1시간 40분 정도를 비행해 도착한 외딴 섬에서의 2박 3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모든 순간들이 특별했던 꿈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맨섬에서의 일정 중 가장 황홀했던 것은 역시 TT 코스 드라이브였습니다. 평상시에는 일반 도로로 사용되는 TT레이스 코스를 기아 피칸토(모닝)를 타고 달려보았습니다. 우핸들에 수동 모델이었지만, 일본 도로를 달려본 경험이 여럿 있었던 데다, 직전에 영국에서도 운전을 하고 왔던 지라 적응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바이크를 렌트해 달려보고 싶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2-3일 전에 바이크 렌탈샵에 문의라도 했어야 하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극단적인 P 성향 때문에 렌트에 실패하게 됐네요. 뼈아픈 실책이었습니다. 혹시 몰라 가져간 글러브가 무용지물이 되었더군요. ㅠ
첫 날, 공항에 내리자마자 비바람, 안개가 심해 제대로 된 관광이나 촬영이 어려웠습니다. 박물관을 비롯한 대다수 시설도 모두 문을 닫을 시간대였죠. 딱히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TT레이스의 전설 '조이 던롭(Joey Dunlop)'의 추모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무모하고 위험한 TT레이스를 무려 26회나 우승한 전설적 인물이죠. 2000년 에스토니아 대회에서 충돌사고로 사망한 그를 기리기 위한 추모상이 이곳에 세워졌습니다.
당일에는 안개가 심해 도로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던롭이 내려다보는 도로는 좌우로 넓은 들판이 펼쳐진 언덕을 빠르게 내달리는 완만한 고속코너입니다. 아마도 TT레이스 영상을 챙겨본 분들이라면 던롭이 내려다보는 이 코스가 꽤 익숙하게 느껴질 겁니다. 바이크에 올라 이 코너를 달리는 라이더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던롭 조각상과 추모비는 뭐랄까, 꿈에 그리던 이곳을 드디어 와봤다는 감동과 겹쳐지며 울컥하는 감정을 올라오게 만들 정도의 경건함을 느끼게 만들더군요.
아, 이번 영국 여행에서는 바이크 레이스의 전설을 모두 만나고 왔습니다. 굿우드에서 만난 지아코모 아고스티니, 프레디 스펜서, 케니 로버츠 주니어, 웨인 레이니, 믹 두한, 바냐이아. 그리고 맨섭에서 조이 던롭까지 말이죠.
이틀 째에는 날이 거짓말처럼 갠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산뜻한 기분으로 TT 코스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권에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곳이라 많은 이들이 드라이브나 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드라이브 하는 내내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황홀할 지경이더군요.
아직 사진을 모두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만난 조이 던롭 추모상 사진과 자동차 사진을 우선 몇 장 올려봅니다.










진짜 강추드립니다. 바이크로 달리기 너무 좋은 코스입니다. ^^
에이스카페 , 맨섬 늘 마음속에 로망이 있는 장소입니다.
언젠가 그 로망 이루시는 날이 오길 응원하겠습니다.
저도 아쉬워서 꼭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
TT는 언제 봐도 저런 길을 어떻게 저렇게 달릴까 싶은...
코스 주행 중에 마주치는 수퍼스포츠 바이크들 보면 꽤 살벌하게 달리더라고요.
그 라이더들 수준도 대회 때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일텐데, 실제 레이스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싶었습니다. ㅎ
감사합니다. 마침 닉네임도 '조이'이시군요. ㅎㅎ
그쵸. 게임 자주 하던 분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ㅎㅎㅎ
경기 전에는 갈 수도, 나오기도 힘들다고 한 기억이 나네요..
맞습니다.
경기 전후 방문하는 일정으로는 몇 달 전부터 숙소나 교통편이 거의 매진이라고 하더군요.
바이크 타고 갈 수 있을까요?
네, 저는 비행기로 입국했지만, 리버풀에서 출발하는 배편이 있습니다.
저도 바이크 싣고 들어가는 라이더들을 보고 싶어서 배로 가볼까도 고민했지만,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시간을 최대한 아끼고자 비행기로 들어가게 됐네요. ㅠ
그쵸. :)
저도 가끔씩 영상을 챙겨보곤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달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