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어제 올린 글입니다. 오늘도 출근인데 도저히 안장 생각에 잠이 안와서 Chatgpt한테 긴 시간을 상담했습니다.
중요한건 현장이 보존되어 있는 틈에 경찰서에서 확인하고 기록할 것이라는 조언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얘내들 아침에 학교간다고 자전거 다 사라지니 그 전에 신고해야하겠다는 판단.
새벽 4시에 집에서 5분거리인 중앙경찰서로 가서 상담했습니다.
경찰들을 보내줄테니 현장에서 확인하라고 하더군요.
집에 돌아와서 10분 정도 기다리니 경찰관 둘이 도착하여 상황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나 : 이 자전거가 제거고 원래 안장이 이게 아니고 저 자전거에 박혀있는게 제 안장입니다. 멋대로 바꿔놨어요.
경찰 : 음, 무슨 근거로 저 안장이 당신건지 확신함?
나 : ? 내거니까 알죠.
경찰 : 그건 그렇겠지만 그건 증언일 뿐이고, 실제로 그런지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있나? 안장에 이름이라도 적어뒀나?
나 : 누가 안장에 이름을 적어둡니까. 그리고 여기 사진 있잖아요. (제품 원래 구매했던 페이지, 그리고 내가 구매 당시에 찍은 사진 보여줌)
경찰 : 물론 그 사진만 보면 이게 그거라는건 안다. 다만 100%는 아니다. 저 자전거 주인이 "내 안장도 원래 이거다"라고 주장하면 반론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는거다. 여기는 CCTV도 없다.
나 : 그런건 없어요. 근데 사진보면 명확한데, 애초에 안장 색 자체가 틀리잖아요.
경찰 : 심증으로는 그게 가능하지만 물적인 증거가 되기엔 어렵다.
나 : 그럼 나는 실제적으로 자전거 안장이 멋대로 사라졌고, 누가한테 짐작조차 가는 상황인데 나한테 증거가 없으니 그냥 다물고 살아라?
(이 때 화가 좀 많이 남.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고 쳐도 왜 자꾸 말하는데 말을 끊고 자기 말을 하는지. 요약이기 때문에 따로 적진 않았으나 뭐 말만하면 말을 끊고 자기 할말을함.)
경찰 : 그럼 그 짐작하는 사람이 저기 아랫집이라고요? 확실해요? 이거 자전거 조회도 안되는데. 가서 물어봐도 되죠?
나 : ㅇㅇ 근데 거기 한 대여섯명 있으니까 전 집에 있겠음. 끝나면 오세요. (근데 이러면 바로 나 특정되지 않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
한 10분 기다리니까 경찰이 올라오더라구요.
경찰 : 네 말이 맞았다. 너 아랫집 네팔인이 범인임. 자백받음. 고멘나사이라고 하는데 어쩔래? 사과받을래? 아니면 뭐 수사들어가?
나 : 뭐 흐름이 어떻게 되는거에요?
경찰 : 그냥 여기서 사과받고, 안장 돌려받고 끝내던지, 정식으로 수사 들어가서 처벌하던지 네 선택.
나 : 아니, 대면하기는 싫어서요. 걍 처벌해주세요.
(출근해야하는데 날밤까고 새벽부터 경찰서 갔다오고 스트레스 쌓인 상태에, 평소 소음공해와 주륜장에서 자기거 주차한다고 내 자전거 위치 바꿔놓는 행위 때문에 벼르고 있었기에 바로 처벌 요청함)
경찰 : 음... 알겠음
하고 다시 나가고 10분쯤 뒤에 다시 오더군요.
경찰 : 일단 바로 사과하기도 하고, 방치자전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말하는걸 들어보니 큰 나쁜 마음은 없던것 같은데 정말 정식수사 드갈래?
(아니 방치자전거든 뭐든간에 자기거 아닌걸 가져가면 나쁜 마음이지)
나 : 평소에도 엄청 시끄럽고 민폐에요. 처벌할거에요.
경찰 : 일단 수사 들어가면 히가이토도케 쓰러 나오고 이것저것 시간 많이 쓰는데 괜찮아?
(여기서 좀 많이 고민이 되더라구요. 일단 곧 출근을 해야할 상황이며, 기록이 남아 입관심사 불이익 받아서 떨어지고 망연자실해서 나 죽이러오면? 하는 걱정도 생기고. 그래서 경찰과 좀 10분정도 진득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나 : 하.... 걍 이대로 끝낼게요. 대신에 조건이 있습니다. 내 자전거 멋대로 위치 바꾸지 말고, 건들지 말고, 그리고 영통한다고 밖에 처나와서 떠들지 말고 등등등등
경찰 : 음, 사실 4가구 밖에 없는 아파트고 자전거라고 해봐야 너희집 하고 걔내꺼 밖에 없어서 누군지는 이미 알거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은데, 素直한 어린 친구들이야, 그 쪽도 사과하고 싶다고 하고. 직접 얘기해볼래?
나 : 하... 그러죠.
(자전거가 많든 적든 바로 우리집 오면 세상사람들 다 누가 신고한지 알겠다, 무슨 일처리를 이따우로 하나? 하고 좀 자포자기 상태로 나감)
나가니까 자전거 안장 하나 때문에 죄다 나와서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텐데 뭔 다섯명이 맨발로 나와서 고개박고 고멘나사이 고멘나사이 하더라고요. 근데 왜 맨발로 나옴?
나 : 나도 외국인이라 일본에서 산다는게 뭔 느낌인지 아는데, 남에 물건 건들면 안되죠. 그리고 내 자전거도 맘대로 옮기지 마세요.
경찰 : 너네들 이거 용서 안받았으면 네팔로 퇴거야. 알아? 여기선 이런짓 하면 안돼. 인생이 바뀐다니까? 학교도 쿠비야. すぐ네팔 고 홈. 오케이?
(경찰이 그걸 결정할건 아니지만, 일부러 좀 쎄게 말하는것 같더군요)
어눌한 일본어로 이것저것 사과하는데 제 말을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경찰 쪽에 기록 자체는 남는다고 하고, 현장에서의 화해가 범죄 사실이 사라지는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히가이토도케를 낼 수는 있다고 하니 일단은 무기로서 가지고 있으려고요.
곧 출근이라 다시 잘수도 없고 썰이나 풀어봅니다...
귀찮으니 여기서 무마하라고 압박하는거 같은데…
그리고 그게 경찰 메뉴얼인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당사자들끼리 합의보고 사건화하는 것은 줄여보고 싶다는 심보가 見え見え네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준법정신에서도 차이가 꽤 크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모두 용서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네팔에서 일본까지 오기까지 정말 많은 난관을 겪었을 것이고
만약 추방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거의 나락으로 간다고 봤을때 자전거 안장을 바꾼 댓가로는 너무 크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경찰도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러니 조금은 여유가 있을 글쓴 분이 온정을 베풀었다고 생각하면 조금 낫지 않을까요?
저도 이쪽에 한표..
사건화하기 귀찮아서 합의보라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도 없고
가해자를 바로 찾았으며, 딱히 반항의 여지도 없이 바로 인정 후 사과,선처를 바란다고 가해자가 얘기했으니 경찰에서도 굳이 사건화까지? 라고 생각해서 한번 얘기하러 온게 아닐까요. 이런 케이스에선 한국에서 한국인들끼리도 많이 그랬는걸요
만약 가해자가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과격한 언행등을 했다면 얘기가 또 달라졌겠죠
치안유지가 몽둥이만으로 해결 되는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다만 현행범 기준에도 해당이 안되고 영장도 없는 임의수사 수준에서 '순순히 불 정도'로 어처구니 없이 순진해 보여서 봐 준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두 명이나 한 두 사건 정도로 xx 나라 사람들은 다 그렇다거나, 쟤네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나 선입견은 이해는 하는데, 대개 보면 상식이 다른 거나, 그 나라/인종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렇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진짜 싸가지 없거나 무법한 애들도 있는데, 저만해도 회사는 외국계만 다니고 해외 생활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이제 10년이 넘어 가지만 아직도 놀랠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 사건으로 해꼬지라도 한다면 모르겠는데 무탈히 수습 됐다면 잘 정리된게 아닐까 싶네요.
나쁘게 말하면 사건 접수 귀찮아서 그냥 좋게좋게 가자 이런 느낌이긴 한데, 좋게말하면 인간적으로 나름 중재해준거 같습니다. 마지막에 한 마디해서 나름 재발 방지?도 시켜준 것 같고.. 아무튼 고생 하셨습니다.
요즘 분위기라면 나쁜 외국인으로 낙인 찍어버리고 바로 추방 절차라도 밟을줄 알았는데 오히려 경찰 쪽에서 네팔측 외국인을 좀 변호해주는 분위기라서요
양측다 어느정도 선에서 만족시키는 일처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경찰 부르기 전에 이 도둑놈 자전거는 원래 기종이 뭔데 원래 안장은 이거다
이게 바뀐 건데 공교롭게도 내 거랑 진짜 똑같다
내 건 판매페이지 보다시피 내 거 그대로 사진찍은거다
이 정도는 준비해야 경찰도 끄덕일 수 있는 원만한 상황일 거 같아요. 내 자전거 사진만으론 같은 디자인의 교체 안장이 있는 거 아닌가 모르는 경찰관 입장에선 그들이 인정하지 않을 때 누를 물증이 부족했던 아슬한 상황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