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집 한 채를 날려먹을뻔하고 아직 살짝 정신줄을 놓고 있습니다.
다행히 집은 무사하고, 왠지 집 한채값을 아낀 것 같아서 돈 번(?)기분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오후4시쯤 아내에게 메세지가 옵니다.
-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 났으니까 CCTV 확인좀 해줘요.
아내는 안방 옆에 다른방에서 일을 보고 있었는데 안방에서 큰소리가 나더랍니다.
안방에 개가 있어서 CCTV를 달아놨는데 녹화된거 돌려보니 과연 뭔가 소리가 수십초동안 나다가 멈추네요.
폭주족 오토바이 소리같기도 하고 무슨 나무 부러지는 소리같기도 하고 애매합니다.
소리가 컸기때문에 예삿일은 아닌거 같은데, 아내도 소리듣고 방에 달려왔지만 개가 좀 놀란거 빼곤 특이사항은 없더랍니다.
- 일단 별거 없으면 돌아가서 다시 확인해볼께요. 이상.
오후에 일이 바빠서 카메라에 정신팔 여유는 없던지라 일 끝나자 마자 곧장 달려와서 방을 살펴봅니다.
첨엔 집이 오래돼서 방 어디에 기둥 나무라도 부러진줄 알았습니다.
근데 방을 보니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네요.
아내에게 어떤소리였냐고 다시 물어보니 뭔가 두드리는 소리같기도 하고 딱히 이거다 라고 특정할만한 소리가 아니랍니다.
다시 영상을 돌려봅니다. 역시나 특정하기 애매한 소리가 납니다.
CCTV 마이크가 구린것도 한 몫 했지만요.
다시 한 번 돌려보는데 소리가 나면서 첨에 뭔가 순간 번쩍 합니다.
응? 번쩍? 낮인데?
소리에만 집중하느라 영상을 대충봤는데 번쩍이라뇨.
한쪽 벽면에 에어컨을 살펴봅니다. 이렇다할 특이사항이 없습니다.
리모컨을 눌러보니 전원이 안들어가네요. 전원선을 따라가봅니다.
집이 오래돼서 벽 왼쪽엔 에어컨이 있고 오른쪽엔 천장에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150cm x 50cm x 50cm 정도 되는 크기의 수납공간이라 안에는 잘 안꺼내는 것들을 넣어두곤 합니다.
전자제품 빈박스라던가 결혼때 입었던 아내 한복상자라던가, 사진 앨범들 등등.
이 수납공간 오른쪽 맨 끝에 천장에서 내려오는 콘센트가 하나 나와있습니다.
에어컨 전원선이 수납공간 왼쪽 벽 구멍을 뚫고 들어와 이 콘센트에 연결되어 있는데 선이 짧아서 중간에 연장선으로 다시 한 번 연결되어 있구요.
처음 이 집에 왔을때부터 있었던거라 왜 이딴식으로 선을 빼놨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까지 쓰던거니 별 생각없이 계속 그동안 에어컨은 잘 썼습니다.
설마…
수납공간 미닫이 문을 열어보니 매캐한 특유의 전선타는 냄새가 납니다.
빈박스들 하나하나 꺼내는데 안쪽 박스들에서 점점 검댕이가 묻어나옵니다.
마지막 한복박스를 꺼내보니 박스 안쪽면이 완전히 검게 그을려 있네요.
마침내 드러난 곳엔 연장선 뭉치가 까맣게 타들어간채로 있습니다.

콘센트에서 분리해 꺼내보니 이렇게 되어있네요.

확대한 사진입니다.
전선이 완전히 타버려서 끊겨있습니다.
영상에서 번쩍했던건 아마 스파크가 튀는 순간이었나봅니다.
소리났던 시간을 체크해보니 25초 정도였습니다.
그시간동안 스파크 튀기며 열심히 타고 있었던거죠.
근데 이게 왜 불이나지? 의문이 생깁니다.
연장선 규격을 확인해봅니다.

125V 7A…
뭐, 그럴 수 있습니다. 옛날 집이고 옛날엔 이렇게 썼을수도 있죠.
그럼 이번엔 에어컨 전원선 규격을 확인해 봅니다.

네, 15A짜리네요.
에어컨 출력도 확인해보니 대충 8-900W 사이입니다.
에어컨 각자가 07년식이니까 16년동안 연장선이 어찌어찌 그동안 한계 넘는 출력을 잘 버텨줬나봅니다.
전선 스펙만 보면 언제 불이나도 그동안 전혀 이상할게 없던 상태였던거죠.
연장선이 돌돌 말려있는데 자세히 보니 중간에 묶어논게 케이블타이가 아닙니다.
중간에 철심이 들어가고 피복이 되어있는 재질의 선으로 묶어놨네요.
보통 전자제품 사서 까보면 전원선 묶어놓는 그 선입니다.
합선 된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에어컨을 틀면 선이 과열되어 피복 재질에 열변성이 조금씩 생긴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게 축적되다보니 피복재질 물성이 변하면서 결국엔 절연이 깨진거 같네요.
거기다가 선을 묶어논 재질에 철심이 들어있다보니 열 받아 물렁해진 전선 피복에 조금씩 철심이 파고든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25초동안이나 계속된 스파크의 원인도 연장선이 돌돌 말려있어서 한군데가 끊어져도 말려있는 배선을 태우며 또 스파크가 튀었겠구요.
사진상에서만 보면 선이 세군데가 날아가버렸네요.

연장선이 돌돌 말려있던 수납공간 안쪽 합판 사진입니다.
스파크가 튀었던곳은 완전히 숯이 되어버렸습니다.
연장선 앞에 한복상자가 있었는데 안에 들어있던 한복은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근데 또 의문이 생깁니다.
이정도의 상태인데 왜 여기서 멈췄을까…
숯이 될 정도면 이상태에서 불이 나도 이상할게 전혀 없었거든요.
게다가 주위엔 온통 종이박스들 천지라 한 번 시작했으면 집 날려버리는건 당연한 수순이구요.
집에 온게 6시정도였으니까 그 2시간이면 집 한 채 해먹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죠.
근데 스파크 튀면서 숯검댕만 만들고 멈췄더란 말이죠.
벽면 콘센트에 테스터 찍어보니 전원도 아직 살아있더란 말이죠.
웃긴건, 지난 한 달이상 에어컨은 전원 넣은적이 없단거죠.
등유스토브 개시한 뒤부터는 에어컨은 일체 사용 안했으니까요.
물론 전원선에 통전은 된 상태이긴 했지만 왜 갑자기 오늘일까 싶습니다.
하늘이 도왔다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한켠으로는 아싸, 집 한 채값 벌었다 싶기도 하구요.
전원단자함을 둘러봤는데 브레이커 떨어진게 안보입니다.
25초동안 신나게 타들어갔는데 왜 버티고 있던거냐 싶기도 하구요.
조만간 전기업자 불러서 천장에서 내려온 그 의문의 콘센트부터 점검해볼 생각입니다.
어디서 선을 따왔길래 개기고 있던건지 말이죠.
그리고 전 집주인은 전기 지식이 전무했던 것 같습니다.
그거 돈 얼마나 아낀다고 7A짜리를 사서 달아놓는건지…
거기에 의심없이 사용했던 제 잘못도 큽니다.
아직 현실감각이 덜 돌아온거 같지만 왠지 오늘 밤 꿈엔 전기 관련된 악몽을 꾸지 않을까 싶네요.
전기를 많이 쓰는 계절이니 저를 참고하셔서 다시 한 번 집안의 전선들 점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큰일날뻔했네요
오래도록 버틴게 정말 대단합니다.
진짜 운이 좋으셨네요..다행입니다
와트니 암페어니 이런거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일나실뻔 했네요.. ㅎㄷㄷ
전기관련은 조심 또 조심이네요 진짜
전력 소모가 많은 제품들(에어컨, 난방기구, 냉장고등)은 연장선 사용이 많이 위험하지요.
근데 이번경우는 그것도 그렇지만 매립되어 있는 벽체선도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한번 전기업자 불러서 점검 받아볼 필요 있어 보입니다.
근데 댓글쓰신거보면 이런거도 위험할까요?
전 이거에 전자렌지랑 전기주전자 연결해서 쓰거든요
콘센트가 125V 10A라고 써있고
전자렌지를 돌리면서 동시에 전기주전자를 돌렸을때 각각 최대 W합이 1500W라 가정하고
최대 피크에서 흐르는 전류가 대략 15A로 가정하면 이런경우는 멀티탭 전류허용범위 초과겠죠?
실제로는 1500W로 가정해도 15A가 흐르는경우는 드물어서 10A짜리를 써도 괜찮을수있지만
전선이나 기자재의 저항이 크면 열이발생하고 데미지가 누적되서 쓰다보면 언젠가 문제가 생기겠죠..
곡두님께서도 본문에 잘 써주셨지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연장선은 길다고 말아서 결속해놓으면 전열기구나 에어컨 같은거 물려서 쓸 때 중첩된 곳에 열이 나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청소기 같은 것도 코드 다 뽑아서 쓰라는 것도 비슷한 거죠.
건조해지는 겨울 불조심하세요!
다시금 전기의 위험함을 느낍니다. ㅠㅠ
전선을 말아놓고 쓰면 안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선의 절연체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전선을 말아놓으면 전선의 절연체가 겹쳐지면서 마찰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절연체가 벗겨지거나 손상될 수 있습니다. 절연체가 손상되면 전선이 단락되거나 누전될 위험이 있습니다.
. 전선의 인장강도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전선을 말아놓으면 전선의 인장강도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전선의 인장강도가 약해지면 전선이 끊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 전선의 단락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전선을 말아놓으면 전선의 단락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전선을 말아놓으면 전선의 단면적이 줄어들게 됩니다. 단면적이 줄어들면 전류가 흐르는 부위가 좁아져서 단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거기에 묶어둔 타이 역할을 한 친구도 나빴나보군요...
근데 연장선이 7A짜리라 말씀처럼 전류량이 브레이커 떨어질정도로는 안올라가서 단지 발열체 역할만 한건가 싶기도 하구요.
220V는 정말로 축복이죠. 사고나면 더 크게 나지만 일반적인 가정집에서는 너무나 편리합니다.
과거엔 아마도 지금처럼 전기제품 많이 쓸지 몰랐겠죠. 배선 규격도 이번에 모두 다시 확인 후 부족한게 보이면 모두 교체도 생각중입니다.
그정도로 끝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읽는 내내 심장쫄깃.
저도 독채 살아 남일같지 않네요. 정말 조심해야 할 거 같아요.
아내도 그렇지만 조심하셔야 할게 고데기 드라이기 다리미 종류이니 열나는 제품들 위주로만 조심하시면 문제 없으실겁니다.
아내는 정말 철저하게 죄다 뽑아버리더라구요.
집도 가족분들도 모두가 무사하셔서~! 복권 사셔야 할 듯???
숯검댕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열심히 떨치려 노력중입니다.
타코아시가 나쁘다는 것만 알지 왜 그런지는 잘 모르더군요
케이블도 저렇게 뭉쳐두면 발열로 인해서 녹는 경우도 있고... 전기 참 무서워요
회사에서도 각종 전동공구 규격내에서 쓰는데도 장시간 사용하면 전원선 뜨끈뜨끈하거든요. 산업용이라 손가락 굵기만 한데도 그렇습니다.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집 이곳저곳 점검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전원 케이블은 둘둘 말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좀 부지런하고 깔끔한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둘둘 마는거 좋아하죠.
저같이 게으른 사람들은 선이 남아돌아도 그냥 내비두니 지나가다 선에 걸려서 넘어질뻔 하다던지 하는
다른 종류의 사고들이 발생하기 쉽지만요. ㅎ
/Vollago
여튼 큰 액땜하셨으니 내년에는 좋은 일만 가득할 겁니다!
나쁜일 뒤엔 좋은일도 기다리고 있을테니 좋은일 오길 바라면서 기운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