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렌터카 자차 사고관련 문의를 여기 남겨 여러분이 답글 주셔서 잘 처리되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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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japanlive/17672689
그 글에도 댓글로 간단히 감사의 인사 남겼는데요,
문득 그때 느꼈던 일들에 대해 글로 풀어 적어두고싶은 마음이 생겨 정식으로 일본산당 분들께 말씀도 남길겸 이렇게 글을 파봅니다.
1. 렌터카 자차 사고의 최종 후기
- 사고경위: 풀커버 들어둔 토요타 렌터카로 주택의 주차장에 진입하다 좀 높은 주차장 턱에 범퍼 아래부분 스크래치가 났습니다.
- 문제의 발단: 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동행한 친구가 인터넷 검색 후 '일본은 보험 들었어도 경찰에 사고경위서를 남겨야 보험처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발견하고 안절부절 못하여 신고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토요타 렌터카 네이버 공식 카페와 일본산당에 문의글을 남겼어요.
- 당시 일본산당 분들의 의견은 대체로 "풀커버 들어놨으면 상관없다"와 "그래도 사고신고 해놓는 편이 좋다"로 나뉘었습니다.
- 토요타 렌터카에서는 담당자가 "상관없다"는 답변을 달아주셨습니다.
- 그러나 동행한 친구가 해당 담당자가 그냥 한국인 직원일지 일본 본사 직원일지 알수 없으므로 신고하자고 계속 주장하였습니다. 마침 옆에 코방이 있긴 했습니다.
- 결국 신고했고, 경찰 분들에게 사고경위서 비슷한걸 작성하였습니다.
- 반납하던날 차를 가져가니, 스크래치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이 "반납 완료되었다"고 순식간에 끝나, 약간의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2. 일본에서 사고처리라는걸 해본 감상 - 과연 소문대로.
일단 저는 일본 여행을 매우 자주 다닌 사람입니다. 코로나 전에 10년간 거의 매해 간 것 같아요.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대도시 소도시 할것 없이 여기저기 다니는걸 좋아했습니다. 옆나라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제가 1세대, 혹은 1.5세대 정도의 일본 서브컬쳐 덕후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일본 문화가 정식 수입되기 전에도 알음알음 L'Arc~en~Ciel나 ZARD의 CD를 구해 듣고, 지브리 애니 비디오 테이프를 보던... 그 세대입니다. 그래서 일본산당에 가끔 놀러와 여기 분들의 사는 이야기 즐겁게 읽어보고 가곤 합니다.
제가 일본여행을 아무리 많이 갔어도 사실 관광객은 알기 힘든 포인트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오로지 매뉴얼대로만 이루어지는 느린 아날로그식 일처리"인 듯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걸 아주 제대로 경험했더랬습니다.
처음에 경찰관 두분이 오셨을땐 나름 설렜습니다. 와 오늘 내가 아는 일본어 다써보겠구나. 경찰이랑 사고처리도 해보고 새로운 경험 좋아!
아... 그런데 한국인의 감각으론 정말 이분들의 일처리는 너무너무 지루했습니다. 놀랍도록.
서류에 사고 경위와 제 이름을 적을 때까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제 한국 주소를 저보고 영어로 적게 하더니 다시 가타가나로 음을 달더군요. 그리고 이번엔 동승자일 뿐인 친구의 이름을 적게합니다. 주소도 적으랍니다. 제가 옆에서 구시렁거리며 대충 시까지만 적어 해서 시만 적었더니, 제 주소랑 비교해보고는 자세히 다 적으랍니다. 그러고는 또 저희에게 발음을 묻고 가타가나로 주석을 답니다.
인사사고도 아니고, 대물 사고도 아니고, 단지 자차 스크래치의 경위만을 확인할 뿐인데 저희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 신고 시간, 왜 신고에 딜레이가 있었는지를 비롯해 당시 상황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더군요. 이미 이 시점에서 저는 지쳤습니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더군요!
이번엔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 당연히 찍어야죠. 스크래치 부분을. 그런데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 스크래치를 손가락으로 저보고 가리키라고 하더니 제 사진을 같이 찍습니다. 좀 창피했습니다. 근데 이번엔 친구더러 동일한 포즈를 취하게 하고 또 찍습니다. 그 다음엔 차의 범퍼 하단이 닿은 주택의 시멘트 바닥을 또 찍습니다.(바닥엔 아무런 흔적 없음) 그리고 거길 가리키는 제 사진을 또 찍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데 거의 두 시간 가까이가 걸린 것 같습니다.
해당 과정에 사유가 없는가? 사유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 필요한가? 이건 아닌거 같거든요. 적어도 한국인의 감각으론요 ㅎㅎ
우리 경찰이면 이런 식일거 같아요. 스마트폰으로 차 사진 찍어서 렌터카 사무소 직원에게 전송한 다음 "이거 괜찮아요? 외국인 운전자분이 물어보시는데. 기록이 필요하면 서류 한장 남겨서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바로 보내드릴게요." 뭐 이런 식으로 통화하고 끝. 외국인이니 여권 한번씩 확인해주고. 아, 일본 경찰은 여권 확인도 아주아주 꼼꼼히 하시더군요. 다른 나라 입국도장도 모오두 살펴보시고, 일본 입국 도장의 날짜도 확인하시고, 이 날짜는 왜 이렇냐 뭐 그런거도 다 물어보고. 저는 경찰이 본인 나라 입국도장 내용을 왜 외국인에게 물어보는지 이해가 안됐지만, 제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러더니 이제 끝이랍니다. 제가 반색하며 아 그럼 처리 된거냐? 그럼 서류 주세요. 그랬더니 서류 발급은 2주 뒤랍니다. 2주요?? 아니 그럼 지금까지 적은 이 종이는 뭐지?? 분명히 양식이 뭔가 공식 서류인데;; 제가 저는 낼모레 돌아가는데요? 하니까 아 그건 걱정 말랍니다. 보험사에서 만약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 자기네가 발급된 서류를 보험사에 보낼거랍니다. 그러니 신경 안써도 된다. 일단 안심은 되었습니다만, 그런거면 애시당초 이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걍 렌터카 회사에 전화한통 하면 끝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본산당 눈팅하며 읽은 일본의 행정처리.... 에 대한 내용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갔죠.
와...경험 제대로 하는구나. 이거구나.
이 경험을 위해 그날 오후의 시간이 모두 날아갔습니다 ㅎㅎ 코방 방문시 근무자 두분이 모두 순찰중이셔서 본청에 전화해 그분들이 다시 오는걸 기다리는데도 꽤 오래걸렸거든요. 뭐 그건 일본 행정과 관계는 없습니다만... 여튼 그랬죠. 나름 비싼 경험이었던것 같습니다.
해당 경험으로 일본에 딱히 어떻다 저떻다 감정이 생긴건 물론 아닙니다. 경찰관분들은 사무적이지만 친절하신 편이었고, 그냥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 뿐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행정절차를 다시 경험하고 싶진 않네요 ㅎㄷㄷ
이상입니다!
작년 10월에 다녀왔는데 일본 또 놀러가고싶네요. 이제 새로운 맛은 없는 나라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엔 잘 없는 노포에 들러 커피나 맥주 한잔 하는 맛은 일본 고유의 것 같아요 ㅎㅎ
도움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일본산당 여러분 모두 올해도 건강하시길 빕니다.
덧. 경찰관 두분은 신입으로 보이는 아주 젊은 분과 좀 고참으로 보이는 분 둘이었는데 신입이 미남이셨습니다. 고참으로 보이는 분도 사실 저보단 젊을것 같긴 한데... 이런 표현이 좀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전형적으로 묘사하는 일제시대 순사처럼 생기셨...
덧2. 비단 경찰만의 얘긴 아닌데, 일본의 유니폼 혹은 제복을 입는 분들은 대체로 옷이 좀 체격보다 헐렁해 보입니다. 왜일까요. ㅡㅡa
일본의 그 행정 처리란게 메뉴얼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경찰들도 메뉴얼로 훈련을 하고 메뉴얼대로 처리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메뉴얼이 행정이외에도 아주 무수히 존재합니다. 의료분야, 판매점, 식당, 회사 등등.....
한국 처럼 빨리 빨리 처리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거기에는 분명 단점도 존재합니다. 어느 한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다른 시스템에 불편해지는 거죠.
근데 행정 처리 늦은건 일본 뿐만이 아니예요. 대부분의 국가(적어도 제가 다녀본 국가에서는)에서 행정 처리는 아주 불친절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외에도 은행계좌를 만드는 것도,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도, 휴대폰을 개설하는 것도, 자동차를 사는 것도, 집을 사는 것도 그 모든 것이 시간이 예상외로 걸리는 분야입니다. 이제는 반 정도 포기하는 마음으로 있기에 편합니다. --;
전 그냥 한국반 일본반 같은 절충된 사회가 있다면 제일 좋은데 어렵지요. ^^
빠른 일처리가 가능한 사람들의 인식과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서 그렇죠
그 뒤에 차주인이 와서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부터 그 이후의 경험이 완전 동일하네요.
거의 3시간 잡혀 있었고 심지어 저희 가족은 파출소까지 갔었습니다.
그 때 나온 경찰은 사진이 아니라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구요. ㄷㄷㄷㄷ
그 사건 이후로 일본을 선진국으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슨 동남아 어느 나라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