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애플에게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내용은 대한민국 세금 규정이 변경 되었으니, 세금ID를 제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세금 ID는 사업자 등록 번호나 국세청 등록 번호일 수 있다고 언급되 있었습니다.
또한 열흘안에 제출하지 않으면 지불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죠.
세금 양식의 변경은 종종 있던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세금 양식을 수정하러 갔더니,
대한민국 세금 양식은 딱 두 종류의 세금 ID만 입력 가능하더군요:
1. 사업자 등록 번호
2. 고유 번호 (비영리 법인 단체등의 편의를 위해 사업자 등록 번호에 준하여 발급되는 번호)
사업자 등록 번호를 얻으려면 당연히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고, 고유 번호를 받으려면 법인을 설립해야 할 판입니다. 당연히 독립 개인 개발자들에겐 난처한 상황이 온 겁니다.
세금?
기존에 사업자 등록 번호 없이 하던 것이 불법이고 탈세 아니냐 하실 수 있는데, 사실, 독립 개발자들이 납부해야 할 세금은 두 종류가 있는데, 첫번째는 부가세이고, 두번째는 종합 소득 신고 및 납부입니다.
그러나 부가세의 경우, 총 매출액이 4,8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 간이 과세자가 되며, 매출액이 3,000만원이 넘지 않는 경우 면세됩니다.
그나마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 납부 의무가 없는 법적 공백 상태가 됩니다. 또한 소비자가 한국 거주자가 아닌 경우, 수출로 인정되어 영세율이 적용됩니다. (안그러면 이중 과세가 되니까) 그래서 매출액이 일정 이상인 경우에만 애플은 개별적으로 개발자들에게 사업자 등록 번호를 요구했었습니다.
종합 소득은 더 애매한 데, 사실 대부분의 독립 개발자들은 자가 인건비, 시설, 교육, 장비등을 비용으로 처리한다 가정하면, 대개 순이익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오히려 사업자 등록을 하면 비용처리를 할 수 있게 되어 종합 소득이 줄어 세금을 더 적게 내도 되지요. 그리고 각종 애플 장비등을 비용처리하여 면세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즉 이미 매출에 4,800 만이 넘는 모든 개발자들은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 내며 멀쩡히 영업하고 있었고, 영세 독립 개발자들은 어차피 낼 세금이 없다보니 관계 법령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고 세무사들도 잘 모르고, 적당히 개인 개발자는 별도 취급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세수에 이익도 없고(오히려 손실), 개인 개발자 겸직 문제등이 귀찮은 일들만 발생하니 말이죠. 또한 학생의 경우 사업자 등록을 했다간 세금 폭탄 맞기 십상이기도 하구요.
통신 판매 신고
현행 법상 통신 판매 신고 번호 없이 앱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 또한 애매합니다. 통신 판매 신고 번호를 취득하려면, 업종에 통신 판매업이 포함된 사업자 등록 번호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개인 개발자는 사업자 등록을 해야한다는 결론이 됩니다. 그런데 과연 개인 개발자를 통신 판매 "소매업자"로 볼 수 있는냐 하는 부분도 문제입니다. 개발자들은 누가 앱을 샀는지조차 모르고, 그에 대한 환불 권한도 없고, 고객에게 돈을 직접 받지도 않을 뿐더러, 매장을 스스로 운영하지도 못합니다. 이게 앱을 판매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앱스토어에 납품하는 행위 같지 않나요?
앱스토어는 다른 오픈 마켓과는 매우 다릅니다. 모든 규칙과 전체 지불 프로세스를 애플이 혼자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죠. 환불이 일어나더라도, 애플과 카드사는 본인들의 이익을 유지하며, 모든 전체 환불 비용을 개발자 몫에서 공제합니다. 만원짜리 앱이 하나 판매되면, 개발자가 7,000원 애플이 1400원, 카드사가 1,600원 정도 나눠 먹는데 환불이 일어나면 개발자 몫인 7,000원에서 10,000원을 공제하여 개발자 몫은 -3,000원이 됩니다. 환불해주면 적자가 나야하는 소매업자 보신적 있나요? 게다가 부가세 납부는 개발자가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개발자 한정)
역차별
반면 해외 개발자의 경우, 부가세를 애플이 원천징수하여 대한민국에 대납하여 줍니다. 통신 판매업 신고번호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를 표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죠. 하지만 엄밀히 따져, 그 개발자를 통신 판매 소매업자로 해석한다면, 그 행위는 불법이 되야 하지만 이는 국내 개발자에 한정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역차별 규제죠.
애플 vs 정부
그런데 애플은 슬그머니, 문구를 바꿔가며 간을 보고 있는데, 대한민국에 판매 계획이 있는 모든 개발자들에 대해 비슷한 것을 잠시 요구했다가, 황급히 문구를 바꿔 대한민국 거주 개발자들에게만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해외 결제는 어차피 국세청이 정확히 추적할 수 없지만(해외 앱 개발자들이 얼마나 대한민국에 앱을 많이 팔았는지 정부는 알 길이 없음), 앱스토어가 원화 결제 및 국내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이상, 내국인들이 소비하는 앱의 정확한 부가세 과세 대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됐죠. 이 상황에 만일 부가세 납부자가 애플이 된다면, 막대한 비용을 내야 겠죠.
그래서 그렇게 앱스토어가 자기네가 운영하는 매장이 아니라 임대 매장이라고 바락바락 우기는 겁니다. 그래야 이를 완전히 개발자 책임으로 떠 넘길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작업들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플레이 스토어는 훨씬 더 한 참 전 부터 그렇게 하긴 했습니다.)
2013년경에도 비슷한 소동이 있었으나, 그것은 애플이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전세계 개발자 여론을 등에 없은 쇼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론전 + 방어전인 상황이라, 더 어려워질 거라 봅니다.
제 생각엔 앱스토어에 더 이상 인디 수준 대한민국 개발자의 앱들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워 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 세금 압박을 받던 애플이 꺼낸 카드는 이거거든요:
1. 역차별 해서 자국민 개발자 엿 먹일래?
2. 아님 공평하게 법률 적용해서 대한민국 앱스토에는 무료 앱 밖에 없게 만들어 줄까?
3. 어차피 그 세금, 개발자들이 내게 할 거야.
이 밑작업으로 국내 앱스토어만 부가세를 포함시켜 가격을 일괄 10% 상향시켜 개발자에게 선지급 해왔던 게 아닌가 합니다.
너무 거한 스토리 같나요? 애플은 이미 게임 카테고리 자체를 없앴던 적이 있고, 그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 떠올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회복된게 아닙니다. 제 생각엔 대한민국 앱 스토어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