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브릿지는 아주 오래전(아마도 15년은 넘은듯) 행사가 있어서 가 본 적이 있는데 그땐 백돌이에다 새벽까지 과음으로 거의 시체 상태로 갔던 곳이라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기회가 생겨서 지난 주에 방문했습니다. 가기 전 스타골프 빅리그 시청하면서 예습도 하고 출전한 연예인들이 어디서 스코어를 잃는지 꼼꼼히 기억도 하고.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일찍 도착해서 코스 여기저기를 거닐었습니다. 다리를 건너 18번홀 그린도 올라가보고 10번홀 티박스쪽도 가보고.. 기념품을 하나 사려고 했지만 프로샵이 오픈전이라 패스.. 다른 제주도 골프장들이 그렇듯 나인브릿지도 클럽 하우스는 아담합니다. (위는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본 18번홀이구요 아래는 10번홀 티박스에서 바라본 클럽하우스 전경입니다) 제 락카는 리브로 떠난 브룩스켑카의 바로 옆ㅎㅎ



설레는 마음으로 티오프했습니다. 초반 세홀 연속 파파파를 합니다. 응??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 비가 계속 와서 그린스피드가 2.6-2.7 수준까지 떨어져 있어서 퍼팅할때 부담이 적었던 게 편안한 플레이의 원동력이 된 듯 합니다.
방문해보신 분들이나 스골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인브릿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벙커를 피하느냐가 스코어 관리의 핵심입니다. 티샷은 무조건 벙커가 없는 방향으로 치면 됩니다. 벙커가 대부분 200-220지점에 있어서 캐리가 가능한 장타자가 아닌 이상 무조건 없는 쪽으로.. 산악지형이 아닌 국내 명문 토너먼트 코스들을 가 보면(잭니클라우스도 그렇고 핀크스도 그렇고) 대부분 비슷한 느낌입니다. 페어웨이에 벙커를 공격적으로 배치하지만 페어웨이 자체가 넓어서 충분히 피해서 칠 수 있는.. 플레이하면서 티샷이 벙커에 딱 한번 빠졌습니다. 페어웨이 한가운데 벙커가 있어서 페이드로 우측 공략을 했는데 쓸데없이 똑바로 가는 바람에ㅎㅎ

세컨 공략도 대부분 벙커와의 싸움입니다. 그린 좌우로 벙커 천지입니다. 나인브릿지 그린은 대부분 좌우가 좁고 앞뒤가 긴 편입니다. 대신 입구쪽은 장애물이 없이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없을땐 안전하게 그린 초입 정도에 떨어뜨려서 퍼팅이나 러닝어프로치로 공략하는게 좋은 전략입니다.(띄우는 어프로치만 하시는 분들에겐 나인브릿지는 악몽이긴 합니다) 세컨에서도 벙커에 한번 빠졌습니다. 다행히 탈출가능한 위치라서 한번에 나와서 투펏 보기로 마무리.. 만약 직벽 바로 아래에 있다면 무리하게 도전하지 말고 언플레이어블 선언후 1벌타 먹고 벙커내에서 뒤쪽으로 드롭해서 플레이하는게 현명합니다.

가끔 pga중계를 보면 선수들 공이 끝없이 굴러가는 경우가 있는데 나인브릿지는 자주 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양탄자같은 페어웨이에 약간의 내리막을 타니 공이 정말 멀리 가더군요. 그래서 저같은 짤순이도 어느 홀에선가 260미터를 보내는 행복한 경험을 했습니다. 12번홀 파5는 490미터였는데 제가 무려 그린 5미터 앞까지 세컨을 보냈다죠ㅎㅎ 근데 퍼터로 어프로치 하고 올라가서 3펏 해서 보기ㅋㅋㅋ
플레이하면서 전장이 짧다고 느꼈는데 막상 재원표를 보니 화이트티가 5800미터더군요. 그리 짧은 거리는 아닌데 왜 짧게 느껴졌나 생각해보니 역시 잘 구르는 벤트그라스의 영향이 컸던 듯 합니다. 특히 파5가 체감상 짧았습니다. 장타자들은 네번 모두 투온 트라이가 가능한 거리였습니다.
포에버님의 배려로 잭니클라우스를 몇 차례 방문하면서 벤트그라스가 깔린 토너멘트 코스의 경험이 쌓여서인지 어렵지 않게 마무리했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안전한 곳 위주로 공략하니 크게 트러블 상황도 안 생기고 스코어 관리도 가능했습니다. 아마 블루티에서 쳤으면 세컨 난이도가 확 올라가서 전혀 다른 코스가 됐겠구나 싶더라구요. 결정적으로 이 날 18홀 내내 바람이 단 일도 없었습니다. 강풍이 불면 스코어가 열몇타는 더 나오는게 제주도 골프인데 운이 좋았습니다. 담에 기회되면 블루티에서도 한번 쳐보고 싶더군요.(그런 기회가 올지...) 참고로 나인브릿지는 여전히 전통적인 스코어카드를 사용합니다.

총평 : 각종 평가에서 부동의 국내 1위 코스이자 유일한 pga 대회가 열리는 코스답게 모든 면에서 훌륭했으나 여타 탑 코스들에 비해서 엄청나게 더 좋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당장 바로 근처에 있는 핀크스나 블랙스톤제주에 비해서 가슴을 적시는 뭔가가 더 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골프 다이제스트 베스트코스 탑5가 웰링턴 나인브릿지 잭니클라우스 우정힐스 안양 이렇게인데 웰링턴은 못 가봐서 제외하고 나머지 중에는 저는 걍 잭니클라우스가 킹왕짱인듯 합니다. 이상입니다.
그리고 결론의 잭니 킹왕짱 동감합니다! :)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부울루님, 덕분에 간접 체험 한 것 같습니다.
생생하네요.
멋진 스코어네요.
다음번 용쓴당 서열전이 기대됩니다. ㅎㅎㅎ
열심히 치다보면 언젠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대단하십니다!!!
그런 곳에서도 81타!! 엄지척!!
그냥 다 부럽습니다 ㅎ
잘 봤습니다
구장도 부럽지만 그 어려운구장에서 부러운 스코어입니다^^
부럽슙니다!!
사진으로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