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은 현재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
현재 대한민국에서 골프 인구가 곧 1000만이라고 하지만 그건 대부분 스크린 골프라는 "골프를 매개로 한 전자 게임"의 덕이라고 봐야 하겠지.
실제 골프는 여전히 꽤 부담스러운 금액과 시간이 필요한 운동이고, 특히나 필드에 나가기 위해서는 꽤 부담스러운 금액과 시간을 낼 수 있는 동반자 3명이 더 필요한 운동이야.
그래서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니 지금도 여전히 골프에 입문하는 건 안정적 소득과 "사회적 여유"가 확보된 40대 중반 이후가 되는게 현실이야.
물론 건강도 중요한 요소지만 넌 아직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하니 그건 패쓰^^
넌 지금 상당히 젊은 나이에 이 좋은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특히나 맘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충분히 즐기길 바래.
2. 골프는 흔히 심판이 없는 운동이라고들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심판이 없다기 보다는 내 자신이 심판이 되는 운동이겠지.
야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 게임에서 오심도 게임의 일부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골프는 내 자신이 플레이어이면서 심판이기 때문에 오심이 있을 수 없어. (프로들 경기는 예외로 하고)
내 자신에게 스스로 엄격한 룰을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해 가며, 실력이 늘고, 스코어가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골프를 더욱 즐기고 사랑할 수 있게 될 거야.
하지만 골프를 즐기는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아. 룰에 관심도 없는 사람, 내 맘대로 하는 사람, 그때 그때 다른 사람 천차만별이야.
어떤 골프를 할지는 나의 선택이야. 하지만 나에겐 엄격하고 상대에겐 관대한 룰을 적용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거야.
3. 실제 라운드는 티오프 시간에서 종료 시간까지지만, 좀 더 넓게 예약을 하고, 동반자가 구성된 시점에서 집에 도착한 후까지를 라운드로 봤으면 해.
무슨 뜻이냐면 최소 2주 전에 예약이 확정되고 단체 대화방이 만들어졌다면,
1주 전쯤에 날씨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안부를 묻고,
(예약 취소 마감 시한인) 5일 전쯤에 취소 없이 예정대로 진행할 건지 확인하면서 약속 시간, 장소 정하고,
3일 전 쯤에 인근 맛집 정보 공유하면서 약속 시간, 장소 재확인하고,
당일 아침에 출발하면서 연락,
골프장에 도착해서 연락하는 건 기본 예의야.
왠만하면 45분 전에는 도착해야 여유가 있으니 늦지 말구.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만나면 일어나서 인사하고 (당연히 모자는 벗어야 겠지?),
자리에 앉으면 오시는 길은 막히지 않았는지 물어보도록 해.
그런 후에는 자연스레 날씨 이야기하고, 골프장 이야기하고, 최근 라운드 이야기 등등 하다가 메뉴 정하고 식사 맛있게 하면 되는 거지.
라운드를 마치면 집에 각자 돌아갈텐데 집에 도착하면 잘 도착했다고 문자하고, 오늘 라운드 중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언급하면서 다음에 또 뵙겠다고 하는 것까지가 라운드의 끝이야.
4.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마치고 스타트 포인트로 나갈텐데 최소 15분 전에는 나가야 해.
코스가 먼 경우에는 미리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퍼팅 그린에서 간단한 연습을 하거나, 흡연을 하는 동반자 배려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카트에 도착하면 예약자명, 예약시간, 코스명을 이야기해서 본인 팀이 이용할 카트인지를 확인한 후에 캐디 분에게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면 돼.
캐디는 경기 보조원을 말하는데, 골프장 평가에서 상당 부분이 캐디에 관한 이야기들인 걸 보면 캐디야 말로 골프 라운드의 중요한 일부분이야.
좋은 캐디를 만나면 즐거운 라운드가 되고, 나쁜 캐디를 만나면 망한 라운드가 되기도 하지만, 캐디를 좋은 캐디로 만드느냐, 나쁜 캐디로 만드느냐는 상당 부분 플레이어의 책임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어.
한가지만 더 보태자면 호칭은 캐디님, 00씨라고 부르면 되고, 언니라고 부르거나, 반말을 하거나, 욕설, 신체 접촉, 성희롱 등 미친 짓은 하지 마.^^
그리고 캐디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좀 애매하긴 한데 형같은 경우는 카트 운전, 코스 설명, 티샷 위치 확인 보조, 클럽 전달, 그린에서 퍼트 전에 볼 닦아주고, 퍼트 라인 조언, 최종 스코어 "only" 기록까지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잃어버린 공 안 찾아준다고 지랄하면 안되는 거고, 그린에서 볼 마크 내가 하고, 퍼트 라인에 맞게 볼 놓는 것도 내가 해야 하는 거고, 매홀 내 스코어 기억했다가 캐디에게 알려줘야 하는 거지. 물론 퍼트 라인이 왼쪽이냐, 내리막이냐, 2컵 봤는데 맞냐 정도의 정보는 당연히 확인해야 유리한 거구.^^
물론 모든 골퍼들이 내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을 거야. 그럴려면 미쳤다고 비싼 돈 주고 캐디피 내냐고 할 거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캐디만큼 슈퍼 캐디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해.
그건 곧 플레이어의 캐디 의존도가 높다는 거고, 그걸 인정한다면 캐디는 항상 거리를 짧게 불러준다는 불편한 진실 같은 거에 불만 가지면 안되지.
(요즘이야 거리측정기가 흔해져서 별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캐디가 세컨샷에서 욕 먹는 건 그린 오버 밖에 없으니깐 무조건 짧게 불러준다는 거야. 그럼 정타 맞아도 짧고, 아마츄어 플레이어는 자기가 잘못 쳤거나, 바람분 줄 안다는 거야. 암튼 남에게 내 플레이를 맡기는 건 나 스스로 심판인 골프의 근본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해.)
끝으로 동반자가 18홀 동안 캐디에게 하는 행동은 내가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 혹은 언젠가 그 동반자가 나를 대할 태도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거야.
5. 요즘은 다들 아무렇지 않게 내기돈 걷으면서 라운드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는 자신이 오늘 사용할 공의 브랜드나 번호, 개인이 표기한 마크 등을 공유하는 게 기본이야.
기본적으로는 볼을 착각하는 오구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내 스스로 동반자를 속이는 플레이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거니깐.
내기에 대한 의견도 많이 갈리는데, 내 생각엔 인당 2~3만원 정도 선에서 잃고 따는 게임 정도는 좋은 것 같아. (그냥 서로에게 부담없는 선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명랑골프를 하면 스코어나 룰이 의미가 없어지는데, 작은 게임이라도 하면 룰을 비교적 잘 지키게 되거든.^^
6. 친구들끼리 골프를 할 때는 구찌라고 해서 말로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편한 사이여서 그렇게 장난을 친다고 해도 티박스에 올라갔을 때는 조용히 해주는게 최소한의 예의야.
비즈니스 관계라면 당연히 더더욱 조심해야 하고, 날아가는 공 봐준답시고 티박스에 올라가 있는 행동도 예의가 아니야.
그린에서 동반자가 외치는 오케이 (정식 명칭은 컨시드) 이외에는 무조건 다 구찌라는 말도 있으니 참고^^
특히 티샷뿐 아니라 다른 모든 샷과 퍼트에서도 플레이어의 직후방에 서거나, 시야에 걸리게 서는 거, 내 그림자가 플레이어의 시야에 걸리는 것도 모두 예의가 아니야. 그래서 보통 플레이어가 샷하려는 방향을 기준으로 좌후방에 서는게 가장 좋은 위치니깐 참고해. 조금이라도 전방에 나서는 건 타구 사고가 있을 수 있으니 안전 차원에서 안되는 거고.
플레이어의 샷 방향 기준 좌 90도, 우 90도 안에는 사람이 들어가면 절대 안됨, 네가 들어가도 안 되고, 네가 쳐도 안 돼.
글구 넌 담배를 안피니깐 상관없지만, 티박스에서 티샷 준비하는데 담배 연기나 담배 냄새도 은근 스트레스야. 담배를 피우지 않는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엄청 짜증날 거라는 거 기억해 둬.
남 티샷하는데 전화 받는 것도 정말...
하아... 제발 그러지 마.^^
조심, 또 조심.
7. 그린에 올라가면 조심할 게 더 많아지는데 퍼트는 그만큼 예민한 플레이이기 때문이야. 라운드 중에 유일하게 장갑을 벗고 하는 샷이 퍼트라는 거 생각해보면 대충 짐작이 가겠지?
그린에서 조심할 건 일단 뛰지 않는다는 거야. 현실적으로는 동반자가 곧 퍼트를 해야하기 때문에 퍼트 라인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고, 좀 크게 보면 뒷 팀에 대한 배려이지.
보통 아마츄어 골퍼들 중에 공에서 홀까지의 거리 잰다고 큰 걸음으로 그린 꾹꾹 밟고 다니는데 눈살 찌푸려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야.
거리 잴 때 재더라도 최소한 동반자 퍼트 라인은 피해서 밟아야 하는 거 잊지 마. 예민하신 분들은 어프로치 할 때부터 공에서 홀까지의 어프로치 라인 피해서 돌아가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참고해.
퍼트 라인을 보거나 할때는 가능하면 프린지 쪽으로 크게 돌면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형 개인적으로는 그린에서 아이언 샷으로 움푹 들어간 자국 보수하는 사람이 그렇게 멋져 보이더라구. 일단 실력 면에서 시간 여유가 있는 고수라는 거고, 그린 보수기를 가지고 다닌다는 건 내가 직접 보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는 거고, 캐디가 그거 보수하는 대신 내 동반자에게 더 시간을 써주게 되니깐...
8. 글구 18홀 마친 후에는 마지막 홀 그린에서 모자 벗고, 정중하게 인사하고 악수하면서 잘 쳤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거야. 부랴부랴 카트로 걸어가는 건 17번 했으면 됐잖아? 마지막 홀인데 그 정도 여유는 뒷 팀도 불만 없을 거야.
9. 이제 마지막. 내 생각엔 라운드를 하는 약 5시간 동안, 카트를 함께 탄 5명이서 하나의 작은 사회를 구성하게 되는 것 같아. 그 사회는 바깥 사회와 동일하게 권력 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헤게모니가 작동하게 되지.
심지어 돈을 주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관계도 있잖아?^^
골프를 같이 해보면 약속을 어떻게 잡는지, 약속을 잘 지키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차를 타고, 어떤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어.
권력 관계 상 나보다 강자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약자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룰을 지키는지, 승부욕이 강한지, 돈 욕심이 많은지, 승부처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화가 날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끼게 되지.
겉으로 보여지는 경제력, 교육 수준, 사회적 지위와도 또 다른 중요 정보랄까? 그래서 사업을 같이 하기 전에 골프를 먼저 해보라는 말이 있는 것 같아.
5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안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플레이 외적인 면을 완성하고, 플레이 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어라면 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어디서든 환영받을 거야.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조형물인 골프장의 각 코스와 사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코스의 모습들을 감상하고, 새 소리, 바람 소리, 빗소리를 즐겨.
날씨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지도 느껴보고, 도저히 플레이가 안되는 날이더라도 한샷, 한샷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가다보면 어느새 맘이 편해지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래.
골프를 즐기되 골프에 매몰되지 말고, 함께 하는 "사람"과 소중한 "현재"에 집중하는 멋진 경험을 하길 빈다.
형의 골프 실력이 미천한 관계로 골프와 관련한 조언은 이것 뿐인걸 이해해 주길 바래.
다시 한번 골프에 입문한 걸 축하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골프를 즐기길 빈다.
위 글은 포에버님이 글쓴이의 허락을 받아 강남 단톡방에 올려주신 글을 제가 다시 허락받아 골프당에 올리는 것입니다.
모든 단락이 마음에 와 닿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9번이 뭉클했습니다. 라운딩 중반쯤에 보면 갑자기 이 넓은 땅에 우리 다섯명만 있는듯한 느낌이 들때가 있고, 그때가 저는 가장 좋습니다. 권력관계 헤게모니 이런걸 떠나서 잠깐 선계에 들어온거 같아서 랄까요.
너무 좋은 글이라 골프당에도 올려봅니다. 이 글을 찾아내고 허락까지 받아주신 포에버님과 원작자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독 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지난번에도 말씀하셨지만, 전 2번이 참 마음에 와 닿더라구요.
"내 자신이 심판인 운동"
회장님, 이 얘기할 때 엄청 멋지다 생각했는데,, 아, 소스가 있었던 거였어.. =3=3=3
골프는 참 멋진 운동이네요
톡으로 전달했어요.
고맙습니다.
제 플레이에 대해 너무 빡빡하게 하는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었는데 가이드를 제시해 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입문한지 얼마 안된 초보골퍼 입장에서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글이네요 ^^
저도 돌아보게되는 글입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네요.
프린트 해두었다가
훗날 골프를 시작한다면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단 저부터 반성해 봅니다. ㅠㅡㅜㅠㅜㅜㅡ
골프를 통해 좀더 많은 것을 얻고 더 나은 사람이 될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5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안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플레이 외적인 면을 완성하고,
플레이 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어라면 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어디서든 환영받을 거야."
돌아보고 반성합니다. ㅠ,.ㅠ
미안했어요 플럭형.. ㅠ,.ㅠ
※. 좋은글 감사합니다. 포에버형님, 회장님!
-.-
클스형. 란딩 한번만 같이 가주면 안돼요?
제가 잡을까요?
지금은 허리 디스크 때문에 골프 놓은지 5년쯤 된거 같은데..
7번. 그래서 그린피라 하죠~ ^^
전 막 언더치는 형님들 한테 엄청 빡세게 배웠습니다. ^^
그리고 하나 추가하고 프네요..
란딩중 음주는 금지.. !! 비싼돈 주고 란딩중인데 란딩에 집중해야죠~~
음주는 18홀 다 끝나면~~ 간단하게~~ ^^
글만으로도 인격과 성품이 느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 즐거운 골프생활을 위해서 꼭 기억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장해두고 자주 읽어야겠습니다. 멋진 글 고맙습니다.
출처 밝히고 다른곳에 올려도 될까요?
작은 골프관련 카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