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유닛이라는 부분집합 같은 단위로는 팀 자체의 음악적 특성을 부분집합으로 꾸릴 수도 있다. 아이돌 팝 관습에 따라 트랙이나 앨범 양쪽에 주로 담기는 과잉되거나 종합적인 특징은, 때때로 이런 유닛들을 도구 삼아 가요나 팝적으로 미니멀하게 다듬어진 콘셉트를 고정하곤 한다. 그렇게 필연적인 선택의 과정으로 파생적인 소우주를 제작하는 과정은 해당 유닛이 속한 팀의 구성 요소들이 돋보이게 핵심만을 추출하거나, 아예 전체 성향을 최소주의적으로 재편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내세울 수 있고, 능란하게 사용한다면 때때로 팀의 단위로는 담을 수 없었던 다양한 스타일을 명민하게 분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에이핑크의 경우는 어떨까. 현역 팀 중에서 연차가 이만큼 쌓였음에도 두드러지는 공백기 없이 활동해왔으며, 이른바 ‘PINK’ 시기에서 그 이후로의 이행기에도 급격히 덜컹거리는 낙차 없이 연속성을 지속했고, 심지어 고전적인 인용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고집하며 수려한 청순 콘셉트의 표본이 된 옛 시기와 자연스러운 ‘현대화’로 (블랙아이드필승의 타이틀 곡이 언제나 훌륭히 선사하는) 전자적인 청승의 쾌감을 파고든 동시기 양쪽에서 꾸준한 히트 곡을 내왔으니 말이다. 어느 때든, 에이핑크의 안정적인 지속력은 기본적으론 뚜렷한 개성의 음색들과 이에 구석구석 대응되는 멜로디 라인을 일치시키며 생성된 가요적인 통속성이, 담기는 스타일이야 어떻든 늘 알맞게 유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머나먼 ‘PINK’ 시절에 결성된 보미와 남주의 유닛인 BnN이 R&B 발라드 보컬을 기조로 삼아 단발성 트랙을 내던 중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에서 H(현승민)의 ‘잊었니’를 2000년대풍의 가요 랩으로 어려움 없게 능숙히 리메이크한 장면은, 유닛이라는 부분으로 파생되더라도 여전히 남아 있을 에이핑크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예비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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