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아이가 태어난다.
그가 태어나기 전, 세상은 그저 삶을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디뎌야 하는 상스러운 곳일 뿐이었다. 나의 본성은 여기 이 세상에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그 이유로 그저 먹고,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잘 뿐이었다. 나는 세상에 속해 있지만, 속하길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한 아이가 태어난다.
이제, 나는 필사적으로 세계에 속해야 한다. 나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일해야 하며, 아이를 먹이기 위해 먹어야 한다. 나는 기필코 세계에 남아 그의 생존을 담보해야 한다. 상스럽고 속되지만, 나는 이 세계를 경멸할 수 없다, 내가 너를 내 보낸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나를 세상과 이어준다.
그런데, 아이가 죽는다.
그것은 내가 단지 그 아이와 떨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것은 나에게서 온 세계가 뜯겨져 나가는 것이다. 더 이상 나는 세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내 존재가 그 내재적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사물들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될 뿐이다. 결국, 나는 세계를 초월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만남과 죽음은, 이와 같다.
그렇게, 나는 세상과 이어지고 세상에서 멀어진다.
리스트 ‘우울한 곤돌라’, 안너 빌스마, 레인베르트 드 리우
https://youtu.be/gX_oMa7I8_o?si=R23QqZh4NsOxLM4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