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피아노 음악을 좋아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를 능가하는 소리를 피아노라는 조그만? 건반악기가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예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예를 들면,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 원곡은 그 당시에는 전혀 피아노적이지 않고 투박하다고 (한편으로는 관현악곡 같다고) 많은 비난을 받았고, 이후 라벨의 관현악 편곡 버전이 꽤 인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피아니스트 리히터(S. Richter)의 영향으로 피아노 원곡이 많이 연주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Richter의 1958년 Sofia Recital에서의 '전람회의 그림'연주가 무소르그스키의 이 작품을 왜 오리지날 피아노원곡으로 들어야만 하는지를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Mussorgsky의 Pictures at an Exhibition: 조성진의 연주 (유튜브주소가 안먹네요---> 심야너굴님의 도움으로 해결되었습니다.)
거의 마지막 2분(키예프의 대문)은 몰아지경입니다. 도대체 17살때 어떻게 이런 연주를 할 수 있는지 경이롭습니다.
낭만파시대의 피아노음악이라면 아마도 동갑내기이자 둘다 요절한 쇼팽(1810-1849)과 슈만(1810-1856)을 건너뛰고서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쇼팽은 평생을 거의 대부분 (솔로) 피아노음악만을 작곡하였고 슈만은 많은 장르의 음악을 작고하였으나 그의 대부분의 피아노음악은 클라라와 결혼하기 이전인 작곡초기 시절에 작곡하였습니다.
제가 쇼팽과 슈만의 피아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생각하는 바를 두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쇼팽은 초콜렛 우유
슈만은 무설탕 요거트
저의 경우 쇼팽의 대부분의 음악은 듣는 순간부터 좋아했으나 슈만의 상당수의 피아노음악은 듣는 순간 잘 이해가 잘 안되었습니다. 특히 슈만의 크레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를 좋아하기 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이 것은 저만의 경험이 아니고 아마도 상당수의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이 겪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아래에서도 Schiff, Hewitt, Hamelin, Kissin 등의 피아니스트가 평가하는 쇼팽과 슈만의 음악세계에서 쇼팽의 음악이 즉각적인 대중의 호감도를 가지고 있다면 슈만의 음악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https://www.henle.de/files/neun_fragen_en.pdf
(아 정말.. 사이트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네요. 위 pdf파일은 제가 가지고 있는데 업로드방법을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또는 건반) 음악역사에서 슈만이 차지하는 위치는 양과 질 모두에서 바흐와 베토벤에 버금가며 낭만파 작곡가 중에서는 쇼팽과 더불어 가장 자주 연주 되어지는 피아노음악 작곡가입니다. 쇼팽이 '피아노의 시인' 이라면 슈만은 '피아노위의 소설가'이고 이 소설에 한번 중독이 되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위의 첨부된 pdf 자료 그리고 아래에 첼리스트 Isserlis가 쓴 "슈만을 옹호하며"
https://www.theguardian.com/music/2010/jul/01/in-defence-of-schumann-steven-isserlis
등을 주관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쇼팽은 그 누구보다 피아노의 성질에 통달했다.
- 쇼팽의 피아노음악은 매우 자연스러우며 드라마틱한 효과가 커서 연주자가 선호한다.
- 대중도 쇼팽의 음악을 과거나 현재나 항상 좋아했다.
- 쇼팽은 오페라를 쓰지 않았지만 실제 오페라를 매우 좋아했으며 그의 피아노음악 자체가 벨칸토 오페라다.
- 슈만의 피아노음악은 연주하기가 매우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 대부분 기교적으로 매우 여려운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그렇게 느끼기가 쉽지 않다.
- 마지막 엔딩에 화려함을 인위적으로 배제하여 조용히 끝나는 음악이 많다.
- 피아노음악에 관현악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 슈만의 생존시 그의 피아노음악은 거의 연주되지 않았다.
즉 슈만의 피아노음악은 그의 시대에 혼자서 감상용으로 연주하고 싶어하는 부루주아 개인연주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기교적으로 어려운 곡들이 대부분이며, 한편 콘서트홀에서 연주용으로 사용되기에는 청중들이 듣기에 귀에 한번에 각인되는 멜로디 라인도 드라마틱 효과도 단 한번의 청음으로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아카데믹한 요소와 다소의 산문스타일의 음악적 성향으로, 슈만 생전에는 그리 인정받지 못하였지만 정신병원에서의 때이른 죽음이후 클라라 슈만의 왕성한 연주활동 등을 통하여 슈만의 피아노음악은 빠른 시간안에 연주자와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됩니다. 특히 그의 제자인 브람스의 노력 그리고 브람스의 앙숙이었던 차이코프스키의 슈만에 대한 무한한 존경, 그 이후 드뷔시, 라벨, 브리튼 등의 후배작곡가들의 슈만의 음악에 대한 애정 등은 역사에 잘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쇼팽과 슈만의 음악을 몇 개 들어보시죠.
쇼팽의 Preludes Op 28: Argerich의 연주
쇼팽의 Ballade No.4 : Zimerman의 연주
위 쇼팽의 음악은 잘 알려진 쇼팽의 피아노음악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여겨지는 곡들입니다.
한편 아래의 슈만의 노벨레테 (Novelletten)는 그의 피아노음악 중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곡이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곡입니다.
Novelletten No.1: Horowitz의 연주
Novelletten No.8: Larrocha의 연주
특히 8번 노벨레테는 2분35초, 3분50초, 4분30초, 6분15초 주위로 음악의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호로비츠가 즐겨 연주했던 슈만의 트로이메아리 (어린이 정경 Kinderszenen 중에서)
끝으로 드뷔시가 편곡한 슈만의 6 Etudes in Canon Form, Op. 56 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슈만의 메인스트림 피아노음악에 대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호로비츠 같은 대가의 완숙한 연주는
그 사람의 인생이 느껴집니다.
저도 피아노음악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슈만음악에 빠져서 지냅니다.
특히 유모레스크요... 성진초님께서 차이콥스키 콩쿨에서도 연주하셨죠~
슈만은 처음엔 쇼팽처럼 귀에 꽂히지는 않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지는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연주레파토리가 정말로 다양한것 같습니다. 콩쿨연주가 그 자체로 명연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