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 Webern의 Langsamer Satz: 무조음악으로의 임계점에서 뒤돌아본 마지막 로맨틱 습작
낭만파음악의 선구자 슈베르트(1797-1828)의 사후 50여년이 넘게 진행된 "음악을 통한 인간 감정 표현의 무제한적인 자유로움"을 모토로 하는 낭만파음악은 1900년대가 되면서 한계가 옵니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던 화성음악의 거의 모든 방법론과 가능성을 소진하게 되면서 20세기에 들어선 음악가들은 아이디어의 고갈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에 대한 돌파구의 한 흐름은 제2빈학파로 지칭되는 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의 비엔나삼총사의 무조음악이었고, 이의 창시자인 쇤베르크(1874-1951)는 자신이 발명한 12음계 음악이 언제가는 음악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행가를 부르듯이 자연스런 음악의 흐름으로 인정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예언은 빗나갔고 21세기인 현재, 일반인들은 물론 음악전문가들 조차 무조음악(Atonal Music)을 즐겨 듯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간 청각의 본능은 화성음악이고, 쉽게 말해 초등학교때 배운 도미솔, 도파라, 시레솔은 음악교육을 전혀 받지않은 갓난아기들도 좋아하는 인간이 편안하게 느끼는 자연스러운 화음입니다.
따라서 인간에게 무조음악을 들으라고 하는 것은 사자에게 채식을 요구하는 것이며, 채식주의자 사자가 아무리 혁신적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사자로 보일지언정 그러한 사자는 사자의 본능을 거스르는 정규분포표의 최끝단에 위치하는 부자연스러운 사자의 모습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아름다운 음악"은 쇤베르크의 수제자 베베른(Anton Webern; 1883-1945)이 1905년 작곡한 Langsamer Satz란 곡입니다. Webern은 62세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1945년 미군의 오인으로 인한 총격사망) 별세할 때까지 남긴 작품수가 채 50개정도밖에 되지않습니다. 그나마도 실제로 작품번호(Opus number)가 붙은 것은 Opus 31번이 마지막일정도로 남긴 작품의 수가 극히 적습니다. 베베른정도의 주요작곡가 중에서 남긴 작품수가 50개가 안될 정도로 적은 작곡가는 제가 아는 한 라흐마니노프가 유일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남긴 작품수가 45개(Opus number 기준)에 불과한데 이는 그가 미국으로 망명한 이후에, 고향 러시아에 대한 향수병 및 생계를 위한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의 활동때문에 작곡활동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의 작곡 음악의 양은 라흐마니노프가 CD 30개 분량에 육박하는 반면 베베른의 음악은 CD 5개의 분량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베베른이 얼마나 적은 분량의 음악을 작곡했는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역사에 이름을 남겼죠.
본론으로 들어가 베베른의 Langsamer Satz란 곡은 영어로 번역하면 Slow Movement란 뜻인데 후기 비엔나 스타일의 낭만파 (Mahler라곤 얘기를 못하겠지만 유사점이 없다고도 말할수는 없는 듯한...)음악의 전형으로서 아름답고도 퇴폐적?이며 아련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그리움과 체념을 표현한 베베른의 연습곡이라 할 수 있으며 작품번호도 붙어있지 않습니다. 베베른은 무조음악에 본격적으로 발담그기전에 Im Sommerwind란 곡도 (역시 작품번호에 없음) 작곡했으며 비로소 Passacaglia for orchestra (Opus 1)에 이르러 무조음악의 임계점에 다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베베른의 "정말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선율의" Langsamer Satz를 현악사중주로 들어봅니다. (이 음악은 누가 들어도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Webern: Langsamer Satz (1905) for string quartet (Signum Quartet)
참고로 베베른의 Passacaglia for orchestra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을 들어보세요 (현대음악입니다.)
Webern: Passacaglia op.1 (Conducted by Pierre Boul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