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냐옹이당에 처음 글을 써 보네요...
저는 작년까지 고양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삶을 살다가,
올해 하늘에서 내려주신 길냥이가 집으로 쳐들어와서... 엉겁결에 집사가 된 사람입니다. (...)
녀석 때문에 반강제로ㅠ 고양이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있었는데, 아마 지난 주말의 일을 준비하라고 미리 알려준 모양입니다.
지난 토요일 밤이었어요.
마눌님과 오랜만에 오붓하게 둘이서 지하주차장으로 와서 차를 대고 올라가려는데,
저~기 멀리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오잉? 여기서??"
(이런 저런 사정으로 전 동네 고양이의 얼굴과 영역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건, 필사적으로 보내는 구조 요청 신호다."
(꼴에 집사라고, 녀석의 울음 소리를 들으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감이 오더군요.)
아니길 바라면서 공동현관으로 갔는데,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비틀비틀 다가오더군요.
비쩍 마른 녀석이 눈도 못 뜨고, 얼굴은 엉망에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상황....
아무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힘껏 소리를 내는 저 모습은 위급한 상황 맞지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겠지요.
저 역시 순간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 '녀석을 살려야 한다' 라는 너무나 당연한 생각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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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경험이란 게 무섭더군요.
마눌님과 즉시 분업에 들어갔습니다.
마눌님은 녀석을 데리고 갈 캐리어를 가지러 급히 집으로 올라가고, 저는 녀석을 주변에 두며 지켜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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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님이 기지를 발휘해, 캐리어 대신 집에 있던 박스에 수건을 깔아서 가지고 왔어요.
역시 저보다 냉정하게 잘 판단한 것이, 현재 녀석은 전염 가능한 증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차에 다시 타고, 나름의 응급처치를 하면서 야간진료 하는 병원으로 ㄱ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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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급한대로 집에 있던 고양이 티슈로 좀 닦아주니 좀 나아졌습니다. 그나마 눈을 뜰 수는 있더군요.
나름 다행이라 해야 할 부분은, 일단 잘려나가거나 심한 외상을 입는 등 길고양이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처가 (아마추어의 시각으로는)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로선 주 증상이랑 '엄지 발가락이 없나?'라고 생각될 정로도 상해있던 양 앞발이 제일 걱정되었습니다. 아마 고름 등을 계속 닦아내다 보니 피부병 등이 왔을 수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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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을 받으니... 허피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호흡기 질환이 오래되어
고양이가 가장 흔하게 병들어가는 경로인 '콧물 → 후각 상실 → 눈물 고름 → 시각 상실 → 영양실조'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더군요.
다행히도(!!) 회복 가능한 단계에 구조되어서, 안약+내복약과 영양 공급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이다... 근데, 이제 어떡하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방법이 없지요, 추운 겨울에 굶주린 녀석을 다시 놓아줄 수도 없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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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지인 중에 유기묘 임보를 종종 하시는 캣맘이 계셔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격리가 필요할 것이니 케이지와 함께 관련 용품을 잠시 빌릴 수 있었어요.
마눌님이 저 준비를 하는 동안 저는 공포의(!!!) 목욕을...
죽는다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은 저의 승리로 끝이 나서-_-; 엄청난 땟국물과 함께 뭔지 모를 수 많은 이물질들을 제거했습니다.
나름 중견 집사입니다만 발톱에 세 번이나 찍혔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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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끝내고... 녀석이 정신 없는 틈을 타서 드라이어로 털을 얼른 말리고, 발톱도 정리하고
전기매트가 깔린 따뜻한 보금자리로 넣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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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랑 빛깔이 많이 달라졌네요.
뿌듯합니다.
(그리고 현타가 잠시 옵니다. 저는 분명 고양이에 관심이 없던 사람인데... 어쩌다가 두 번째 길냥이를 들이게 되었을까요? 짧은 시간에 이런저런 일들을 척척 해내고 나니 무슨 전문 집사 같습니다? ㅎㅎㅎ)
처음엔 냄새를 못 맡고 눈도 잘 못 떠서 그런지, 물도 먹이도 못 먹더라구요.
그러다가 미니 숟가락에 떠준 습식 사료를 와구와구 먹더니만, 이내 물도 벌컥벌컥(!!) 들이키는 녀석을 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좀 놓았습니다.
아마 살려는가보다... 하면서요. ㅎㅎ
...
여기까진 좋았는데, 터줏대감 냥이님께서 심기 불편한 내색을 하시네요.
감염 같은 것이 걱정되어서 옷 갈아입고 손도 신경써서 씻은 후 냥이님을 만졌는데,
생전 처음으로 녀석이 저에게 하악질을... (정확히는 큼큼 냄새 맡더니만 그 냄새에 하악질을 ㄷㄷㄷ)
워낙 순둥순둥하던 개냥이였어서 사실 좀 충격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당장 다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도... 반응은 뜨뜨미지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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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종일 마징가 귀를 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사방 경계를 하던 터줏대감 냥이님... 집사 네놈이 첩질이라니!?!)
이후의 일은 어찌될 지 아직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지역 유기묘 카페에 등록을 했고, 그곳의 절차에 따라 입양 공고가 날 모양이라 하네요.
녀석이 나을 때까지는 데리고 있겠다고 해 놓았고...
'합사'도 방법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습니다만, 첫째 냥이의 스트레스 추이를 보아가며 조심스레 진행해야 할 것 같네요.
이런저런 일들... 저에게도 신기한 일이었어서 글로 남겨봅니다.
그래도 외면하지 않고 생명 하나 살린 것에 의미를 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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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지 않으시고 도움의 손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비슷한 방식으로 어느 날 두 녀석의 집사가 되어있더군요.^^
기왕 인연이 생긴 거, 아무래도 합사를 염두에 두는데... 어찌 될런지 잘 지켜보려 합니다.
첫째가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하는데...
저도 저렇게 이뻐질 때까지 열심히 함 키워보겠습니다~ ㅎㅎㅎ
실제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은
준 성인의 경지에 다다라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복 받으세요.
지금은 뭐... 마눌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입장이 되었네요. ㅎㅎ
안 그래도 첫째도 있는데 이번에 합사까지 하려면 가장 큰 도움이 필요한 분이라 ^^;
합사가 잘 이루어져서 부디 함께하시길 기도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집사님 ㅎㅎ
네, 두 냥이 모두 암컷입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아야할텐데... 하악질을 워낙 위협적으로 자주 해서, 마눌님이 좀 무서워하더라구요.
해서 열심히 눈치 보는 중입니다. ㅠ.ㅠ
당첨만 되면 우리 동네 냥이들한테 츄르 1박스씩 돌리겠습니다. ㅋㅋㅋ
그 마음이 이렇게 다른 생명을 살리는 데 가네요. 역시 마음은 돌고 도는가봐요 ^^
녀석이 살려고 집사님께 도움 청했었나봐요. 똑똑한 아이네요.^^
외동묘는 다른 고양이가 집에 처음 오면 그 충격이 상당히 큰 것 같더라구요. 임보 여러번 해보니 나중엔 '누가 왔냐, 갔냐' 하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얼마나 으르렁대던지 제 고양이 아닌 것 같고 무서워서 혼났어요. ㅋㅋ
둘 다 암컷이면 합사가 좀 수월한 편일테지만 일단 구조된지 얼마 안됐으니 격리와 소독 철저히하시고 천천히 합사 진행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합사.... 이게 걱정입니다.
딱 저도 그랬어요. 제 고양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악질에 으르렁에...
일단 이번에 구조된 둘째의 치료를 우선으로 하고, 이후에 아주 천천히 합사를 해보려합니다. 조심스럽게...
잘 되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마눌님은 첫째가 스트레스로 아프거나 하면 둘째는 입양보내야 한다는 입장이라 ㅠ.ㅠ)
누군가의 목숨을 구한다는 건, 그것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간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행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첫째랑의 인연도 참 묘했는데, 이렇게 생명 둘을 돌보게 되니 참 좋네요.
첨엔 쉽지 않고 문제도 많았지만, 요즘은 녀석들에게서 받는 행복감이 훨씬 더 커서, 오히려 제가 보살핌 받는 기분입니다 ㅎㅎㅎ
(물론 사진상 잘 나온 것이고 기존 증상 + 추가로 발견된 피부병 증세에 긴장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만)
아깽이가 똥꼬발랄하고 참 좋네요.
케이지 안에서 온갖 불쌍한 척을 해서 잠시 꺼내주면, 방안 구석구석에서 깨발랄 난리를 칩니다. ㅎㅎ
방심한 사이 똥테러 오줌테러로 이불을 몇 번이나 빨았는지 ㅋ (마눌님 눈치가 ㅠ)
그래도 녀석이 밥 잘 먹고 기운을 차려 활발해진 걸 보니 저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p.s 1 - 여기 분들은... 왜이리 당신들께서 고맙다고 하시나요, 기분 짠해지게 ㅠ
*p.s 2 - 이름을 '마리'로 지어줬습니다. 실제로는 '똥꼬마리'라고 불립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