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뉴저지에서 어큐라 MDX로 6개월 7000마일 (만킬로 좀 넘네요) 시승해 본 간략한,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인 시승기 입니다.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 차가 고출력 세단 (4도어)였고 SUV는 MDX가 처음이라 비교 대조군이 좀 열악합니다. 이 점 감안해 주세요.
미국에서는 운전이 필수인데다, 제가 사는 곳은 차가 없으면 아이 통학부터가 불가능한 곳이라 우선적으로 차량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작년 여름 쯤이네요.
선택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나중에 펀카를 한 대 더 구입하더라도 우선 급한대로 SUV 한 대는 무조건 들여야 겠다 (쇼핑, 가족 여행 등등) + 3열 시트가 있으면 금상첨화 (물론 아주 가끔 사용하게 됩니다만)
-뉴저지의 열악한 날씨 환경과 한숨 나오는 도로 상태를 보니 고급차량은 제외, 어차피 고속주행이 안정적으로 가능한 구간도 없으니 고출력 차량도 제외
-당장 차가 필요하니 주문/대기 기간이 오래 걸리는 랜지로버는 자동 열외, 게다가 인건비가 비싼 이 곳의 여건상 유지비 비싼 차량은 부담
이런 조건을 고려하다 보니, 오히려 별 고민없이 어큐라 (36개월 리스)를 구입했습니다. 이 차가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만드는 모델이라 미국에 와서야 처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그 때의 첫 인상은 사무라이 투구에서 모티브를 따 온 듯한 이상한 디자인의 미국 아줌마 차량, 딱 이런 이미지 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저희 패밀리 차량으로 낙점되었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 여러모로 무난한 면모가 저희 상황에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운전하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디자인은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 군요 (모든 물건이 대체로 그렇죠...), 실내외 마무리도 나쁘지 않은데 겨울이라 그런지 잡소리가 종종 납니다.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만.
-SPORT 모드로 놓고 주행하면 핸들의 감각이 그나마 무거워 져서 쓸 만 합니다, 다른 세팅에서는 전자식 핸들이 너무 가벼운 느낌 (잠깐 몰아본 BMW 328도 마찬가지 였던걸 보면 전자식 핸들 세팅은 대체로 이런가 봅니다).
아쉽게도 다이내믹 댐퍼는 설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SPORT에서도 서스펜션의 느낌은 그대로이고, 엔진의 응답성만 개선되는데 뭐 그래도 60마일 (100KM)까지의 주행이 대부분인 이 지역에서 적절히 잘 달리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80마일 이상은 거의 달릴 일이 없고, 고속도로 바닥이 많이 패여 있어서 (게다가 정말 깊이 파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깜깜한 밤에 한적하다고 막 밟다 보면 어느 순간 공중으로 차가 점프할지도 모를 일이고요.
다만 언덕길에서 힘이 좀 달리는 느낌을 받을 때는 있습니다. 엔진에 비해 변속 자동 기어는 좀 구식의 느낌이고요. 2016년 모델에서는 9단 신형 기어가 달려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속 주행시 차가 노면에 더 붙어 달린다는 느낌이 아니라, 좀 떠 있는 느낌이라 불안합니다. 옆바람에 굉장히 불안정하게 노면을 타고 흔들리는데 이게 SUV의 숙명인지 아님 어큐라의 세팅이 너무 미국적으로 말랑 말랑하게 되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SUV (그랜드 체로키, 랜지로버, 메르세데스 GL 등등)에 비해 차체의 높이가 낮은 편인데로 옆 바람에 취약합니다, 개인적으로는 80마일 이상 가면 좀 불안합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브레이크가 차체의 중량과 크기에 비해 좀 작지 않나 싶습니다. 예전 제가 몰던 차량이 스포츠카에 필적하는 브레이크 캘리퍼를 지녀서 제 기대치가 너무 높을 수도 있지만, 밀리는 느낌입니다.
다른 사소한 결점은 차량의 가격대에 어울리지 않게 사이드 미러가 수동식입니다. 하물며 옵션으로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주차장이 넓은 미국용 모델이라 그럴까요?
-연비는 세단 만큼은 아니지만 17-18mpg 정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주로 시내 주행이 많고 겨울이라 예열 시간이 긴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2년 반 더 타야 하지만, 만족스럽습니다. 적당히 고급스럽고, 적당히 잘 달려주고, 적당히 연비도 좋고 잔 고장 없는 SUV를 찾는다면 정답에 가까운 차량입니다. 단점은 어디 하나 뚜렷한 개성은 없습니다.
여담으로 실내도 넓고 좋은데, 이제 슬 미니밴이 눈에 들어오네요. 만약 몇 년 안에 4륜 구동만 지원된다면 다음 패밀리 세단으로는 혼다 오딧세이를 구입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곳 동부에서는 4륜 구동이 거의 필수 느낌이네요.
첨에는 저게 모야 (특히 그릴..) 이러다가 나중에는 꽤 괜찮은거 같은데.. 이렇게 느끼는 제 자신을 보게 되죠.
특히 RDX는 개인적으로 디자인이나 비율 면에서 정말 잘빠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나저나 제가 모는 닛산 SUV도 고속에서 좀 불안해서 출력 문제인가 싶었는데, 출력이 290마력이나 되는 MDX마저도 고속(80마일 이상)에서 불안하면, SUV의 숙명인것 같기도 하고, 노면이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한 미국 도로의 특성 같기도 하구요.
혹시 노면 소음은 어떤가요? 일본차들 특징이 노면소음이 많다는건데.. 럭셔리 세그먼트인 MDX는 어떨 지 궁금하네요.
실내 정숙성은 RX, JX/QX60 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좋습니다만, 저도 잡소리 문제로 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른 자잘한 문제가 많아서 딜러쉽 왔다갔다 어려번..
도로 노면 소음은 거의 아스팔트 포장 상태와 타이어에 결정되어 어떻다고 말하기가 좀 어렵네요.
외관은 저도 링컨다음으로 못 생긴 자동차로 Acura를 꼽고 싶었는데 RDX를 필두로 MDX, TLX 디자인은 괜찮다고 봅니다. 아니면 제가 이 차를 사서 자기최면을 건 것일 수도 :)
전반적으로 MDX에 만족합니다만 첫 알라바마 공장 작품이라 저는 좀 운이 없게 자잘한 문제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판매량으로 보면 분명 히트 작품이긴 합니다. 저는 구입을 해서 그냥 5-6년은 타고 다녀야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