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7년 3년동안 미국에서 2004년형 도요다 4러너 중고차를 사서 3년동안 탔습니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였는데요.
주변 사람들 조언대로 차 1대는 미니쿠퍼S에 온갖 옵션을 다 넣어서 펀카로 쓰고
나머지 1대는 코스트코/이케아/아울렛 다닐때 짐차로, 장거리 주파용으로 쓰려고 알아보니
이구동성으로 도요다 SUV를 추천하더군요.
주변 지인들이 세쿼이야 라는 차를 추천하던데
미국에 처음 갔던 저로서는 너무나 거대해 보여서
한 사이즈 작은 4러너, 그래도 미국에 왔으니 V8 휘발유엔진 차를 타보고 싶어서 V8을 알아봤죠.
1년 반쯤 된 중고차를 샀습니다.
적산거리가 4만마일이 넘어서 연식 대비 적산거리가 긴 편이라 좀 걱정스러웠는데..
결과적으로는 (대부분의 어리버리한 한국 유학생들이 다 그렇듯) 한인 중고차 딜러한테 속아
약간 바가지 쓰고 사긴 했습니다.
그런데요 이 차가 말이죠
정말로 질기디 질긴 소심줄같은 차더군요.
3년 동안 40,000마일쯤 장거리 위주로 타면서 한거라곤 제때 소모품/오일 간거밖에 없는데
처음 샀을 때와 나중에 마지막날 신차 딜러샵에 대차로 넘기고 올 때의 상태가
가죽시트 좀 낡은거 이외엔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프레임 방식 정통 오프로더였지만 주행성능 훌륭하고, 조용하고, 고장 안나고...
모든 부품이 두툼하고 묵직합니다.
내구성, 신뢰성 면에서는 정말 최고의 차였는데...
문제는 차가 너무 따분하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면이 전혀 없어요.
엔진은 V8인데 사운드는 V8의 으르렁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고
모든게 너무 무난하니까 금방 싫증이 나더군요.
고장이라도 좀 나야 그 핑계로 차를 바꿀텐데
절대 고장도 안나고 잡소리도 안나니
나중엔 짜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미니쿠퍼S(R50)는 노상 무슨 오일인지 두세가지가 바닥에 줄줄 새고
이유 없이 엔진 경고등 들어오고
여기저기 잡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뭔가 집에 말썽쟁이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는 듯한 애착이 갔었거든요.
반면, 이 지겹도록 고장 한번 안나던 4러너는
정지용 시인의 시에 나오는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같은 차였습니다.
고마워해야 하는 줄은 알지만, 여자로 보이지는 않는 거죠.
결국은 차가 낡거나 고장나서가 아니라
8인승 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던 구실을 들어 다른 차로 바꿨습니다.
동남아, 아프리카 오지에 가면 온통 도요다 픽업밖에 안보입니다.
그게 다 그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제가 탔던 4러너가 바로 그 오지에서 전부 과적상태로 돌아다니는 도요다 픽업트럭에
캐빈만 올린 차였습니다.
타보니까 알겠더군요.
오늘 게시판 분위기를 보니 현기차와 도요다를 비교들 하시는데
신차 사서 3~4년 타고 팔아버릴 거라면 현기나 도요다나 비슷할 수도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고장 나도 보증수리가 다 되니까...
그러나 내가 신차를 사서 꼭 5년 넘어 운행할 거라면?
또는 5년 넘은 중고차를 구매하는 입장이라면?
신차 초기 퀄리티는 현기가 어찌어찌 따라갔는지 모르겠지만
장기 신뢰성 면에서는 현기는 도요다한테 상대가 안됩니다.
적어도 제가 겪어본 10년 전의 도요다가
2012년식 현대차보다 품질이 월등히 좋았습니다.
도요다도 10년동안 퇴보하지는 않았죠.
꼭 아프리카 오지를 들먹이지 않아도
미국에서 10년, 15년 된 코롤라, 캠리, 시빅, 어코드는
천오백불쯤 주고 사서 3년쯤 타다가 천불에 중고차 딜러한테 팔면
딜러가 2백불쯤 들여서 기본적인 소모품을 가장 저렴한 것으로 갈고
다시 천오백불에 내놓으면 누군가 다시 사갑니다.
돈 없는 블루컬러 젊은이들... 머스탱같은거 좋아하는 백인들 말고 히스패닉, 흑인 젊은이들이
이렇게 천오백불에 돌고 도는 차들을 사서 납작하게 낮추고 똥불 달고 밤에 떼로 몰려다니고
그런 젊은이들의 누나, 어머니들도 그런 차를 잡히는 대로 사서는
오일을 언제 갈았는지도 모르고 타이어는 완전히 맨질맨질 슬릭타이어가 된 형편없는 상태로
그저 굴러만 가면 아무 신경 안쓰고 매일의 교통수단으로 혹사시킵니다.
LA 살았을 때, 저 남쪽지역 컴컴한 동네에 가면 그런 낡은 똥차들만 놓고 파는 중고차 딜러샵들이 있었는데요
엘란트라(=아반떼)나 쏘나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부분이 일본차죠.
from CV
아예 차에 별 관심 없으면 돈도 아깝고 그냥 오래 타겠는데... 이차 저차 쳐다보고, 찾아보고, 시승하고 하다보면...끙... 저는 이제 4년차인데,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아요.;;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전체 벤더의 차량품질이 높아지고 차량가격 또한 높아져서 전보다 오래 타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세컨차량도 증가하는 추세구요.
10년타기 운동한 이후로 그렇다고 합니다.
제게 있어서... 5년 채우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네요.. ㅜ_ㅜ
정비 등 차량 컨디션 뿐만 아니라, (전문 디테일링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몸에도 하나 못걸치고 있는 양털(;;)로 된 샴프미트까지 사용해가며 손수 세차하고 왁스 먹여주며 관리해서 4년차인 지금도 새차같은데...
1년6개월을 더 타야... 5년 채우네요.. 아... 차 바꾸고 싶어욧. ㅠ_ㅠ
from CV
from CV
조용하고 내구성 장난 아니더군요.
말씀 하신대로 신차 품질은 현기도 제법 올라왔지만 중고차 내구성은 솔직히 도요타와 게임도 안될겁니다.
이게 북미 지역 신차 잔존가치라고 하나요? 암튼 도요타는 중고 시장에 팔 때 신차 가격의 80%를 쳐 준다고 하더군요.
도요타 기술력, 양산력 정말 대단하죠. 다만... 요즘 디자인이 점 그렇거 말구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