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눈팅만 하고 있다가 처음을 여기에 글을 올리는 것 같네요. 미국에서 외노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 신형 아큐라 MDX 2014를 구입하였습니다. 팀에 한국인이 없다보니 자동차 잡담할 사람도 없고... 그래서 여기서 수다 좀 풀어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지만 그래도 중형 SUV 구입 시 참고가 될까해서 써봅니다.
아큐라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acura.com/PhotosExterior.aspx?model=MDX&modelYear=2014
한국에서 Acura (아큐라, 미국에선 애큐라로 더 발음되네요)가 판매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혼다의 고급 모델인데 별 인지도가 없습니다 ㅎㅎ 하지만 미국에서는 MDX라는 3열 시트가 있는 7인승 SUV가 히트를 쳤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Acura_MDX
1세대부터해서 2세대까지 도로에 정말 많이 보입니다. 미국은 대중교통이 상당히 부실한 곳이고 이동 거리가 길어서 가족을 나를 수 있는 SUV(일명 family hauler)가 굉장히 많이 팔리는 나라이죠.
MDX는 3열이 있는 7인승 SUV 중에서 크기가 너무 지나치게 크지 않는 (예: Tahoe, 토요타 랜드크루저/렉서스 LX) 엔트리 럭셔리 급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인기 모델입니다. 이 분야가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X5/GL/Q7보다 저렴하면서 기능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다른 경쟁 상대로는 Buick의 Enclave가 있고요. 3열을 제외한다면 렉서스 RX도 큰 경쟁 상대입니다. 인피니티가 작년에 내놓은 JX35는 MDX를 잡으려고 내놓았죠. (판매량이 MDX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CVT를 써서 욕 많이 먹습니다.) 가격을 좀 낮추면 마즈다 CX9, 토요타 하이랜더, 니산 패쓰파인더로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차를 좋아하시면 GMC의 Arcadia 라는 차종도 있습니다. 이렇듯 중형 SUV는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습니다. 현기차는 7인승 산타페/소렌토가 있겠고 베라크루즈는 거의 안 보이네요.
저는 이제 30대 중반으로 달려가고 있고, 어린 아이가 2명이 있고, 한국에서 종종 부모님이 오시면 사람을 태워야 하니 도저히 세단으론 답이 안 나오더군요. 그러면 미국에서는 "무조건 밴을 사셔야죠" 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디세이, 기아 카니발(미국명 세도나, 거의 안 보임), 폭스바겐 로탄(크라이슬라 컨츄리&타운과 같은 플랫폼) 정도가 있는데요. 하지만 저처럼 미니밴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ㅎㅎ
이런 사람들이 찾는 마지막 보루가 MDX라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MDX가 미국에선 굉장히 많이 팔렸고 팔리고 있습니다. 많이 팔릴 때는 1년에 5만대 이상이 팔렸죠. X5보다 좀 더 많이 팔리고 실제로 눈에도 많이 띕니다.

이건 3세대가 아니라 2세대 페이스리프트된 모델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옴)
서론은 이쯤에서 하고 2007년에 2세대가 나왔는데 7년이지나 2014년형으로 3세대 모델이 나왔습니다. 작년에 인피니티 JX35를 사려고 했으나 MDX 모델이 바뀐다는 소식을 알고 1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리뷰를 보니 제가 원하는 것과 일치해서 그냥 구입했습니다 (...)
미국에서 차 구입은 단연코 최악의 경제 활동 중 하나입니다. 정말로 기분 좋게 사기가 어려울 정도이죠. 이건 특수한 미국의 자동차 딜러쉽 제도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주에서 딜러쉽은 프랜차이즈 법안으로 보호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를 사려면 반드시 딜러쉽이라는 자동차 제조사와 상관없는 곳에서 준 사기꾼과 한판 승부를 벌려서 차를 사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거의 정찰제로 구입을 하고 옵션 몇 개로 딜하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그냥 가격 조사를 하지 않고 가면 2-3만불 짜리 차에 2~3천불 이상 덤탱이 쓰고 사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얼마에 차를 샀는지 정보를 취합하고 최소 2-3군데 이상 딜러쉽에 문의해서 가격을 알아내야만 합니다.
문제는 이번 MDX 2014가 바로 6월 20일에 출시가 되었고 사람들이 예약금을 걸어놓고 있던 상황인지라... 가격 딜이 안 되더군요 ㅠㅠ 구입 모델은 AWD/Advance로 그냥 풀옵션 모델로 샀습니다. 판매세(8~9%)가 붙으니 가격은 제법 됩니다. 통장에 빵꾸가 났네요. 연말이 되어 초기 수요가 빠지면 MSRP (소비자가)에서 2-3천불 깍아서 살 수 있을 겁니다.
생긴 건 이러합니다. 흰색으로 구입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햇볕이 너무 뜨거워 흰색이 젤 예뻐 보이더군요. 사실 지금 Advance 트림에서 구할 수 있는 색이 흰색 밖에 없기도 했고요 ㅎㅎ


딜러쉽에서 찍은 은색 차량의 전면입니다.

네, 이 차는 X5나 Q7이 아닙니다 ㅎㅎ Acura의 디자인은 언제나 미친듯이 욕을 먹죠. 그나마 제일 봐줄만한 것이 MDX입니다.
처음 프로토타입을 봤을 때 3세대의 디자인은 2세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 실제로는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2세대가 짜리몽땅한(...) 스포티함을 굉장히 강조했습니다. SH-AWD라고 아큐라의 4륜 구동 시스템과 핸들링을 좋아하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드라이빙 다이나믹이 좋은 평을 들었습니다.
이번 3세대는 그런 스포티함을 과감히 버리고 더욱 더 CUV 스타일로 넘어갔습니다. 직선이 줄고 곡선이 늘었습니다. 차량 높이도 낮아졌고 길이도 길어져서 흡사 도요타의 벤자와 닮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벤자는 팔리는 걸로 압니다.) 차량을 길게한 건 3열 좌석 진입을 더 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암튼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니 뭐라 할 건 없고요. 개인적으론 봐줄만 합니다. 특히 헤드라이트가 LED를 쓴 Jewel Eye LED로 광고하는데, DRL(Daytime Running Light)도 꽤 멋있게 나오고 봐줄만 합니다. 여전히 SH-AWD는 그대로 있어서 드라이빙 느낌은 좋다고 봅니다.

딜러쉽에 있던 푸른색 차량입니다. 저는 이색을 좋아하는데 마누라님께서 반대를 하셔서...

3열을 올리면 생각보다 트렁크는 굉장히 좋습니다. 유모차 하나 넣기도 버겁더군요 ㅠㅠ 미니밴이 아니니깐요.

인테리어 색상은 유칼립투스(Eucalytpus)라는 색상인데 회색에 은은한 녹색 톤이 묻어있습니다. 아큐라는 BMW처럼 내부 인테리어 색상을 마음대로 고를 수 없습니다. 흰색 외관이면, 베이지색 가죽 아니면 이것 밖에 안 됩니다 ㅠㅠ 의자는 Advance 모델에서는 lumbar 기능이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Ventilated (통풍) 기능도 있어서 장거리 여행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에어컨 바람이 아니라 그냥 선풍기 바람 같습니다. 약간 실망.

인테리어는 "이게 어케 럭셔리냐"라고 맨날 욕 먹습니다. 가짜 나무에 대쉬 보드도 플라스틱이 많습니다. 하지만 독일차보다 가격이 저렴하니 용서가 됩니다. 중간 콘솔의 저 거대한 사물함은 꽤 유용합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확 바뀌었는데 터치 스크린 기반입니다. 네비게이션 내장인데, 제가 컴퓨터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인데, 제 눈으로 봤을 때, 인터페이스는 윈도우 95 스럽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직관적이지 않는 인터페이스가 있지만 그럭저럭 익숙해지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차량 내장 네비게이션 치고는 꽤 편리합니다. 아이폰+구글맵 쓸 일이 점점 줄어들 것 같네요.
좀 재밌는 기능으론 CD를 넣으면 HDD로 구워줍니다.... 또 몰랐는데 미국에선 FM 라디오 신호에 HD를 같이 보내주는 것이 있더군요. 그래서 FM/HD 라디오 수신이 됩니다. 핸들에 전화 거는 기능 통합이 꽤 편합니다. 오디오 조작도 좋고요. 음성 인식을 강조하는데 제 저질 영어 발음을 잘 못 알아 듣습니다....

뒷 좌석을 위한 AC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천정에 붙은 모니터가 보이시나요. 좀 어처구니 없는 1600x480 해상도의(...) 비디오 시스템인데, 그냥 애들은 아주 좋아라하네요. 아이폰-HDMI 연결로 비디오 틀어주면 좋습니다. 뒷 좌석에는 sun shade가 있어서 아주 편리합니다.
2열 의자 아래에 보면 조그마한 동그란 버튼이 있습니다. 그걸 누르면 자동으로 폴딩되면서 앞으로 움직여 3열 접근이 쉽게 됩니다.
주행 성능은 제가 그렇게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고 조용한 걸 최고로 여기는 사람이라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전문가들의 3세대 리뷰를 몽땅 다 읽어봤는데 모두 다 정숙함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동의합니다. 110킬로로 달려도 도로 상태만 좋으면 속도감을 못 느낄 정도입니다.
핸들링은 전자식으로 바뀌었는데, comfort/normal/sport 모드로 핸들의 무게감을 조절할 수 있고 트랜스미션 변속 지점도 조절이 됩니다. 0-60mph (제로백)은 6.5초 정도로 준수한 편입니다. 290마력인데, 무게가 2세대애 비해 많이 줄어서 토크 성능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Q7 같은 탱크에 비하면 무게가 500킬로 이상 가볍습니다. 그래서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차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 풀옵션을 산 건 순전히 ACC(Adative Cruise Control) + LKAS(Lane Keeping Assistance System) 때문입니다. 햇볕이 반사가 되어 잘 안나오는데, 일단 MID 창에 turn-by-turn 네비게이션이 떠서 무척 편리하고요.

LKAS는 차선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핸들을 살짝살짝 돌려줘서 차선 가운데에 차가 있도록 합니다. 실제로 써보면 정말 운전을 도와줘서 핸들 조작에 드는 힘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물론 굴곡이 심한 커브는 되지 않습니다만 일반적인 고속도로/시내에서는 상당히 잘 작동 합니다. 써보니 너무 편라하고 좋네요. 차선이 감지뒤면 차선 모양의 그림이 흰색으로 색깔이 칠해집니다. 최고로 만족스러운 기능이네요.
Adaptive/Active Cruise Control은 다들 잘 아실테니 설명은 필요 없겠고요. 2014 모델부터는 slow-flow라고 앞에 차가 멈추면 자기 차도 완전히 멈추게 합니다. 그리고 앞 차가 출발할 때 버튼 살짝 눌러주면 차가 다시 정해진 속도까지 가속이 됩니다. ACC+LKAS 기능은 미국 같이 직선 구간이 매우 많은 고속도로에서는 최강의 기능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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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많이도 썼네요. 실내 인테리어의 럭셔리함은 인피니티 JX35나 독일차보다는 분명 못하지만 전자적인 기능과 드라이빙은 상당히 우수합니다. 제 생각에는 3세대도 미국에서는 무난히 히트를 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레저 차량이 인기인데 꽤 팔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독일차는 부담스럽고 7명 SUV를 사고 싶은데 약간 좋은 차를 타고 싶다.. 이런 사람에게 정말 잘 맞는 차입니다.

연비는 꽤 좋습니다. 고속도로에서는 AWD 모델일 때 11.5km/L (27mpg)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저는 고속도로/도로 반 정도 구간을 150킬로 뛰어봤는데 대략 9.3km/L이 나오는군요. 연비는 제가 이전에 몰던 2007년 소형 C230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짧은 거리나 아이들 픽업은 최대한 전기자동차 (니산 리프)를 씁니다. 리스 비용이 요즘 너무 저렴해져서 (2년 총 리스 비용이 6천불 혹은 그 이하) 빌렸는데 역시 매우 만족합니다. SUV와 전기차의 조합은 제가 있는 지역(산호세)에서는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혹시나 미국에서 SUV 구입 고려하시는 분이 있다면 도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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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각 모델의 최저가가 어느정도 다 공개되어있기에 어지간하게 왜곡된 딜러를 운 나쁘게 찾아가지만 않는다면 남들에 비해 크게 비싸게 구입하는 일은 이제는 거의 없기도 합니다. 자동차 구입이라는건 미국에서도 상당히 진이 빠지는 중노동이라는 사실은 맞습니다만, 한편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환경이라는 것도 사실인거죠.
물론 말씀대로 다른 나라에 비하면 분명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좋은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늘 차를 사면서도 속은 느낌이 드는 건 굉장히 불쾌합니다. NPR에서 나온 기사를 봐도 미국인이 꼽은 제1의 최악의 경제 활동이 차 사는 것이었습니다. 왜 자동차는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사면 안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는 2013년형 가지고 있습니다.하얀색이고요 저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습니다.
정말 몰면 몰수록 좋은차라는 생각이 드는차 입니다.
겨울이 되어봐야 SH-AWD 환경을 조금 더 테스트 하겠지만요..
축하합니다.
좋은 차,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플러그인 하브라도 탔으면 하는
하이브리드 오너입니다. -_-;
미국같이 소비자의 천국에서는 Acura가 가격 경쟁력이 있을지 몰라도 호주같이 차값이 비싼 나라에서는 성공하기 힘들 듯 싶습니다. 인피니티가 대략 8만불대 포지셔닝인데 도로에서 본 기억이 없네요.
추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