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할 때 차간 거리는 많은 간접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차간 거리 자체, 그리고 차간 거리가 줄어드는 비율 (=뒷 차가 근접하는 속도)를 통해 우리는 아주 많은 간접적 정보를 얻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제가 다니는 고속도로에는 아래 사진과 같이 어려운 구간이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려는 차량 흐름 (노란색)은 고속도로에서 내려오려는 느린 흐름 (청색 점선)에 일단 끼어들었다가, 느린 청색 점선 흐름으로부터 전속력으로 달리는 고속도로 본선으로 타고 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난이도를 더욱 높이는 것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고속도로 본선으로 진입해야 하는 구간이 우로 굽은 선형이라는 점입니다. 선형이 굽었기 때문에 왼쪽 사이드 미러로 봐도 뒷 차만 가득 보일 뿐, 고작 10m ~ 30m 후방 도로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그보다 멀리서 오는 고속도로 차량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끼어들기의 타이밍을 정하기 어려운 곳 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막히는 진출 차량 (청색 점선)입니다.
이 지점을 수십 번 통과하면서 다른 차량들의 거동을 분석해 봤습니다. 이곳에서의 차량 거동을 클리앙에 게시물로 만들어 올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청색 점선인 내 앞에 끼어든 노란색 차량이 빨리 내 앞에서 없어지게 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됩니다.
- 노란색 차량이 왼쪽 사이드 미러로 고속도로 본선을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으면.
- 노란색 차량이 '청색 점선 차로 내에서' 더 많이 가속한 후 차로를 변경할 수 있으면. 이렇게 하면 고속도로 본선 차량에 추돌 또는 민폐를 끼칠 가능성을 줄이거든요.
위의 1, 2번을 충족시키는 조건은 노란색 차량 뒤에 있는 제가 차간 거리를 길게 띄워주는 것입니다. 약 5대 정도 거리로요.
- 그렇게 하면 노란색 차량은 우로 굽은 도로지만 제 차에 가리지 않은 채 사이드 미러로 더 멀리까지 고속도로 본선의 빈 틈을 찾을 수 있습니다.
- 그렇게 하면 노란색 차량은 안심하고 자기 앞차와 차간 거리를 많이 띄우고 대기하다가 그렇게 비워놓은 자기 앞 공간을 이용해서 가속하면서 고속도로 본선으로 차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성공입니다. 이렇게 해서 제 앞 차는 사라집니다.
그렇지 않고 제가 진행 속력이 느린 막히는 진출 차로라서, 끼어든 노란 차 뒤에 차간 거리를 바싹 붙이고 주행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노란 차는 안심하고 자기 앞에 도움닫기 할 공간을 마련하기 껄끄러울 것입니다. 뒷 차가 차간거리를 바싹 붙여서 눈치를 준다는 느낌을 받을테니까요.
바로 뒤에 붙은 제 차 때문에 우로 굽은 도로에서 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덤이고요. 그러면 그 차는 진출하지 못하고 더욱 더 느리게 속력을 떨어뜨리면서 주춤주춤하다가, 그래도 진출하지 못하면 아예 멈춰버릴 겁니다.
청색 점선 4차로에서 아예 멈춰버리면 그 다음은 고속도로 본선에 끼어들 수 있을 정도로 차량이 없는 타이밍까지 기다리는 것은 하세월입니다. 그러면 청색 점선으로 고속도로 진출할 차들도 올스톱 됩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차량 흐름을 저하시키고, 그나마 가능했던 고속도로 진출마저도 막아버리는 것입니다. 황색 차량이 고속도로 본선으로 나가지 못해 진땀을 흘리는 스트레스가 생기고, 조급한 마음에 잘못된 타이밍에 진출을 시도하다가 추돌 사고라도 나면 사고 수습될 때까지 모두 막힙니다...!
그래서 고속도로에서 차량 흐름의 속력이 가능한 떨어지지 않도록 양보해주며 가속할 시간 여유를 주는 것은 하루 하루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길입니다. 주변 차량의 거동을 관찰해 가며 어떻게 하면 모두 덜 짜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길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운전할 때도 비슷한 일들을 겪는데, 한국에서도 제 차 앞에 띄운 차간 거리가 주는 메시지는 다른 차들 (특히 트럭)에게 통하더군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들이 다른 차가 취하는 제스쳐를 알아채는 눈치는 있더군요.
그런 일을 자주 경험했느냐에 따라 눈치(=소통 능력)가 육성되는 정도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사람에게 눈치가 있는 것은 공통입니다.
직접 그들 사이에 섞여서 운전해보면 꽤 크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북미 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전력(歴)이 높은 경우는 상당수 보행자들에게서도 저런 센스가 느껴집니다. 주위 차량 움직임을 무의식중에 파악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