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스페인에서 약 2주 동안 캠핑카를 렌트해서 여행을 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호텔에서 지낸 후 마드리드를 보고, 이후 남부로 내려가면서 주요 도시들을 둘러봤어요. 스페인 남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동부 해안을 따라 올라오는 일정이었고, 확인은 안해봤지만 2000km 이상 운전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국내에서도 캠핑카를 가지고 있어서 캠핑카 여행 자체가 처음은 아니었어요. 물을 어디서 채우고 버리는지, 전기는 얼마나 남았는지, 배터리나 청수 용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 기본적인 관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출국하기 전에는 현지에서 캠핑카 주차장이나 시설을 확인할 수 있는 앱도 미리 알아보고 예약을 했어요. 그래서 출발 전에는 크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어요.
저희가 빌리기로 했던 차량이 바로 전날 사고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예약했던 캠핑카를 당일에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업체에서는 대신 조금 더 큰 캠핑카를 제공해주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수동 차량이었어요. 일반 승용차라면 어떻게든 운전했을 것 같은데 캠핑카는 아무래도 부담이 됐습니다.
차체도 크고 무게도 거의 4톤 가까이 되는데, 낯선 나라에서 2주 동안 수동 캠핑카를 운전할 자신은 없었어요. 캠핑카는 일반 승용차보다 수동 운전이 훨씬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결국 그 차량은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업체에서 호텔을 잡아줘서 하루를 자고, 다음 날 원래 계획했던 것과 비슷한 차량을 받아 여행을 시작했어요.
시작부터 일정이 하루 꼬이기는 했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캠핑카 여행을 많이 해본 경험도 도움이 됐고요. 스페인은 도심만 벗어나면 생각보다 교통량이 많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에 올라가면 크루즈컨트롤을 100km/h 정도에 맞춰놓고 편하게 이동했어요.
어댑티브 크루즈도 없는 차량이었는데 이상하게 운전 피로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도로도 여유가 있었고, 이동하면서 보는 풍경 자체가 좋다 보니 운전하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어요.
캠핑카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도대체 어디에 차를 세우고 자야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 부분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주요 관광지 근처에서 Caravan Parking Area, caravan parking, campervan 등등 검색하면 대부분 한 곳 정도는 나왔습니다. 어떤 곳은 정말 주차만 할 수 있었고, 어떤 곳은 물을 채우거나 오수를 처리할 수 있었어요. 전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도 꽤 많았고, 유료인 곳도 당시 기억으로는 우리 돈으로 2~3만 원 정도를 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성인 2명에 아이 1명이 함께 여행했습니다.
한국에서 캠핑카 여행을 했다면 한적한 곳을 찾아서 노지차박도 했겠지만, 아이를 데리고 낯선 스페인에서 노지차박을 하는 건 조금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가능하면 다른 캠핑카가 여러 대 모여 있는 곳을 찾아서 잤습니다. 꼭 시설이 좋은 곳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캠핑카가 여러 대 있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조금 편했어요.
먹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한국처럼 쿠팡이나 배달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어디서나 대형마트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환경과는 조금 달랐어요. 대신 동네마다 작은 마트가 정말 많았습니다.
스페인은 식당에서 사 먹으면 가격이 꽤 비싸다고 느껴졌는데, 작은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나 생활용품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어요. 현지 사람들이 계속 이용하는 곳이라 그런지 간단하게 장을 봐서 먹기에는 부담이 없었습니다.
렌트한 캠핑카 안에도 기본적인 식기는 있었어요. 그런데 여러 사람이 사용했던 물건이다 보니 솔직히 썩 깨끗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첫날 마트에 가서 저렴한 프라이팬 하나 사고, 접시와 컵 같은 간단한 식기도 그냥 새로 샀어요.
음식 재료는 많이 사두지 않고 이동하다가 마트가 보이면 그날그날 필요한 만큼 샀습니다. 이렇게 2주 정도 생활했는데 먹는 것 때문에 불편했던 기억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캠핑카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일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보고 마드리드로 이동하고, 다시 남부로 내려가면서 여러 도시를 둘러봤는데요.
이동하다가 풍경이 멋있으면 그냥 차를 세웠어요.
호텔을 예약해 놓으면 ‘오늘 몇 시까지 저기까지 가야 하는데’, ‘체크인 시간이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캠핑카는 그런 게 없었습니다. 짐을 다시 싸지 않아도 돼요, 스페인 이탈리아 같이 큰 나라를 한번에 볼 경우 도심 이동간에 짐을 다시 챙긴다는것도 귀찮은 일인데, 캠핑카 여행은 그런 번거로움이 없습니다.
오늘 조금 덜 가면 근처에서 자면 되고,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조금 더 머물러도 됐어요. 반대로 생각보다 볼 게 없으면 바로 다음 도시로 이동하면 됐고요. 아이가 잠들면 저희 부부는 맥주한잔을 하며 내일은 어디가볼까 등을 찾곤 했어요.
특히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는 이런 자유로움이 정말 좋았습니다.
저희 아이와 해외여행을 꽤 여러 번 다녀왔는데, 지금도 예전에 갔던 여행 이야기를 물어보면 항상 이때 했던 캠핑카 여행 이야기를 합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봤던 것보다 캠핑카를 타고 같이 이동하고, 차에서 밥을 먹고 자고, 가다가 멋있는 곳이 나오면 그냥 멈춰서 구경했던 기억이 더 많이 남은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캠핑카 여행이 호텔 여행보다 편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공간도 좁고, 물과 전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오수도 직접 처리해야 하고, 차에서 자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캠핑카 사용법이나 현지 주차 시스템, 물과 전기를 어디서 보충하는지 정도만 조금 공부하고 간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여름이나 한겨울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캠핑카는 결국 차량이다 보니 냉난방이나 물 사용에 제약이 있어서 너무 덥거나 추운 시기에는 장점보다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계절만 잘 선택한다면 가족여행으로도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외국에서 캠핑카를 빌려서 2주 동안 돌아다니는 게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차에 가족이 타고 있고, 먹을 게 있고, 잘 곳도 있으니까요.
그날 어디까지 갈지만 정하면 됐습니다.
그리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그냥 멈추면 됐어요.
저한테는 그게 캠핑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목적지만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도 여행이 되는 것 같았어요.
저는 은퇴하고 나서 꼭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캠핑카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거예요. 지난 여행을 통해 그 바램은 더욱 강해졌고, 자신있어 졌어요. 외국도 사람사는 곳이고, 그곳에 있는 캠핑카 여행객들은 저에게 든든한 친구들이고, 든든한 이웃이였습니다. (사실 치안걱정만 빼면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스페인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2주가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언젠가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캠핑카를 타고 여러 나라를 천천히 돌아다녀보고 싶습니다.
폭스바겐 캘리포니아급..클래스B 미니밴으로 차박 캠핑으로 다니면. 도시내에서도 이동자유도가 더 올라갑니다 ㄷㄷ
물론 클랴스c 차량으로 다니면 거주공간이 넓어서 편해서 교외이동이면 좋구여..
캠핑카로 유럽 일주여행다니는것도 잼날거 같아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