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자동차는 저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에 사회생활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고, 돈 모으고 등등.... 평범하게 살다 보니 자동차는 주말에 가끔 포르쉐 만들기 사이트에서 911 조합해 보면서 언제 가는 나도...의 로망 그 이상이 될 수가 없었죠.
토요타 86이 처음 나왔을 때 정말 사고 싶었습니다. 처음 운전 배웠을 때는 90년대니 당연히 수동이었고, 원래 운전은 엑셀을 밟고, 클러치를 끊어주고 기어를 바꾸는 일련의 행동이라고 몸과 마음은 느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평범한 가장 입장에서 4천만원 넘는 86을 살 수는 없습니다. 이후 벨로스터 N이 나왔을 때도 정말 사고 싶었지만 여전히 형편은 같습니다. 물론 세단 승용차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이랑 매주 돌아다니던 시절에 세컨카는 감히 생각도 못했고 오히려 카니발을 사야 되나 고민했던 시기였습니다.
한참 해외출장 다닐 때 유럽에 가면 렌터카를 무조건 수동으로 신청했습니다. 렌터카 매장에서 동양인이 돈이 없어 수동 신청했나 싶어 너에게 호혜를 베풀어 자동으로 바꿔 주겠다고 하면 수동으로 내놓으라고 요청해서 신나게 타고 다녔습니다. 그때마다 역시 차는 수동이다. 언젠가는 꼭 수동차를 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 워너비는 BMW 1M 수동이었죠..
그러다가 아반떼N이 처음 나왔을 때 정말 사고 싶었습니다. 아반떼에 관심은 일도 없지만 수동, 고사양 모델만으로도 충분 했습니다. 여전히 대출은 많고 아이들 돈 쓸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언감생심 꿈도 못 꿨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아반떼가 단종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불확실하지만 수동은 더 이상 출시가 안된다는 소문을 듣고 결정을 했습니다. 돈은 내년에도 없고 내후년에도 없다고, 그리고 정말 돈이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 현직에 있을 때가 가장 돈을 많이 벌 때가 아닌 가 하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매장에 가서 아반떼N 수동을 구매했습니다.
그리하여 25년 11월에 출고해서 이제 10개월 남짓 탔습니다.
소감은 ‘매우 좋다’입니다. 작은 자체에 수동기어인 아반떼에 앉아 있다 보면 20대인 90년대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집안이 잘 살았는지 20대부터 차를 몰고 다녔고 90년대~2000년대에는 당연히 수동 이였고 저의 청춘과 자동차는 매우 중요한 추억으로 아반떼N을 통해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좁은 차체에서 기어를 바꾸고 차를 몰고 있으면 옆에는 이제는 기억도 희미한 예전 여자친구가 옆에 앉아 있고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차를 뽑고 한동안은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젊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이게 회춘이라는 걸 느꼈고 수동차는 저에게 과거로 돌아가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제는 좀 희미해졌지만 처음 아반떼N을 탔을 때 그것 만으로도 회춘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클러치를 밟고, 철컥, 철컥 하는 기어가 들어가는 소리, 기어 바꾸기 전의 저항, 속도나 상황마다 고민해야 하는 기어의 변화, 끊임없이 손발을 움직여야 하는 번거로움. 이게 운전의 본질이고 자의적으로 움직임을 통해 이동을 하는 유전자가 사람의 몸에는 각인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아반떼N은 현대가 한국 고객에게 주는 선행이고 이제는 물가가 올라서 정말 비싼 차인가 싶은 감사한 모델입니다. 신형 CN8 가격을 보면 3천만원대 아반떼 N의 가격은 정말 고마울 따름이고 더 이상 수동을 생산할 까 싶은 상황을 보면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주식도 없고 돈도 없지만 올해 반도체 주식을 보면 3천만원 돈이 하찮게 보이기도 하고 고가 시계나 가방 값 만도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꿈에 그리던 시빅R이나 GTI 이상을 차를 타는 것 같아 매우 만족합니다.
- 그럼에도 가족은 다 부끄러워 합니다. 다 타기를 거부하고 타다가 내리면 얼굴 가리고 내립니다.
- 가족은 수동차의 시동이 꺼지거나 뒤로 밀리는 상황에 매우 두려워합니다. 원래 운전이 기술이라는 점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 현 아반떼N은 신형이라서 생각보다 타기 괜찮습니다. N 모드는 부담스럽지만 일반모드는 충분히 탈만 합니다.
- 마력이 충분하지 않은데 오히려 장점입니다. 280마력이라는데 실제로는 확실히 낮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좋습니다. 엔진 출력을 뽑아내는 느낌이 좋습니다. 출력이 높아 미친 듯이 나가면 공도에서 탈 수가 없는데 RPM을 끝까지 올려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느낌, 매우 칭찬 합니다.
- 전륜인데 코너링이 신기 합니다. BMW 같은 독일차의 레일 위를 달리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붕 떠 있는데 타이트 하게 돕니다. 이질적인데 일단 휙 도니까 신기 하긴 합니다.
- 안타깝게도 서울에서는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지방의 도로로 나가야 되는데 서울 시내에서 외곽으로 빠지기 위에 소모되는 시간이 너무 커서 외곽에 잘못 갑니다. 특히 돌아올 때. 30분 드라이빙을 위해 2시간을 소비하는 느낌. 지방에 거주하면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 음주를 즐기는데 대리가 부담스러워 약속 때 못 가지고 갑니다. 대리 or 발렛 직원 중 30대 이하는 수동 운전 잘 못 합니다.
- 대리운전, 가족의 불편함, 업무 목적 등으로 원래 차-G80-를 타지 아반떼N을 타기 쉽지 않을 까 싶은데 10달 동안 5천키로를 탔습니다. 업무적으로 주중에는 전혀 타지 않음에도 5천키로 넘게 탔다는 점은 세컨카의 수요가 충분하다는 생각 입니다.
아반떼 N처럼, 너무 비싸지 않은 차로 즐기는 행위는 더 즐거운 것 같습니다. 비싼 고성능차라면 혹시 사고 나면 큰일나니까 조심해야지 하는 압박이 있을테고 (재벌이 아닌 다음에야...), 큰 타이어나 고성능 클러치는 유지비도 비싸고, 4도어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탈 일이 있을때는 가지고 다닐 수 없어서 즐길 기회도 줄어들테고요.
정말 재밌는 차였는데, 가족의 평화를 위해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