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에 있을 때 운전하고 다니는 차는 무틴팅입니다. 틴팅이 명백한 불법이던 시절에 출고한 차거든요.
이 차로 다니면 불편한 것 보다는 안전한 것이 많습니다.
- 밤에 시내 서행 중 오른쪽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가 언제 앞으로 나올지 / 나와도 될지 서로 눈치 보다가 제가 오른쪽 뒤로 돌아보니까 오토바이 아저씨하고 눈빛을 확인한 후 아저씨가 안심하고 앞으로 나와 사라지기도 하고.
- 골목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려고 할 때 제 차와 같은 방향으로 인도로 걸어오던 사람들이 제가 먼저 가도록 멈추는 것과 제가 사람이 먼저 지나가도록 멈추는 것 둘이 애매하게 중복되었을 때 손짓으로 먼저 가라고 해서 사람 먼저 보내기도 하고.
-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요원에게 손으로 방향을 가르키며 "이 쪽으로 가요?"라고 입으로 표시하면 주차요원이 가라고 신호하기도 하고.
- 제가 우회전할 때 인도에서 사람이 멈춰 기다려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손 들기도 하고.
- 좁은 골목길을 갈 때 보행자가 옆으로 비켜주면 제가 지나가면서 고맙습니다 하고 손 들기도 하고요.
고맙습니다, 실례합니다 라는 말을 사람 대 사람 관계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네요.
요즘 한국은 고맙습니다, 실례합니다라는 말이 성인으로 갈수록 드물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잘 하지만, 고등학교와 성인으로 올라가면서 입을 닫는 사람들이 적지 않네요. 이렇게 입을 다물고 대인 관계를 닫아버리는 사회 습관 속에서는 짙게 틴팅된 차가 "평소의 불소통과 잘 맞는"것이고, 무틴팅 차에서 얼굴을 내밀고 다니는 것을 도리어 어색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