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도로를 보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왜 미국에는 완성차 미니버스가 없을까?"
미국에서는 완성차 미니버스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미니버스라 함은 당연히 현대, 대우에서 만드는 카운티, 그린시티, 레스타 같은 차를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설계, 개발, 생산하는 자동차죠.
반면 미국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이런 의아함이 들 수 있습니다. 왜 미국에는 뭔가 얹어놓은 듯한 버스들만 보일까? 분명 그릴의 마크는 포드, 쉐보레인데 모양은 제각기 다른 이 버스들.
네, 그렇습니다. 이들은 "Cutaway van chassis"에 여러 바디빌더 업체들이 바디를 올려 만든 버스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미니버스들이죠. 미니 코치(Mini coach)라고도 부릅니다.
이들의 탄생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자동차 제조사들이 위와 같이 뼈만 있는 차를 만듭니다.
뼈스라고 불러야 할 것 같지만 정식 명칭은 Cutaway van chassis 입니다. 한국에선 섀시캡이라고 하죠. 현대 포터 섀시캡 등으로 가끔 보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식으로 뼈만 있는 차를 만드는데 이는 미국, 유럽 모두 동일하지만 그 이유는 조금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아래에서 더 다루겠습니다.
이런 컷어웨이 섀시 차량으로 가장 유명한건 포드 E 시리즈입니다. 위의 1, 3번 사진이 E 시리즈이지요. 이 차도 동사의 F 시리즈 픽업트럭처럼 체급에 따라 350, 550 등의 숫자가 붙습니다. 1992년 출시 이후 페이스리프트와 엔진 변화 등 약간의 개량만 거쳐 무려 30년 넘게 울궈먹는 장수 모델입니다. 쌍용 이스타나가 1995년 출시됐으니, 이스타나보다 3살이 더 많군요. 심지어 단륜에선 휠도 90년대의 못생긴 스틸 휠 그대로입니다...
과거엔 E 시리즈도 포드가 직접 밴으로 판매했으나 모델 노후화에 따라 밴 모델은 단종되고 신형 모델인 포드 트랜짓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섀시만 판매되고 있죠.
뒷모습을 보면 비닐이 붙어있는게 의아하실텐데요. 왜냐면 어차피 캡을 얹어 운전석과 연결하기 때문에 막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차들은 이런 바디빌더 공장으로 갑니다. 이 회사들은 주문 사양, 자사의 라인업 모델 등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차량을 만듭니다.

개중엔 이런 특장차도 있고요. (위 차량은 포드 F 시리즈 헤비 듀티 트럭)

이런 멋진 캠핑카가 되기도 하고,

이런 육중한 방탄차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버스를 찾으러 왔죠. 미국에서는 미니버스의 대규모 수요가 그리 높지 않아 아래와 같은 바디빌더 제조 버스가 주를 이룹니다.



이들 차량은 수요에 따라 그 사양이 천차만별인데요. 15인승 내외의 E-350 기반 소형 버스부터 인터내셔널 트럭 기반의 40인승 이상 대형 버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휠체어 램프가 있는 차량도 있습니다. 후문의 비상문은 거의 대부분 있고요.
종종 스쿨버스로도 보입니다. 특히 대형 스쿨버스가 다니기 어려운 대도시권에서는 이런 미니버스를 도색, 조명, STOP 싸인 등을 장착하여 스쿨버스 사양으로 만든 차들이 자주 보입니다.
이 차들은 그리 싸지 않습니다. 회사와 사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20인승대 버스는 신차 기준 10만 달러가 훌쩍 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차들은 섀시만 해도 4만 달러가 넘는 차들이니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는데요. 왜 미국에선 이런 비싸고 믿음직하지 못 해 보이는 싸제 버스를 쓰는걸까요?
저도 호기심이 생겨 많이 찾아봤는데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첫째로 미국은 바디빌더 시장이 크고, 큰 기업도 많습니다. 이들 회사들은 역사가 아주 길기도 하고요. 이런 바디빌더 회사들은 이전부터 꾸준히 여러 바디를 만들어 왔고, 구급차 등 여러 상용차를 만들며 시장 확장을 노리다가 버스로 눈길을 돌렸다고 하네요.
때문에 한국과 달리 이들의 업력과 노하우가 출중해 퀄리티 면에서 완성차 버스에 뒤지지 않습니다. 저도 대학 셔틀, 관광지 셔틀 등으로 여러 번 타볼 일이 있었는데 차량의 만듦새는 일반 완성차 버스 대비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둘째로 미국 미니버스 시장은 한국과 달리 개별 수요의 주문량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령 한국에서 버스 회사 고객이라 하면 수백 대를 운용하는 대중교통 버스 회사, 수십 대를 운용하는 전세버스 회사, 그 외에도 학원, 교회 등 소규모 수요처가 아주 많습니다. 특히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고 거부감이 적은 나라에서 대중교통 회사들은 버스를 수요에 맞춰 한 번에 수십 대씩 뭉텅이로 계약하죠.
그렇기 때문에 완성차 제조사의 소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미국과 같은 선택권은 줄어들지만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추고 사후지원과 유지보수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한국과 같은 대규모 수요처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주문자가 요구하는 사양도 크게 다르고요. 즉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선 직접 뛰어들 만큼 규모가 크고 수요가 일정한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기는거죠. 때문에 단가는 비싸지만 주문자 수요에 맞출 수 있는 바디빌더 제작 버스들이 주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미니버스들은 10만 달러가 넘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현대 카운티는 높은 사양으로 출고해도 9천만 원 이하이지요. 일본의 토요타 코스터 역시 비슷한 수준입니다. 역시 대량 양산의 힘은 대단합니다.

한편 유럽에서도 벤츠 스프린터 등 LCV를 기반으로 만든 미니버스 등 섀시캡 바디빌더 차량이 종종 보이는데요. 그 이유는 사뭇 다릅니다.
왜냐면 유럽은 국가 별 법규가 천차만별이고 전폭, 전고에 따른 제약도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LCV인 벤츠 스프린터, 포드 트랜짓 등도 높이와 길이를 L1, H1 등으로 옵션화해 판매합니다.
현대 쏠라티가 쫄망한 이유가 이 탓인데요. 쏠라티는 이런 선택권 없이 오직 장축, 하이루프 단일 사양으로만 내놓아 유연성이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외면받았고, 정작 본국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큰 크기와 비싼 가격으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현대 입장에선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들이는 만큼 다품종 공급에는 조심스러웠겠으나 너무 소극적으로 나서다 아까운 개발비만 공연히 날린 셈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시장은 몇몇 강자들이 꽉 잡고 있어 유럽에서도 닷지-벤츠 등 여러 제조사들이 배지 엔지니어링으로 동일 모델을 돌려 쓰는 등을 보면, 신흥 모델이 파고들기 쉬운 시장은 아니란 생각이 드네요.


의외로 이런 바디빌더 제작 버스는 한동안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2층버스들이 그랬습니다. 한국의 도로교통법에선 전폭 기준이 2.5미터로, 2.55미터인 대부분의 나라들보다 미세하게 좁아 미국, 유럽 대형버스를 직수입할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2017년 광역버스의 2층 버스 도입 때 MAN, 볼보의 차대를 기반으로 각각 스페인과 중국의 바디빌더 업체가 바디를 만들어 한국에 2층버스를 납품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볼보 버스는 덜떨어진 출력과 주행 안정성으로, 만 버스는 심각한 엔진 결함으로 수십억의 수리비를 퍼부어가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반복하다가 조기폐차가 되어버렸으니, 이제는 이런 바디빌더 버스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네요. 이제 2층 버스도 현대 일렉시티 2층버스로 대체되며 국산 완성차 버스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것 같단 생각은 듭니다만.
미국이라고 학교마다 스쿨버스를 커스터마이징할리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출발한차가 스위스 독일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까지 갈 수 있는게 유럽인데 LCV정도 사이즈로 각국의 규제에 의해 문제가 생겨 쏠라티가 안팔렸다는 주장도 좀.. 사실과는 많이 다른거같고요
미국식 섀시캡 버스는 거의 미국이나 개도국만 씁니다. 유럽에서 많이쓰는 LCV도 출고 후 고급사양으로 개조를 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제조사에서 투어러, 패신저밴 등의 이름으로 승합사양을 제공합니다.
저는 정반대로 한국은 코치빌더들이 사업해서 수익을 얻기위한 충분한 수요가 없고, 완성차업체가 만든 차를 선호하는 문화적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굴당만 해도 섀시캡 버스가 어린이 보호차량으로 나타나면 저거 안전한거냐는 얘기 나올걸요. 카운티도 마이티 차대에 버스캐빈 올린거지만 말입니다
유럽의 LCV 시장에서 쏠라티가 규제 문제로 안 팔렸다는건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쏠라티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너무 없는 차였고 쟁쟁한 경쟁 모델 사이에 메리트가 없으면서 선택 사양도 모자라니 밀릴 수 밖에 없는 경우였죠.
물론 한국에서 섀시캡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반면 미국에선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뒤에 타보니 승용차들 교통흐름에 맞춰서 의외로 잘 달리더라구요 시원하게 나가고 승차감도 생각보다 나쁘지않았던 ㅎㅎ
카운티나 옛날 콤비 같은 스타일의 미니버스는 일본영향을 받은 느낌
이 버스들은
보통 4기통 논터보 가솔린 차들 기준 가속시 rpm 3-4천 정도 쓰는 미국 외곽 교통흐름을 여유있게 같이 타더라구요
한번은 렌트한 도요타 코롤라로 어두운 새벽길을 달려 일출보러 가는데 같은 목적지로 가는 저 버스가 생긴것과는 다르게 상당한 순발력으로 코너와 언덕을 슝슝 달려가길래 잘 따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은 논터보라고 해도 타국 사양보다 배기량이 약간 높고(엘란트라는 2.0, 쏘나타는 2.4) 도로가 직선이라 교통 흐름이 빠른데 도로망이 곧 이동수단 그 자체인 미국 특성상 저런 버스들도 고속도로를 자주 다니다보니 그에 발맞춰 출력이 상당합니다.
다만 승차감은 레일 궤도에서 돌아다니는 2층 트램이 월등히 좋았고요.ㅎㅎ
몇년후 남양주에서 잠실이라고 써 있는 2층버스를 마침 등촌동역까지 가야되니 그냥 타보며 우리나라도 2층 버스가 있구나 감탄하고, 서울 야경을 즐기다 제가 사는 대전 광역시에 2층 버스는 언제 보나 생각했는데,
몇년뒤에 B1이라고 써 있는 대전역 <--> 오송역을 오고가는 버스가 가끔 2층버스로 돌아 다니더군요.
우리나라도 예전에 부산 자일대우버스 공장에서 버스 프레임과 엔진만 만들고 운전석 핸들, 대시보드와 시트만 장착하고 해당 상태로 운전해서 배에 선적해서 수출하는게 잠깐 화제가 되었었죠.
껍데기는 수입해간 국가에서 제작해서 올린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