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2023년 7월에 제 단골 사설 정비소에 4만마일 점검을 맡겼을 때였습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액 교체, 전자식 LSD 오일 교체 등 제가 하기 싫은 (옛날에는 했는데요) 작업들이 있어서 그냥 맡겼습니다.
정비소에서 전화가 와서는 주문하신 작업 외에 브레이크도 바꿔야겠다고 하네요. 많이 닳았답니다. 그래서 제가 주저하니까 정비소에서 일단 앞만 바꾸시고, 뒤는 좀 있다가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해서, 그 말에 따라 앞 브레이크만 정비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제 뒷브레이크 정비가 남은 것입니다. 그 후로 8개월이 지나서 2024년 3월이 되었습니다.
또 정비소에 맡기자니, 지출이 아까웠습니다. 작년 초에 제 딸의 차 터보차저 교체 {폭스바겐 본사에서 좀 봐줘서 1500불 (200만원) 로 막음}, 딸의 차 앞유리 교체 500불 (67만원), 제 GTI 4만 마일 정비 1840불(240만원) 등 차량 유지비가 많이 들었거든요. 금년에 이 뒷 브레이크 정비를 맡기면 600~700불(80만원 ~ 100만원)은 받을 겁니다. 그래서 좀 귀찮더라도 자가정비 하기로 했지요.
부품을 사 모읍니다. FCP Euro에서 사제 부품으로 저가형 브레이크 로터와 저가형 패드입니다. 저 로터 브랜드는 딸의 차 브레이크를 정비할 때 사용했는데 괜찮았었길래 제 차에도 사용합니다.
패드는 세미 메탈릭이나 세라믹이 아닌 유기질 바인더 종류로 고르다 보니 저 제품입니다. TRW 브랜드는 한국에는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이름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입니다.
차를 들어올리고 바퀴를 뺍니다.
바퀴를 뺐을 때 로터가 덜렁거리지 않게 잡아주는 고정 나사를 풉니다. 예전에 다른 차에서 이런 나사가 녹슬어 쩔어붙어서 잘 풀리지 않는 것을 임팩트 드라이버로 뺄 때 비트가 부러지면서 그 조각이 제 눈 바로 옆을 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후로는 정비할 때 항상 눈 보안경을 씁니다.
이 차는 나사가 녹이 슬지도 않아서 싱겁게 나사가 빠졌습니다.
브레이크 캘리퍼를 브라켓에서 풀어냅니다. 아래 사진은 작업 후 재조립할때 찍은 것이라서 로터가 새것으로 붙어 있지요.
이 작업을 할 때는 고정측 나사를 제2의 렌치로 잡아주면서 제1 렌치를 돌려야 하는데, 고정측 6각 머리가 좁기 때문에 폭이 좁은 렌치가 필요합니다. 저는 몽키 스패너는 두꺼워서 들어가지 않았고, 가지고 있는 다른 렌치가 좀 좁아서 간신히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캘리퍼 고정 볼트를 빼낼 때 꽉 잠긴 것을 풀어낸 후에도 3바퀴 정도 계속 힘을 줘서 돌려야 풀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나사산에 prevailing torque 처리를 했다는 증거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남아있는 회녹색 약품입니다.
Prevailing torque (프리베일링 토크, 지속 토크)형 나사산은 일반 나사산처럼 꽉 체결되기 전에는 슝슝 돌아가는 나사산이 아니라 마찰을 받으며 돌도록 처리한 나사산입니다. 주 용도는 뭔가를 아주 꽉 내리누를 필요는 없지만 진동이나 왕복운동의 원인으로 나사가 미세하게 움직이며 풀릴 위험이 있는 부분입니다. 즉, 목적상 아주 큰 토크로 죄어서 나사의 마찰력으로 풀리지 않게 할 필요가 없고, 그렇게 하면 오히려 풀기 힘들어지기만 한다던가 피착물이 뭉개진다던가 하여 기피되지만, 풀리지는 않아야 하는 부분에 사용합니다.
저번에 딸 자동차를 정비할 때는 사제 부품회사에서 자체 구성한 브레이크 오버홀 키트를 구입했더니 저 캘리퍼 볼트를 새로 교체하라고 부품이 들어있더군요. 그 교체용 볼트에는 prevailing torque 약품이 발라진 채로 제조되었습니다. 저 약품은 공장에서 에폭시 수지 가루를 뿌린 후 살짝 가열하여 녹여서 나사산 사이에 들어가게 만든 약품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prevailing torque 또는 상응하는 처리를 하면 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나사를 재활용했습니다. 사용한 약품은 록타이트 블루라고 흔히 말하는 242 약품입니다.
이 약품은 특이한 전용 접착제로서,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경화됩니다.
- 금속 이온과 접촉한 상태에서
- 공기가 차단될 것
1번 조건은 저 접착제가 튜브 안에서 스스로 경화되지 않도록 해 줍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튜브는 10년도 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2번 조건은 나사에 바른 직후 너무 빨리 경화되지 않도록 합니다. 반드시 나사가 체결되고 나사산 부위에 공기가 닿지 않을 때 그제서야 경화됩니다.
록타이트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242 블루와 271 레드입니다. 블루가 접착력이 약하고 레드가 강합니다. 블루는 일반 수공구로 풀 수 있는 수준, 레드는 전동 공구로 노력해야 풀 수 있는 수준입니다. 위 용도에는 블루면 충분합니다. 원래 볼트도 제가 수공구로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거든요.
재조립시 록타이트 블루 약품을 바른 볼트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다시 원래 정비 이야기로 돌아와서, 헌 패드를 빼냈습니다. 왼쪽이 헌것입니다.
패드 마찰재의 두께는 헌것이 6mm, 새것이 11mm 입니다. 정비소의 작년 호들갑과 달리 뒷바퀴는 당장 교체할 수준은 아니었네요. 다음번 대정비 시점인 8만마일까지 탈 만큼 남은 것은 아니니까 그 전에 오지 마시고 지금 4만 마일 시점에 교환하라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브레이크 캘리퍼 방식인 플로팅 캘리퍼는 피스톤이 직접 누르는 안쪽의 마모가 간접적으로 눌려지는 바깥쪽 패드의 마모보다 빠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인지 확인해 봤습니다. 안팎 패드의 마모량은 동일한 것으로 봐서, 문제가 없는 상태네요.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할 때는, 얇아진 패드를 버리고 두꺼운 패드를 넣는 것이라서 브레이크 캘리퍼는 헌 패드가 닳을 때마다 조금씩 전진 대기했던 피스톤이 두꺼운 새 패드에 맞춰 후진해야 합니다. 브레이크 패드 교체 정비를 할 때 피스톤을 속으로 밀어넣는 것이죠.
그런데 제 차는 주차 브레이크 방식이 와이어가 뒷바퀴 캘리퍼 속에 있는 큰 나사를 돌리면 그 나사가 패드를 짓누르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패드를 교환할 때 캘리퍼의 피스톤을 반대로 돌려서 나사산을 역방향으로 돌려서 피스톤을 밀어넣어야 합니다. 많은 차들이 아래 인터넷 사진처럼 롱노즈 플라이어 끝을 피스톤 홈에 끼우고 맨손으로 쉽게 돌아가는데 이 폭스바겐은 피스톤 회전이 너무 뻑뻑해서 안 돌아갑니다. 여기서 제1 난관 에 봉착했습니다.
저도 현대 엘란트라를 포함해서 다른 차들은 이렇게 했는데, 이 GTI는 너무 뻑뻑해서 안 됩니다.
그래서 GTI 뒷브레이크 정비 유튜브를 보니 전용 공구를 사용하랍니다. 그래서 단골 자동차 부품가게에 가서 브레이크 정비 전용 공구를 빌렸습니다. 그 부품가게 체인은 사람들이 가게에 자주 오도록 사용빈도가 적은 이런 전용공구 여러가지를 빌려줍니다.
빌려줄 때는 저 공구 세트의 신품 가격을 내고 구입하는 형식이고, 반납할 때 소비자가 물건을 반품하는 것으로 처리하여 환불해주는 식입니다.
공구를 사용해도 뻑뻑하네요. 10분쯤 들여 천천히 돌려서 피스톤을 밀어넣었습니다 피스톤 테두리의 주름고무와 공구의 나사산 전진 길이를 보시면 얼마나 밀어 들어갔는지 가늠하실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할 때 캘리퍼 피스톤을 밀어넣는 작업 때문에 두가지 더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피스톤을 밀어넣을 때 주사기 피스톤을 밀어넣으면 액체가 튜브를 통해 이동하듯 브레이크액이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브레이크액은 엔진룸에 있는 브레이크액 저장통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의하지 않으면 브레이크액 저장통이 흘러 넘칩니다.
저는 작업 후 한쪽 바퀴를 작업할 때마다 살펴봤고, 그 결과 MAX 선보다 약간 위로 넘은 양은 주사기로 빼내줬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작업 후 캘리퍼에 발생하는 유격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유격은 원래 브레이크가 작동할 때는 0인데, 패드 교체를 하면서 캘리퍼 피스톤을 끝까지 밀어넣었기 때문에 유격으로 나타납니다.
캘리퍼 피스톤을 끝까지 다 넣지 않으면 유격이 없을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 캘리퍼를 두꺼워진 패드 위에 씌워 조립할 수가 없습니다.
이 유격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브레이크 패드 교체후 저 유격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브레이크 페달이 1~2회정도 끝까지 힘없이 들어가고, 페달의 펌프질은 저 유격을 없애는 움직임으로만 사용될 뿐, 저 브레이크 및 유압에 연결된 다른 브레이크 모두 패드를 짓누르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패드 교체 후 차를 최초로 이동할 때 브레이크 페달이 힘없이 들어가고 차가 멈추지 않아서 접촉사고가 나는 일이 있습니다.
이 유격으로 인한 접촉사고를 방지하려면 차를 움직이기 전에 페달을 3 회정도 끝까지 밟아서 유격이 모두 없어지도록 펌프질합니다. 유격이 없어지면 페달이 끝까지 힘없이 들어가지 않고 정상적인 위치에서 힘을 받아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경우는 캘리퍼에 주차브레이크 레버도 연결되어 있었으므로 주차 브레이크 레버도 2~3 회 끝까지 당겨줘서 캘리퍼 내부 주차브레이크 장치의 유격을 제거해 줘야 주차브레이크 레버도 힘없이 다 올라가지 않고 정상이 됩니다.
그 다음 정비는 캘리퍼 브라켓 탈거입니다. 패드만 교체한다면 필요 없는 일이지만, 디스크 로터를 교체할 때는 이 브라켓을 탈거해야 로터를 꺼낼 수 있습니다.
탈거한 빨간색 브라켓입니다. 밑에 보이는 볼트 2개는 그 브라켓을 차에 고정하는 볼트입니다. 이만하면 녹이 덜 슨 것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겨울에 암염을 뿌려서 제설하는 지역이라서 녹 발생에 아주 나쁜 지역인데 모래가 날리고 소금물 안개가 튀는 부분에서 겨울 다섯번에 저 정도면 선방한 것이지요.
녹에 대해서는 한국차가 일본 또는 독일차에 비해 뚜렷한 열세에 있습니다. 수출형 한국차라고 해도 저런 볼트류는 일본이나 독일차에 비해 훨씬 빠르게 그리고 깊게 녹이 습니다. 풀어낼 때 녹에 쩔어서 고생합니다. 일본차나 독일차는 볼트류에 한국차보다 비싼 녹방지 코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클리앙 게시물 그림 최대 업로드 갯수를 초과해서 두번째 글로 이어입니다.
차고가 있어도 저는 못할거같네요..ㅜㅜ
정비하는 지인들 옆에서 구경하는 느낌으로 보고있으니 재밌네요 ㅋㅋㅋ
소모품 교환하고나면 양치질한것마냥 개운해집니다 ㅋㅋ
“브레이크 메인터넌스의 정석” 정말 잘 봤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런 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휠하우스 내부 상태가 매우 좋네요. 부럽네요.
Volkswagen 후륜 캘리퍼(ATE ?) 피스톤에는 부트 쪽에 “숨구멍”이 있습니다. 초보자가 리스토어하기는 좀 어렵죠.
유압라인(순정) 상태가 매우 좋아 보이네요.
저는 디스크 교체할 때, 애프터 최고봉인 Goodridge 것으로 교체했습니다.
간만에 읽을거리를 봤습니다.
자가정비를 하다 보니 직접 들여다볼 일이 많아서 큰 고장이 나기 전에 손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Goodridge라는 회사 정보는 처음 들었는데, 검색해 보니 유압호스 계통으로는 한 우물인 회사군요.
저 “숨구멍” 위치가 아래쪽에 위치하면, 기포 참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컨티넨탈(ATE)왈 모든 “Fist-type”, 독3사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후륜캘리퍼의 공통사항입니다.
결제-환불 절차로 빌려간 후 반납하지 않을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테고요.
사용빈도가 낮은 공구들 쓰기 좋은 시스템이네요.
덕택에 저는 쇼크업소버 교체시 스프링 압축용 공구 등 한국에서라면 쓸 수 없을 DIY 공구를 떳떳하게 빌릴 수 있어서 좋고요.
기술도 일반인 수준을 넘으시고
나사, 기타 부속 자재 등에 대해서도 해박
무엇보다 글을 가독성 좋게 잘 쓰시니까 (아마도 우리말과 영어를 병행하시면서 언어 능력 자체가 수준 높아진 경우 같음)
더할 나위 없이 동종 최고의 글이 나오네요.
아주 잘 보고 모두 상세히 이해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저는 내 손으로 못하겠다고 다시 깨닫고
집에다가 저 판을 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ㅠㅠ
굴러간당에 올리는 후기만 재미있게 읽으시면 됩니다.
이사간 집에 전 주인이 리프트까지 설치하고 전기배선도 480을 넣었다고 인스펙션할 때 알았습니다.
한국에 올 때 비싼 손 도구들을 팔기 싫어서 가져왔는데...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습니다. ㅋ
차고 높이가 얼마나 높길래 리프트가 가능했나요? 제 차고는 천정이 11ft (3.3m)정도로 높은 편인데, 그래도 차를 들어올린다면 아마 차 밑에서 직립 보행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