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전에 올라왔던 보복운전 글을 보다보니 5년전 쯤 제가 겪었던 보복운전 썰이 떠오릅니다.
꽤 오래된 기억이라 조금씩 잘못 적거나 MSG가 쳐진 내용이 있으니 감안하고 보세요 ㄷㄷㄷ;;
제 경우는 정상적으로 차선 변경 중에, 옆차선 20미터정도 뒤에 있던 상대 차량이 자기 앞에 끼는게 싫다고 급 풀악셀 밟아서 순식간에 제 사이드미러 사각지대까지 밀고들어오는 바람에 충돌 직전까지 갔다가 뒤늦게 발견하고 겨우 회피했던게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회피 직후 제가 놀라서 경적 울렸더니, 가해자도 따라서 경적을 울리더니, 여기저기 칼치기 슉슉 하면서 제 차 바로 뒤로 오더군요.
그리고 몇백 미터동안 뒤에서 따라오면서 하이빔+경적+범퍼 박을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몰아붙이면서 운전하기를 시전했었고, 그 후에 옆 차선으로 바꾸더니 창문 내리고 욕설을 하며 위협을 하더니 또 칼치기 슉슉 하면서 제 갈길 가버렸습니다.
다행히 이 모든 과정이 블랙박스에 정확하게 녹화+녹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소하게 딱지나 보내드리려고 상대방이 저 쫓아오느라 깜박이도 안켜고 차선 무리하게 바꾸면서 따라오던 순간을 초 단위로 기록해서 총 몇번 칼치기 했으니 딱지 끊어주세요 하고 국민신문고에 접수했습니다.
그러고 며칠 후, 사건 발생했던 지역 관할의 경찰서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전화를 받으니 담당 형사분이 이거 아무리 봐도 명백한 보복운전인거같으니 조서 쓰자고 하시면서 언제 시간 괜찮은지 물어보시더군요. 지역이 좀 많이 떨어진 곳이어서(편도 150Km정도) 주말 아니면 방문 어렵다고 했더니, 마침 그 주 주말에 자기 당직이니 주말에 방문해도 된다고 하시길래 OK하고 주말에 방문해서 조서 쓰고 왔습니다.
담당 형사분이 젊은 경위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보영상 같이 프레임 단위로 재생하면서 육하원칙 맞춰서 조서 같이 작성했습니다. 조서 다 쓰고 나서 가해자는 어떤 처분을 받는지 여쭤봤더니, 당장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내릴 것이고, 검찰로 사건 넘어갈거니 조만간 검찰에서 연락 올 거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방문하기 하루이틀전에 가해자도 조서 쓰러 출석했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가해자가 처음에는 자기는 이런거 인정 못한다, 자기도 블박 자료 뽑아서 소명하겠다고 날뛰었다는데, 막상 자기 블박 파일을 까봐도 명백하게 난폭운전한게 다 기록되어있었고, 형사님이 당신 이렇게 고집부리다가 합의 못하고 재판가면 처벌도 무겁고, 합의금도 꽤 크게 나올 사안이니 그냥 피해자한테 싹싹 빌어서 합의금이라도 깎는게 좋을거라고 설득(?)했다고 이야기하시더군요.
그 후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고, 형사조정실에서 가해자가 잘못 인정하고 합의하자고 하는데, 합의금 얼마 원하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당시 보복운전 벌금이 대충 200~300 선이었던지라, 250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가해자가 100으로 안될까요 하면서 자기 사정좀 봐달라면서 비굴모드로 나오더군요. 외벌이에 요새 직장 사정도 안좋아서 금전적 여유가 없다, 뒷자리에 갓난아기가 타고있었는데 경적소리때문에 애가 놀라서 빼액 우는 바람에 자기가 잠시 이성을 잃었다, 매 주말마다 애기 데리고 처가 왕복중이라 차 운전 못하면 큰일난다 등등...
잠시 내가 너무 고약한가? 싶었지만 이내 뭔 개소리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팩폭을 좀 날려드렸습니다; 애기 태우고있다는 사람이 자기 차 앞에 누구 오는거 싫다고 풀악셀 밟아가며 방해하고, 깜박이도 안켜고 칼치기 해대고, 경적울리면서 따라오는게 애비가 되서 할 짓이냐고 시원하게 팩폭 날렸습니다.
팩폭 몇마디하니 그래도 개운(?)해져서 그래 좋다 합의금 150으로 깎아주마 그 이하면 그냥 합의안할테니 국고에 벌금 200 내고 애국해라 시전하니 결국 합의금 150 받아들이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더 괴롭히지 않아도 이미 와이프한테 등짝맞고 처가집에서 한소리 듣고 통장도 탈탈 털렸을테니 그정도면 되었겠지 싶더군요.
그 사건 이후 보복운전 신고가 생각보다 꽤 간단하게 되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저기 보복운전 관련 신고 후기글 올라오는거 보면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더군요. 제 담당 형사님은 아주 열심히 피해자편에서 도와주셨고, 밑도끝도없이 화해를 종용한다던가 합의를 종용하지도 않았고, 피해자한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 적도 없는 아주 좋은 분이셨습니다.
문득 다른 형사님한테 사건이 갔다면 검찰은 고사하고 그냥 딱지 한두장만 나가고 끝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백하게 보복운전 요건에 해당하면 FM대로 딱딱 처리하고 넘어가는게 당연한 건데, 이 당연한 절차가 왜 그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경찰력이 모자라서 업무강도가 너무 과중해서 그런건지, 검찰에서 잡범 많이 잡아올리면 경찰에 잔소리라도 해서 그런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