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삘받아 내려간 제주도였는데, 또 마침 모델3가 특가로 나와있길래 냉큼 빌렸습니다.
물론 쏘나타가 1만 원이면 되는 비수기 평일이지만 육지에선 탈 일 없는 외제 전기차를 단돈 6만 원에, 심지어 유류비 0원으로 탈 수 있단 점에서 혹했습니다.
원래는 굴당에 올릴 요량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뒀는데, 시놀로지의 사진을 맥으로 옮기는건 정말 속터져 죽을 일이라 대충 두어 장만 올립니다... ㅜㅜ
대여 시간은 24시간, 코스는 제주 한 바퀴+516도로와 마방목지, 4.3 평화공원이었습니다. 총 250km 정도를 주행했고요.
차종은 2020년식(19년식?) 모델 3 스탠다드 플러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테슬라 덕에 정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최고였습니다.
- 제주도에서 발휘하는 전기차의 진가
여름 제주도는 정말 뜨겁고 덥습니다. 반면 제주도 렌터카는 전면 틴팅을 하지 않은 차량이 많습니다. 물론 안전에는 좋은 일이나 더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지하주차장은 커녕, 그늘이라도 달린 주차장조차 찾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전기차는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내내 에어컨을 틀어둘 수 있습니다.
또한 충전도 너무 편리합니다. 제주도는 육지에 비해 넓지 않고 주요 관광지마다 급속 충전기가 여럿 있습니다. 심지어 주차장도 무료이고요.
처음엔 하필 거미줄 가득한 불량 한전 충전기에 걸려 한참 고생했습니다만, 간단한 요령을 알고 나니 충전도 생각보다 쉽더라고요.
작은 박물관이나 산책 코스 등지에 있는 급속 충전기를 물리고 나갔다 오면 200, 300km 주행거리는 거뜬히 채워집니다. 특히 밤 되면 외곽 지역 주유소, LPG 충전소가 많이들 닫는데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내연차보다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예전에는 차데모 어댑터 뿐이라 정말 어려웠다는데, 다행히 지금은 DC콤보 어댑터가 있어 7개 정도의 충전기를 사용하며 큰 불편을 느끼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호환성을 타긴 하나 쓸 만 합니다. (참고로 렌터카 회사 정책상 슈퍼차저는 이용하지 못 했습니다)
이러니 여행 중에 관광 겸 충전을 하고 돌아다니면 마음이 편합니다. 제주도 전역을 돌기엔 300km 남짓한 주행거리의 모델 3 스탠플로도 충분하고요.
딱 하나 아쉬운게 있었다면 V2L이었습니다. V2L이 있었다면 차박을 위한 각종 장비를 사용하는데에도 매우 편리했을테니까요.
헤어 드라이어와 고데기, 전기포트 같은 것들은 아직 12V 전장으론 사용이 어려운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 점에서는 아무래도 현기차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습니다.
일전에 아이오닉 5를 가지고 댕댕이와 제주 카약 여행을 떠난 분의 글을 읽었는데(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car/17343613),CLIEN V2L의 쓰임새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전자레인지나 에어 프라이어도 사용이 가능하단게 참 부럽더라고요.
국내여행도 캠핑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글을 보고 나니 아이오닉이 사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HDA와 주행거리 등에서 현기 전기차는 아직 아쉬움이 남아, 저는 구입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래에 다시 쓰겠지만 현기 전기차는 현기차에서 구동계만 전기로 바뀐 느낌이 항상 강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익숙해지기 정말 쉽고, 나쁘게 말하면 그만큼 전기차로서의 특색은 무색무취 수준이었습니다. 이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 제주에서 생각 이상으로 정말 편리하던 오토파일럿
제주도는 고속도로가 없고 국도와 시내도로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 탓에 현기차의 경우 HDA가 적용되지 않으며, 조향보조 역시 제주도의 로터리와 구불구불한 도로 등으로 그다지 효용성이 높지 않습니다.
지난 1월 제주 여행에서 IG 그랜저, 모닝, CN7 아반떼를 빌렸지만 이들의 조향보조는 모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쓸모가 없는 수준입니다.
반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매우 편리합니다. 현기 조향보조가 '보조해준다' 느낌이라면 오파는 그냥 혼자 운전합니다. 게임에서 하는 자율보조도 이보단 덜 안정적일 것 같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고 편합니다. 정말 편합니다.
현기 조향보조의 최대 단점이 지들이 생각해도 하도 자주 풀려서 그런지 풀려도 경고하지 않는단 점인데, 테슬라는 아주 적극적으로 경고합니다. 그만큼 거의 안 풀리기도 하고요.
다만 여기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속도 카메라와 연동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정줄 놓고 달리다보면 어느샌가 과속카메라 앞에서 여전히 70으로 씽씽 달리는 오파가 됩니다.(...)
덕분에 눈으로 카메라를 열심히 살피다가 지쳐서, 무선패드에 내내 티맵 켜두고 다녔습니다. 경고음만 들려도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미국에서도 구글 맵 네비게이션에 과속카메라 경고 기능이 있어 좋아한다는 분들이 많은걸 보면 사람 사는건 다 똑같은가봅니다.
- 매우 잘 만든 UX
사실 저는 이 점이 가장 충격이었습니다.
테슬라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화면 하나 떨렁 달린 차! 원가절감 아니냐! 불편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비슷하게 화면으로 조작할게 많은 아이오닉 5의 경우 정말 정말 불편했습니다. 통풍시트를 네비게이션으로 조작하라고 만든 사람은 좀 혼나야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게 "생각보다" 편합니다. 물론 아주 편리하단건 아니지만, 생각 이상으로 많이 편했습니다.
우선 세로로 긴 대화면이라 공간이 널널합니다. 아이오닉 통풍시트의 문제는 통풍시트 조절하려고 네비를 못 본다는건데, 테슬라는 그런 조작을 해도 나름 네비 등이 보입니다.
게다가 화질도 좋고 반응도 빠릅니다. 20년식이니 당연히 라이젠은 언감생심이고 아톰 모델일텐데 그래도 일반 자동차 네비와 비교도 안 되게 빠릅니다. 일반 네비가 한 20년 전 쏘오-니 UX 느낌이라면 이건 몇 년 안 된 아이패드 쓰는 느낌입니다.
공조기, 글러브 박스, 트렁크 프렁크 등 기본적인 것들 조작 역시 직관적이고 빠릅니다. 두고 두고 까이는 문제인 아이오닉 통풍시트는, 사실 아직도 어떻게 켜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기아차의 공조기/미디어 터치 조작 역시 너무 불편합니다.
비단 이런 기본적인 것뿐 아니라 휴대폰 연결, 음악 변경, 사이드미러 조정, 텔레스코픽 핸들 등 많은 것들의 접근이 쉽습니다. 두어 번의 터치로 바로 조작할 수 있고, 반응도 빠르고 편합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편리하고 쉽습니다.
문득, 현대 네비를 쓰면서 속터졌던 세월이 문득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현대 렌터카를 받으면 휴대폰 하나 연결하는데 기본 5분, 10분씩 걸리던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반납 전에 폰을 지우려니 그것도 한참 걸립니다. 노래 틀면 또 미디어 들어가서 출력 장치 설정해야 하고... 전반적인 UX가 매우 구립니다. 느리고, 불편하고, 복잡하며, 답답합니다. 속터집니다. 그런데 이게 나름 괜찮은 네비라는게... 울고 싶습니다.
또한 테슬라는 그 외의 차량 UX 자체가 철저하게 전기차에 맞춰져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매우 직관적이고 편합니다.
앞서 언급한 현기차는 '현대 내연차에 엔진 대신 모터가 달린' 느낌입니다. 물론 V2L이란 막강한 장점이 있으나 그 정도입니다. 작동 방식도, 전장도, 조작법도 많은 것들이 현대 내연차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시동을 걸기 전엔 전장이 꺼져있고 시동을 끄면 전장이 꺼집니다. 전기차의 장점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테슬라는 다릅니다. 타면 전원이 켜집니다(ACC ON). 출발하려면 키를 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됩니다(Key ON). 와이퍼 위치의 변속기를 딸깍 내리면 출발합니다.
크루즈 컨트롤은 변속기를 한 번 툭, 오토파일럿은 두 번 툭 하면 됩니다. 핸들을 조작하면 오파가 꺼지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 크루즈와 오파가 동시에 꺼집니다.
반면 현기 HDA는(쉐비는 조향조차 못 하는 바보니까 논외) 크루즈와 조향보조가 별개입니다. 켤 때는 동시에 켜지는데 끌 때는 각자 꺼야 합니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크루즈만 꺼지고, 조향보조를 꺼도 크루즈는 있습니다. 이 로직이 여전히 이상합니다.
테슬라를 주차하고 내리면 여전히 전장이 켜져있습니다. 하지만 문을 잠그면 바로 꺼집니다. 시동과 전장장치의 개념이 내연차가 아닌 전기차에 철저히 맞춰져있습니다.
테슬라를 타보기 전에는 화면 하나 달린 차가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져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정말 잘 만든 UX입니다. 아이패드와 맥도 구리다고 불만을 달고 사는 사람인데, 테슬라의 UX는 정말 잘 만들었다고 확신합니다.
기업이 혁신적인 상품에 자신감을 가지려면 이 정도 완성도는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창의적으로 고민한 티가 많이 납니다. 그리고 만듦새가 좋습니다.
- 그래도 떠오르는 단점들?
생각도 못 한 문제인데 사이드미러 정말 불편합니다. 크기도 그리 크지 않은데다 평면미러인데 이게 상이 뭔가 애매하게 맺힙니다.
처음에 차 받고 미러만 10분 내내 만지작거렸습니다. 상이 또렷하지 못 하고 애매한 느낌이더라고요.
결국 익숙해져서 견디긴 했는데, 제가 모델3를 산다면 이것부터 바꿀 요량입니다.
주행거리가 생각보다 너무 짧습니다. 아무리 3년 된 렌터카 스탠플이라지만, 26도 봄날씨 90% 기준 320km가 뜹니다. 만충 90% 잡고 밑바닥 마진 20% 잡으면 대략 70%, 즉 250km 정도가 여유 주행거리라는건데 이 정도면 제주도에서야 충분해도 고속도로 타기에 조금 곤란할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전기차에게 최적의 상황인 초여름 날씨였으니까요. 롱레는 이보다 길게 가겠지만 얘도 겨울엔 이 비슷하게 간다 치면, 저는 겨울엔 많이 못 다닐 것 같습니다... ㅜㅜ
프렁크 왜 한 번에 안 닫히는지 모르겠습니다. 더러운 본넷 매번 손으로 눌러 닫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발로 내려찍을 순 없잖아요.
문 여는건 진짜 불편합니다. 이 점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아이오닉 승입니다. 실내에서 여는 것도 영 불편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델 3와 함께 한 제주 여행은 정말 편리했습니다. 에어컨과 충전, 오토파일럿 등 모델 3는 이번 제주 여행의 추억 중 9할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정말 좋은 차량입니다.
그래서 테슬라가 사고 싶냐?
라고 한다면 저는 아직은 No 입니다.
분명 오토파일럿은 뛰어나지만 20대의 체력은 오파가 없어도 지치기 않고 장거리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임에도 V2L 부재의 아쉬움, 그리고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은 운전이 제게는 마이너스 요소였습니다.
현재로서는 수동 아반떼 N을 가장 사고 싶습니다. 모델 3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지향점을 추구하는 차량이지요.
하지만 만일 제가 운전에 큰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거나 모델 3에 V2L이 있었다면 저는 고민 없이 테슬라를 구입했을 것입니다. 의외로 승차감도 (운전자 입장에선) 그리 나쁘지 않았고요.
차가 생기면 추억이 많이 생긴다는데, 만일 V2L이 달린 모델 3가 있다면 그 추억은 정말 많이 쌓일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수동차가 가지고 싶었는데, 이제는 모델 3로 차박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단 욕심이 들 정도입니다.
차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달라진 느낌입니다. 차 자체가 재밌는 것이 아니라, 어디든지 떠날 수 있는 하나의 집과 같이 느껴집니다.
언젠가 V2L이 된다면 저는 고민 없이 모델 3를 구입하고 싶습니다.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덕분에 여행이 참 좋았습니다.
사이버트럭은 달려 나올것 같고 .. 그 다음 세대인 모델3 하이랜드(풀체인지?) 부터 어쩌면 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동 걸기전에는 인포테인먼트랑 공조쪽을 쓸수 있게 살려두는거고...
이는 차량이 딥슬립에 이르지 않는 한 저전압 배터리(12V)는 고전압 배터리로부터 계속 전기를 공급받아서 방전이 안되기 때문에 가능한거고
전기차니까 가능한 영리한 작동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현기는 시동은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되
그걸 V2L로 출시를 했죠. 얘도 전기차니까 가능한..
혹시 테슬라 렌트는 어디서 하셨는지 정보 공유 가능할런지요.
자동차 소유자 99%는 사용하지
않을 옵션인데요 특성 차종왜 달 필요가 없죠 가격만 올라가요
물론 전 차받고 한번 쓱보고 반년간 코드한번 끼워본적 없습니다;
제 라이브 스타일을 보면 일부러 쓰기위한 일을 벌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쓸일이 없을거 같더군요;;
그러고보니 정상 작동여부도 체크안했네요..
현대처럼 obc에 통합설계하면 비용이 크게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아요. 왜 필요한가 의문이 드는건, 원래 안 되니까 써보지 않아 상상의 한계가 생긴 것일지도 모르죠..
당장 저는 전기주전자만 쓸 수 있어도 유용할거 같습니다. 커피, 컵라면 등..
누군가는 분유를 탈수도 있겠죠.
매번 꺼내서 B필러 터치해줘야하니... 짐들고 애랑 다니기에는 최악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