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늦게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봤습니다.
세간의 평대로 영화 참 좋더군요. 주인공 차로
나온 오래된 사브도 좋았습니다. 만약 최신 고급
세단이나 SUV였다면 정말 멋이 없었을 거예요.
시시한 차들 사이로 빨간 사브가 등장할 때마다
눈이 즐거웠습니다. 옛날차 특유의 기름 냄새
나는 듯한 거친 엔진 소리도 듣기 좋았고요.
아 저는 역시 옛날차가 좋습니다.
비단 이런 수백억대 예술품급 클래식카뿐 아니라,
평범한 대중 소형차도 말입니다.
아마 과거에 대한 어렴풋한 그리움이거나 어릴 때
좋아했던 차를 동경하는 막연한 마음이겠지요.
웬만큼 훌륭하지 않으면 시큰둥한 중년인 탓도
있겠고, 그저 시대에 뒤처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옛날차 디자인,
단순하고 간결한 그 모양이 좋습니다. 요즘차들은
죄다 어디 찢어지고 갈라지고 꺾이고 구겨진 외피에
쓸모없는 장식까지 덕지덕지 붙어서 맘에 안 듭니다.
가짜 공기흡입구에
가짜 공기배출구에
가짜 배기구 등등 꼴불견입니다.
컨트리맨 옆구리에 붙은 '장식'은 납득하더라도,
M3 같은 차에 이런 모양으로 대충 떼운 결정에는 정말
화가 납니다. 심지어 디자인에도 성의가 없어요, 성의가.
하려면 G80 정도로 공을 들이든지요.
위는 W222 후기형 S클래스, 아래는 G80입니다.
자그마치 800마력이 넘는 고성능 차에, 오픈마켓에서
사다가 양면테이프로 붙인 듯한 가짜 구멍이 웬말입니까.
한때 형태가 기능을 따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요즘 내구소비재 디자인은
다들 담백한 편인데 유독 자동차만 과시욕과 허영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실내도 군더더기 없는 옛날차가 좋습니다. 먹고 잘 곳도
아닌데 딱딱한 플라스틱 투성이어도 저는 불만 없습니다.
응접실보다 조종석 같은 공간이 좋습니다. 물론 완전 자율
주행차가 나오면 저의 고리타분한 취향도 바뀌겠지요.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옛날차의 큰 차창과 개방감도 좋고,
아날로그 계기도 좋습니다.
CGI 알루미늄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LCD 화면이 공예품이 되나요. 어차피 한 2년 지나면
픽셀이 몇 개인지 보이는 기분인데요.
저도 앰비언트 라이트 좋아하지만 "제 기준에" 슬슬
뇌절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고즈넉한
골목 분위기 같았다면 요즘은 시끌벅적한 유흥가
밤거리 같아요. 저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앰비언트'하던 때가 더 좋았습니다.
요즘은 포람페든 뭐든 신차가 나와도 '너무 멋있어서
사고 싶어 죽겠다'는 생각이 드는 차가 없습니다.
지난 5년간 디자인 보고 와우 한 차는 아이오닉 5
정도입니다. 아, 사이버트럭도 와우 했네요.
너무 어처구니 없는 모양이라 도리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와우!! 1000마력이 어쩌고저쩌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입식 자랑을 들어도 SF90은 어디가
멋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 "브랜드와
가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못생긴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박 시 내 말이 맞습니다.
저는 피닌파리나 시절 페라리가 좋습니다.
소리는 또 어떻고요. SF90이 F355 소리보다 좋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습니다.
당연히 최신차가 성능·효율·안전·편의 모든 면에서
월등히 좋지요.
킹치만 옛날차 갬성이 좋은걸요.
오래된 것이 꼭 낡은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흔히 '영타이머'로 분류되는 15~30년 전
자동차를 좋아하는데 감히 소유할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매물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조상님이 도우사 운좋게 구하더라도 저에겐 돈도
없고 시간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오래된 차를 보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시각을 견딜 자신이 없어요.
사람들은 옛날차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쉽게 본심을 드러내곤 합니다. 횡단보도 위에 주차한
차주의 몰상식한 행위를 비난하고픈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오래된 수입차를 탄다는 사실만으로
재정 상태를 의심받고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는 걸
보면 어질어질합니다.
아마 오래된 수입차는 공랭식 911 정도는 타야
무시당하지 않을 듯요.
공랭식 비틀도 가능할지도?
마지막으로, 요즘 디지털키다 지문 시동이다 뭐다
하는데 제 차 시동 거는 방법이 굉장히 특이해서
소개하고 글을 마치려 합니다.
손에 쥔 리모컨키를 대시보드에 뚫린 구멍에 꼽고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시동이 걸립니다.
와우!
7년전까지 회사에서 2010년식 아베오를 가지고 있었는데, 가벼운 차에 작은 엔진이지만 운전자의 실력으로 잘 보완하면 핸들링 결과가 확확 달라지기 때문에 재미있게 근거리 출장을 다녔었습니다.
열쇠를 돌린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을겁니다.
작은 소망이 어릴적 저희 가족의 첫 차인 프라이드베타를 아들이랑 타보는게 소원 입니다.
그런데 그냥 매끈한 플라스틱 범퍼를 위아래로 늘리면 허전하기 때문에 악센트를 넣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앞뒤 범퍼에 가짜 구멍으로 악센트 역할을 하게 만듭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전면 그릴도 거대해졌습니다. 위아래로 높은 차체와 균형을 맞추려다 보니.
아…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엔진후드나 앞휀다 쪽은 디자인은 취하고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문제가 될 부분을 그렇게 처리한거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엔진후드의 에어덕트나 벤트보면 요즘은 진짜 찾기가 더 힘들어진듯해요. 사이드도 마찬가지고요. 괜히 물들어가서 문제생기느니 이쁘게 모양만 내준다.. 뭐 이런?
400마력 600마력이면 뭐합니까.. 전자장치들 다 켜지면 그냥 운전하기 편한건 마찬가지인데...
근데 또 저 출력을 악셀 쭉 밟고 내리 뽑으면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솔직히 이래저래 마음에 안드는 것들 투성이지만, 차에 근본이 되는 바퀴를 굴려 도로를 달려나가는 그 감성은 달라지지 않는 거 같습니다.
그 감성이 있는 한은 그래도 요즘 차들과 타협하면서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다시봐도 저 가짜 가니시들 진짜 뽑아버리고 싶긴 합니다.
규정이 빡빡해지니 그만큼 먹고 살기 어려워졌겠지요.ㅠㅠ
그래서인지 옛날 차량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느슨하면서도 여유가 느껴집니다.
모여서 죄다 제일 구형 1세대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제일 예뻐요
팝업라이트 졸귀
해당 차종은 키를 돌릴때 돌린채로 yuji 안하셔도 됩니다;;;
그냥 딸깍하고 원위치로 와도 시동 걸립니다;;;
안전규정 때문에 바뀐 디자인 처럼 환경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아쉽게 느껴져요.
각진 독일차, 란에보/임프레자가 랠리 주름잡던 그 시절의 디자인요 ㅎㅎ
블로그 많이 해보신 분 같아요.
잘 봤습니다.
저도 기계라는 자동차가 좋아서 옛것들을 더 좋아하게 되네요
좀더 불편하고 좀더 내가 신경쓸게많고
그리고 f355사운드는 가히 최고죠~~
좀 다르지만 저도 실용성없고 잡스러운거 싫어합니다
기계식 릴레이가 내는 깜빡이 소리
아날로그 계기반
실키한 자연흡기 엔진 필링
...넘 좋습니다.
돈 걱정없이 살 수 있다면 갖고 싶은 차는
e30 m3, 로버미니, 프라이드 3dr, 엘란 등이고
껍데기는 그대로 두고 동력계와 편의장비를 요즘 차랑 스왑하고 싶습니다.
(차대 및 하체 보강, 엔진, 미션, 구동모터, 배터리, 에어백, 각종 전자제어장비, 각종 편의장비, 주행보조 기능 등)
아무래도 엔진회전질감이나 소리에는 민감하지 않아서 기능적 면에서는 최신 기술이 더 좋네요.
관련 규제가 풀려서 도로에서도 껍데기만 올드카인 차들을 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익스테리어로는 사이버트럭이 그 정점이고요.
모터사이클쪽은 레트로, 네오클래식,뉴트로… 기조가 10년이ㅡ넘어가는 트렌드인데.
자동차 디자인트렌드는 대중감성을 못읽어내는듯요. 가르칠려 드는듯한 느낌.
저도 요즘 나온 차중에 이이오닉5, 혼다e가 뉴트로한 그궤를 같이한것같아 좋아 보이더군요
올드카는 차가 나온 그 시대의 이야기(추억)이 보정을 주는 것도 한몫 하지 않았나 싶고요.
여담으로 드라이브 마이 카 감동적이었습니다. 자율주행차였다면 영화가 안나왔겠죠? ㅎㅎ
시대적 흐름이려니 하고 인정하다 가도 맘 한 켠으로 뭔가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가뭄 속 단비 같은 글 잘 보았습니다. 글과 사진의 조화가 찰떡입니다!!
전 예전 차도 좋고 현재 멋부린 차도 다 좋습니다.
시동키는... 제 차 중 하나는 여전히 돌리는 키이긴 하지만,
돌리는 시동키만 있을 때는 버튼 시동키가 그렇게 부러웠지 말입니다.ㅎㅎㅎ
요즘차들은 쿠페 스포츠카도 각종 안전규제 때문에 뚱뚱하고 높아져서 별로에요. 옛날의 납작하게 땅에 붙어있는 얄상한 시절이 좋았죠ㅜㅜ
정말 공감되네요,
남의 시선은 신경쓸 것 없죠. 나만 즐거우면 됩니다.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아니한다면)
가짜 똥구멍은 진짜...용납이 안 되네요.
진짜 유전 파 내면 페라리 250gt 캘리포니아 클래식 재규어, 비행기는 머스탱 같은거 끌고 다니고 싶네요.
현실은… 캐스퍼TT
이젠 없죠 ㅠ
그래서 저도 요즘차를 보면서 감성이 없다고 하는걸지도...^^;
세상에 기름이 쫄딱 말라서 없어지게 된다면
Marcos 1600GT 한대 구해서 휘발유 말통에 넣어서 멈출때까지 달리고싶다는 로망이 있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지난 10여년간 나온 차들 중 아이오닉 5의 익스테리어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래서 브랜드에 관심이 줄어듬
요새 차에 관심이 많이 줄었는데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차라리 심플하니 좋죠?ㅋ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 여기도 계시는 군요.
1단 대형면허가 아니고, 주차할 공간이 없는데다 늠후 비싸요.
댓글을 달고 나서 보니 너무 오래된 글이었네요. ^^
트레일러 면허를 따야겠죠?ㅋ 대형면허가 있긴한데.. 무용지물ㅋ
한때 에어로 다이나믹 스타일 유행해서 차들이 죄다 둥글둥글한 시절에도 꿋꿋하게 직선형 각디자인 고수하던 볼보를 좋아하기도 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