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지의 레알마끼아또입니다. 지난 주말, 새로 기변한 푸조의 e-208을 몰고 또 영국 중북부의 고속도로와 산길 와인딩을 미친듯이 누비고 다녔습니다.
미들랜드의 쉐필드 인근에서 시작해 페나인 산맥을 넘어 맨체스터를 들린 후, 서해안 M6 고속도로를 타고 스코틀랜드까지 올라가 동해안의 에딘버러를 들리고, 다시 서쪽으로 향해 글라스고를 통과하고 서쪽 해안까지 갔다가 다시 얼추 비슷한 경로로 내려왔네요. 총 650마일(1045km)의 거리를 밤 10시에 출발해 20시간동안 쉬지 않고 충전 중에만 틈틈히 자면서 강행군을 뛰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놈의 고장난 액션캠을 빨리 고치든가 새로 사든가 해야지... 이번에 와인딩 구간을 늘려보니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참 많았는데 주행영상을 찍지 못한 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ㅠㅠ
선요약 - 시속 40마일(65km)을 넘으면 급격히 사라지는 전륜 그립, 60마일(96km)을 넘기면 개똥이 되는 전비. 그리고 상당히 느리고 거친 트랙션 컨트롤. 뒤지고 싶지 않으면 마실용으로만 살살 타세요.
(지금 다시 보니 첫번째 구간을 A635가 아니라 A628로 잘못 찍었네요)
와인딩 1 - 페나인 산맥(The Pennines) A635 국도, 맨체스터 방향
맨체스터에서 지인을 픽업하기 위해 산맥의 동쪽에서 출발합니다. 원래는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가는 경로로 가고 있는데... 구글맵이 계속 사고때문에 도로가 막힌다며 계속 산길로 가라고 추천하고, 고속도로로 가면 원래보다 무려 한시간이 더 걸린다고 겁을 주는군요. 그냥 씹었어야 했는데... 약속에 이미 살짝 늦은터라 산길로 들어섭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형적인 영국 산길답게 고저차가 급격하진 않고, 헤어핀은 없습니다만 적당히 트랙같은 기분이 나는 구불구불한 산길입니다. 문제는... 눈이 많이 오는 동네도 아닌데 도로 균일도가 엉망입니다. 팟홀 수준까진 아닌데, 서스 세팅의 리바운드 수준을 테스트하기에 딱 좋은 정도의 불균형함이죠. 거기다 전반적으로 지반을 균일하게 다지질 않아서 몇십미터마다 자잘자잘한 고저차가 계속됩니다.
(영상은 저랑 반대방향 주행)
위 영상은 국립공원 내 구간만 있습니다만... 저는 그 전의 마을과 농장 사이 구간을 좀 더 많이 뛰어야 했습니다. 해가 지고 난 한밤중에 말이죠 =_=;;; 다행이도 비는 안 와서 노면은 건조한 상태. 결국 과속은 커녕 직선주로에서 시야가 확보될 때만 60마일까지 풀악셀 밟고, 코너 진입시에는 평상시보다 더 브레이킹을 일찍 많이 하고 코너는 대부분 가감속 없이 대항차 대비 브레이크 밟을 준비만 하면서 안전하게 돌아야 했네요. 물론 그래도 여전히 일반적인 한국 국도 흐름보다는 상당히 빠르긴 했습니다.
그런데... 와... 특히 가속할 때마다 그저 스티어링 필링이 마이너스 수준에 도달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실제로 완전히 전륜 타이어 그립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만, 시야가 확보된 코너에서 악셀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안그래도 울퉁불퉁한 도로인데 마치 스티어링이 오프로드 랠리 운전하는 거 같은 느낌이에요. 더 웃긴 건 후륜 그립은 뭔 짓을 해도 상당히 잘 잡아주더군요. 대부분의 베터리가 뒷자리 아래에 있고, 베터리때문에 내연버전보다 더 넓은 폭의 후륜 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티가 납니다. 시야가 확보되는 코너에서 일부러 급격한 악셀오프나 브레이킹으로 후륜 접지를 떨궈보려 해도 자세제어 개입은 커녕 조금의 접지 손실조차 없습니다.
그러니 마치 앞바퀴는 비포장 랠리 뒷바퀴는 포장도로 랠리 따로 뛰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줍니다 =_=;;; 거기다 208 기본적으로 후륜 서스 세팅이 상당히 감기는, 아주 살짝 오버스티어 느낌 날랑말랑하게 '재미있는' 세팅인데(현대 N이나 포드 ST같은 핫해치들 순한맛 느낌), 불균일한 노면의 와인딩길을 급하게 달리려니 그저 불안함만 가득. 앞바퀴는 아무 피드백이 없어서 불안하고, 뒷바퀴는 살랑살랑 감기는 느낌인데 정작 실제로는 매우 잘 잡고 달리니 그 또한 불안한... 불안하더라도 앞뒤가 같은 맥락이여야지 이건 뭐 완전 정반대니 오히려 배로 더 불안해집니다.
오밤중에 이 쌩쑈를 하고 나니, 아, 푸조 이넘들 역시 내연 기준으로 개발해놓고 전기버전은 제대로 세팅 안 했구나 싶더라고요.
고속도로 - 맨체스터 출발, 스코틀랜드 방향(북행), 애빙턴 분기점까지
블랙번 아이오니티 풀충전(+80%), 티베이 그리드서브 추가충전(+20%), 그렛나 그린 아이오니티 풀충전(+90%)
지인을 태우고 맨체스터에서 출발해 M6/A74(M)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기온은 12도 정도. 여전히 노면은 건조합니다.
그런데... 승객을 위해 공조기 온도를 살짝 올려서 그런진 몰라도 (그래봤자 20도였습니다; 저는 혼자 탈때는 살짝 추운게 좋아서 18도 정도로 놓거든요) 고속도로를 타는 순간 베터리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와인딩 뛴 거리랑 블랙번 휴게소까지의 고속도로 거리랑 거의 비슷한데, 와인딩에서는 한칸(1/4) 약간 덜 쓴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무려 두칸이 빠졌어요 ㄷㄷ
늘 주행하는 스타일대로 시속 74마일(120km)에 크루즈 설정하고 추월시에만 아주 살짝 더 가속하는 정도인데도 불구하고(찍힐까봐 절대 80마일은 안 넘겨요) 베터리 잔량이 그냥 미친듯이 빠집니다. 진짜 말 그대로 눈에 잔량 빠지는 게 보여요. 물론 원래부터 블랙번에서 충전 할 계획이긴 했지만, 한 30~40%로 도착할 줄 알았는데 20% 살짝 안 되는 정도로 도착합니다 ㄷㄷㄷㄷㄷ
뭐, 어쨌든 충전소에 혼자뿐이라 그냥 충전기 걸어두고 잠을 잡니다(지인은 이미 꿈나라 ㅋㅋ) 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니까 걍 100% 찰때까지 한시간 정도 잤어요. 그리고 맥도날드에서 커피랑 주전부리를 사 들고 다시 출발.
북쪽으로 올라가는 M6가 인구밀도가 심각하게 적은 북서쪽의 랭커셔와 컴브리아를 통과하는지라, 보통 통행량은 적고 대부분 편도 3차선의 상당히 영국답지 않은 넓고 좋은 고속도로입니다. 더군다나 새벽 오밤중이니 추월도 거의 안 하고 그냥 크루즈 걸어둔 대로 계속 달립니다.
그런데... 평상시 영국날씨답게 바람이 엄청 많이 불었거든요? 아니, 사실 평상시보다도 조금 더 많이 불었어요. 그랬더니... 또 앞차축 그립이 심각하게 빠지면서 마치 연 날리듯이 앞대가리만 휘청휘청합니다.
바람 많이 부는 영국 날씨에서 특히 소형차 몰면 측풍에 휘청거릴 수 있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훨씬 크고 무거운 ID4도 바람 많이 부는 날에는 좀 휘청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건 너무 심해요. 그런데 또 뒷차축은 전혀 안 흔들립니다. 대부분의 무게가 뒷차축 바로 앞에 집중되어 있으니 또 뒤는 완전 안정적으로 붙어있고 앞만 휘청휘청...
거기다 북행은 대부분 오르막이다 보니까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만 가속하면 진짜 앞바퀴는 무슨 수막 생긴 것처럼 그냥 피드백이 마이너스에 수렴합니다. 베터리도 미친듯이 닳고요. 아니, 독일처럼 평균 150km/h로 달리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본토 프랑스도 고속도로는 130이 제한속도인데... 바람 좀 불었다 한들 고작 120 이하인데 이렇게 불안한 주행감이 말이 됩니까...
처음엔 블랙번부터 그렛나 그린까지 109마일(175km) 충분히 한방에 갈 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결국엔 너무 많이 빠져서 중간에 티베이 휴게소에서 10kwh 정도 추가 충전을 해야 했네요. 제 구독 서비스에 포함 안 된 충전사업자 Gridserve이라 제 생돈을 내야 하는데다ㅠㅠ 50kw 짜리라서 딱 다음 아이오니티 도착할 정도만 충전했습니다 ㅠㅠㅠ
참고로 티베이 휴게소 엄청 좋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영국 휴게소들은 대부분 개성 하나도 없는 후줄근한 90년대 영국병 후유증 씨게 쳐맞은 분위기에 맥도날드 말고는 딱히 먹을만한 것도 없는데, 티베이 휴게소를 운영하는 회사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전통 영국식 음식+로컬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스타일로 엄청 이쁘게 잘 꾸며놓거든요. 건물도 전통 영국 스타일로 돌과 목재를 잘 써서 꾸며놓고... 팜샵 가격이 살짝 비싸기야 하지만 원래 이런 고오급 힙스터 슈퍼마켓 좋아하는 저로서는(ㅋㅋ) 충분히 납득 가능한 가격대입니다.
문제는 이 회사 체인이 전국에 딱 3군데 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서부 글로스터셔에 하나, 잉글랜드 북서부 티베이에 하나, 그리고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남부에 하나. 만에 하나 영국 자동차 여행하다 근처를 지나가게 된다면 꼭 들려보세요.
와인딩 2 - 스코틀랜드 남부 A702 국도, 에딘버러 방향
스코틀랜드 국경부터 A74(M)으로 이름이 바뀌는 M7 고속도로는 중간쯤 애빙턴에서 분기점으로 나뉩니다. 고속도로 본선은 M74로 이름이 바뀌어 글라스고로 쭉 이어지고요, 에딘버러는 A702 국도로 이어집니다.
A702는 대부분의 영국 국도 답게 그저 왕복 2차선에 불과합니다만, 아무래도 고속도로 분기점과 스코틀랜드 수도를 잇는 주요 도로 중 하나다 보니 전반적으로 노면 관리가 상당히 잘 되어있습니다. 적당한 고저차가 계속되는 지리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도로 자체는 지반공사를 잘 해 둬서 불쾌할정도의 자잘한 고저차 또한 없습니다.
(유툽에서 그나마 괜찮은 최근 영상이 이거뿐이네요 ㅠㅠ 아 화각 제발...)
딱 이 시점부터 해도 완전히 뜨고, 토요일 새벽 5~6시니 당연히 차도 거의 없고, 화창한 날씨에 풍경도 너무 아름답고 지나가는 차 구경하는 소와 양들도 너무 재미있고... 참 좋았습니다. 길도 사실 와인딩이라고 할 만큼 아주 구불거리는 것도 아니고, 옆에 비몽사몽 숙면중인 사람도 있는지라 적당히 부드럽게 60마일 제한속도 이내로 달리니 참 좋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상태 좋은 도로에서 적당히 살살 달리면 안 좋은 차가 요새 어딨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미럴
고속도로 - 에딘버러 출발, 글라스고 외곽순환 통과
에딘버러 인스타볼트 80%까지 충전(+60%), 하트힐 BP 풀충전(+70%)
에딘버러 어딘가의 맥도날드에서 50kw 인스타볼트 충전기에 차를 물려두고 아침을 먹습니다. 다음 목적지까지 그렇게 멀지도 않고, 지인은 에딘버러에서 내려주고 혼자 갈 예정인데다가 기온도 18도 정도라서 풀충전 안 해도 충분히 75마일(120km) 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M8 고속도로에 올라가니 베터리 잔량이 미친듯이 닳기 시작합니다. 고작 20마일 갔는데 거의 절반 40% 정도가 날아갔어요 ㄷ
ㄷㄷㄷㄷ 바로 전 A702 국도 40마일 구간에서는 한 20% 정도밖에 안 썼거든요 ㄷㄷㄷㄷㄷ 맨체스터랑 또 똑같은 상황 ㄷㄷ
아니 아무리 와인딩구간에서 브레이킹 할 때마다 회생제동이 들어갔다고 해도 그렇지... 이 차 고속 항속주행 로직이 그냥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거 같습니다.
결국 고속도로 구간 중간쯤의 휴게소에 들려 BP 충전소에서 낮잠도 잘 겸 풀충전을 하고 갑니다.
와인딩 3 - 서부 해안과 산길 통과, 엄청난 폭우
McCaskie라는 해기스 수상경력으로 유명한 정육점에 도착해 미리 주문해 둔 각종 수제 육류를 픽업합니다. 혹시 모르니 바로 다음 동네 주유소의 인스타볼트 충전기에서 잠깐 20% 정도를 더 추가 충전해 90%까지 채우고 출발합니다.
서부 해안을 따라 있는 좁은 길이라 그런지 주요 도로인데도 동네를 통과하면서 자잘한 회전교차로가 엄청 많습니다. 도로 고저차도 엄청 심하고요. 그런데... 비가 미친듯이 옵니다 ㅋㅋㅋㅋ 전형적인 스코틀랜드 날씨죠.
비가 오기 시작하니... 신호 정차후 재출발 할 때마다 휠스핀이 미친듯이 납니다 ㄷㄷㄷ 순정 타이어가 미쉐린 프라이머시4인데, 프라이머시 시리즈가 원래 본격 스포츠까진 아니더라도 꽤 써머 그립 괜찮은 타이어잖아요? 웻그립도 나쁘지 않고요. 그런데 이 타이어는 이름만 프라이머시지 컴파운드를 에코 연비용으로 넣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웻그립이 걍 똥망이 되네요 ㄷㄷ 거기에 심각하게 부족한 전륜 그립까지 더해지니 그저 매번 휠스핀...
거기다 트랙션컨트롤 개입이 거의 휠스핀 삼초 이상 하고 나서야 들어오는 데다가, 자연스레 가감을 하는 게 아닌 완전 거칠게 꽈강! 카가각! 하고 들어옵니다 =_=;;; 무슨 신호정차 재출발 할 때마다 사고 난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다녀야 해요;;;;;;;;;;; 아니, 전기모터인데 도대체 트랙션컨트롤이 이렇게 뒤늦고 거칠게 들어올 이유가? 물론 할배운전으로 자전거보다 느리게 출발하면 괜찮습니다만 그럴거면 왜 차를 탑니까?
그리고 이제 노면이 젖어서 그런지 회전교차로에서 차 없을때 빠르게 훅훅 꺾어 들어가면 진짜 차 돕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나마 오버로 돌때 자세제어는 좀 부드럽게 들어가고, 제가 카운터 치는 게 가능하니 괜찮았습니다만 이 차를 주로 살 차알못들에겐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연 기준으로 밸런스 잡아 놓고 전기모터랑 에코타이어 냅다 박아버린 느낌...
어쨌든 적당히 시골길 주행 마치고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와 애빙턴에서 20%만 추가충전 하고, 계속 남쪽으로 달려 그렛나 그린 아이오니티에 다시 도착합니다.
고속도로 - 그렛나 그린부터 블랙번까지 109마일(175km) 한방에 가기; 5% 남기고 도착
토요일 오후라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그렛나 그린 아이오니티에 줄이 없었습니다. 총 4자리 중 폴스타2와 타이칸 각각 한대가 충전중이였네요. 그래서 일단 충전기 물리고, 혹시 모르니 30분 알람을 맞춰두고 꿀잠에 빠집니다.
알람 울리기 한 오분 전쯤 깼는데 충전은 90% 정도 되었고, 차들이 바뀌긴 했지만 다행이도 여전히 줄은 없습니다. 그래서 커피도 한 잔 사 오고 100%까지 채운 다음에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자, 이제 정확히 109 마일을 가야 합니다. 베터리는 50kwh, 실용량은 47kwh 정도로 추정한다더군요. 그리고 그렛나 그린 도착 전 테스트 해 본 바로는 시속 65마일 정도일 때 평균전비가 2.4마일/kw 정도가 나옵니다. 그럼 안전하게 10% 남기고 45kwh만 쓴다고 치면 딱 108 마일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제 M6 구간이 대부분 내리막이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출발합니다.
한 20마일 정도 갔는데... 아무리 봐도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심상치 않아요. 결국엔 시속 60마일(96km)까지 크루즈컨트롤 속도를 낮춥니다 ㅠㅠ 딱 트럭보다 살짝 빠른 속도... 트럭들은 보통 55마일 정도로 달리더군요.
이렇게 거북이처럼 3차선 붙박이를 하고 나서야 겨우 2.5마일/kw를 살짝 넘길 수 있었습니다. 5% 조금 넘게 남기고 도착했네요. 폭바 ID4 5개월동안 육천마일 타는 동안에는 한번도 이렇게 쫄리면서 타 본 적이 없었는데... 심지어 그때는 겨울이였잖아요? 이번 주말 날씨가 좀 쌀쌀했다 한들 12~18도 정도의 적당한 온도였는데 이놈의 푸조는 이렇게 효율이 구립니다.
그래도 그 속도로 달리니 최소한 전륜 그립 빠지는 느낌은 안 나서 그나마 나았습니다. 그냥 맘 편히 먹고 코난 오브라이언 팟캐스트 들으면서 경치 구경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고... 가끔은 천천히 달리는 것도 좋더군요.
컴브리아 어딘가에선 라임색 M4가 텅 빈 고속도로 3차선에서 60마일로 달리는 제 뒤에 삼십분쯤 붙어있다가 부앙 하고 가던데... 이놈들 저 찍어서 '거북이처럼 달리는 민폐 전기 푸조' 이런 식으로 어디 틱톡 같은데 올린 거 아닌지 =_=;;; 고속도로 텅 비어있었고 제일 바깥 차선이였단 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은 고속도로 구간 - 동부로 넘어가기
이제 다시 출발해서 동쪽으로 넘어갑니다. 동쪽으로 들어가는 순간 바람이 훨씬 덜 부는군요. 그냥 날씨가 갠 건지 아니면 산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높이긴 하지만)을 넘어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잔잔합니다.
날씨가 잔잔해지니 그나마 70마일(110km)으로 달려도 불안하지는 않을 정도의 전륜 그립이 나오네요. 물론 여전히 오르막에서 추월을 위해 가속을 하면 그립이 쭈왁 빠지긴 합니다만, 최소한 달리다 죽겠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참 나, 뭔놈의 21세기 차가 이렇게 까다로운지...
어쨌든 최종 충전소인 돈캐스터의 목적지까지는 85마일이라, 베터리 닳든 말든 걍 평소 템포대로 밟으면서 갔습니다. 그런데 M62 고속도로는 완전 처음이였는데, 여기 속도단속 카메라가 작동을 안 하는지 다른차들은 거의 80마일 이상으로 밟으면서 다니더군요 =_=;;; 산맥 위를 가로지르는 고가 고속도로에서 다들 아우토반처럼 달리니 매우 쫄깃했습니다...
왜 그렇게 구린가?
고속항속 주행 전비가 구린 건 뭐 이해합니다. 대충 싸게싸게 전륜에 모터 대충 넣고 그러면 충분히 효율이 떨어질 수 있죠.
그런데 도저히 전륜 그립 문제는 용납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사실 이 차는 기변할때 그저 가격에 맞춰 대충 예약 가능한 거 아무거나 잡았던지라 리뷰도 안 봤습니다만, 이제서야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하는데...
일단 베터리 배치가 다음과 같습니다.
약간의 베터리가 앞좌석 아래와 센터콘솔 밑에 있긴 하나, 대부분은 뒷좌석 아래에 위치합니다. 심지어 최대한 차체 수정 없이 내연과 전기 모두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 앞자리든 뒷자리든 발판 밑에는 어떠한 베터리도 없습니다.
결국 거의 모든 무게가 뒤차축 바로 앞에 집중되는 구조죠. 앞차축에는 아주 약간의 베터리, 운전자 무게, 그리고 차축 바로 위 작은 모터가 전부입니다. 그마저도 앞차축과 멀리 떨어진 차체 중앙의 무게가 대부분이고요.
그런데 내연 버전은 거꾸로 거의 대부분의 질량이 앞차축에 걸리는데, 그것도 차축 앞에 위치한 엔진과 변속기가 만들어 냅니다.
아무래도 208 자체가 뭐 그리 대단한 스포츠카 이런 게 아니다 보니 무게배분 자료를 찾기 힘들었습니다만... 다행이 e-208은 오토뷰에서 측정한 게 있었고, 내연 208은 어떤 일본 리뷰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https://www.autoview.co.kr/content/autoview_tv/autoview_mv.asp?num_code=2317
https://engineweb.jp/article/detail/3296251?page=1
e-208은 대략 56:44의 배분, 208은 65:35의 배분을 보여줍니다. 더군다나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내연은 안그래도 무거운 게 앞차축 앞쪽에 걸리는 식이죠.
이러니... 딱 느낌이 오는 겁니다. 아, 얘네 앞차축 앞쪽에 멀찍히 무게가 걸리는 내연버전을 기준으로 서스 설계를 해 두고는 전기버전은 큰 수정이 없었구나... 그러니 가속할 때마다 앞에가 훌렁훌렁 들리고 타이어 접지가 확 줄어들지... 혹시 핸들 피드백 이상한 것도 앞차축 앞에 무게가 걸리는 상황에 맞게 파워스티어링 모터 토크를 설정해 둬서 하중이 덜 걸리는 전기차에서는 부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솔직히 이정도 밸런스면 서울 시내에서도 새벽에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시속 70km 꽉 채워서 달릴 때 꽤나 불안할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 위험할 정도로 그립이 완전히 빠지려면 자유로 노면 안 좋은 구간에서 한 시속 120km까지는 올려야 할 것 같지만, 아무리 실제로는 그립이 남아있다 한들 운전자한테 피드백이 개똥이면 일단 내가 불안하잖아요. 리니어하게 피드백을 줘야 운전자가 맞춰서 조절이 가능한데...
결국 말 그대로 마실용, 막히는 출퇴근시간 시내주행 정도만 해야 하는 차라는 소리죠. 설사 그립이 잘 나왔어도 어차피 전비가 구려서 빨리 달리면 안됩니다 ㅋ 살다살다 시속 100km보고 너무 빠르다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폭바 ID4 다시보니 너무나 선녀... 어중간하고 고루하다고 까서 미안해 ㅠㅠ
늘 장거리 뛸 때마다... 처음 절반까지는 할만한데 한 60~70% 뛰고 나서부터는 초죽음입니다 ㅋㅋㅋㅋ 잠 깨려고 막 고함 지르면서 운전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국 중북부 서해안 라인이 좋은 게, 풍경이 적당히 황량하면서도 고저차가 있어 정말 장대한 느낌을 줍니다. 전에도 몇번 다녀온 지역이긴 했지만 이번엔 진짜 제가 직접 찍지 못한 게 너무나도 아쉬운 장거리 주행이였네요 ㅠㅠ
재밌게 봤어요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그러고 보니 SM3 ZE는 휠베이스가 더 긴데 더 후륜축에 질량이 집중되니 더 심했겠군요...
...그런데 걔는 십년 전 차라는 핑계라도 있지 e-208 얘는 진짜 뭘까요 ㅠㅠ
천천히 안전운전 하시면서 타셔요ㅠㅠ
그나마 푸조는 시내에선 비오는 날에만 그렇다는 게 다행이네요... ㅜㅜ
최근에 탔던 콜로라도는, 횡풍이 조금, 그러니깐 많이 아니고 조금, 불면 100~110kph정도만 되어도
전륜 피드백이 사라지기 시작했거든요. ^^;;; 참고로 콜로라도는 RWD입니다...
픽업트럭은 아무래도 지상고갸 높고 고중량 적재시를 고려한 서스때문에 그런가 보군요.
처음엔 e208도 혹시 베터리때매 지상고가 좀 높아졌나 했는데(실물도 뭔가 하체만 어중간하게 껑충해서), 실제로는 내연 대비 별 차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6만km 타면서 고속에서 앞 그립이 빠진다는 느낌은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급한 오르막 + 미끄러운 길에서 전륜 그립이 부족해서 등판성능이 떨어지기는 했습니다.
현기 내연개조 전기차들은 다들 평이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보아 서스 설계를 신경써서 한 게 아닌가 싶네요.
e-208 이거 진짜 고속도로에서 무슨 연 날리듯이 앞대가리만 휘청휘청하는데 너무 무섭더라고요 ㅠ
차가 작아서 그런가 보다.. 했거든요
아무튼 별 불만없이 타고 있긴 한데. 최근 리콜건 날라와서 귀찮더군요
한국처럼 도로가 곧게 뻗고 잘 닦인 데다가 차선변경할 일도 별로 없고, 바람이 많이 안 부는 동네에서는 그럭저럭 큰 문제없이 달릴 수 있긴 해요. 차가 부족한 점을 환경이 메꿔주는 거죠...
그런데 다른 잘 만든 소형차들이랑 비교시승해 보면 확실히 느껴집니다. 솔직히 그냥 내연기관 버전 208이랑 비교해 봐도 느껴질 거 같아요.
리콜은 찾아보니 초기연식 문제인가 보군요. 저는 구독제(장기렌트같은 서비스)라서 혹시 이놈의 회사가 안 알려줬나 싶어 찾아보니 제껀 21년 생산품이라 넘어갔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