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차를 정비할 때 녹슬어 붙은 나사는 큰 난관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작업시간을 2배 정도로 늘려버리거든요.
11년째 타고 있는 집사람의 토요타 SUV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했습니다. 1년 반동안 할까말까 망설이던 일종의 숙원과제입니다. 패드가 닳은 상태로 1년 반동안 타고 다닌게 아니라, 멀쩡한 거의 새 패드가 맘에 들지 않은 상태로 1년 반을 타고 다닌 것입니다. 사설 정비소에 맡겨서 패드와 로터들을 싹 교체했는데, 그 교체한 패드가 미끄러웠습니다. 좀 타고 다녀서 길이 들면 좋아질까 하고 타고 다녔었는데, 거의 좋아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토요타 정품 패드를 새로 사서 제가 교체하려고 했는데, 당장 운행에 문제가 없어서 후순위에서 1년동안 묵혔었던 숙원 과제입니다.
아래 사진은 그 중에서 뒷바퀴 작업 사진입니다. 저번에 바꾼 사제 로터가 이상하게도 허브에 꽉 끼워지지 않고 헐거워서, 로터와 허브의 접촉면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녹을 닦아내기 위해 탈거한 사진입니다. 로터들은 4개중에 3개가 그렇게 헐겁게 되어 있었습니다.
뒷바퀴 로터를 들어낸 김에 그 속에 있는 주차용 브레이크도 조정하고 윤활했습니다. 발로 밟는 주차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아도 거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조정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 주차브레이크 조정도 1년 반 전에 정비소에 같이 의뢰했었는데, 아마도 운전석에서 작동 케이블 길이만 조정하고 끝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건성건성 정비때문에 제가 DIY를 끊을 수가 없지요. 조정해보니 슈와 드럼 사이 간격이 엄청났더군요. 조정 후에는 만족할만하게 주차브레이크가 듣게 되었습니다.
제목에 적은대로 녹슬어 붙은 볼트를 푸는 약품은 이것 두가지입니다.
오른쪽 노란 깡통은 WD-40보다 효과가 좋습니다. WD-40보다도 묽은 기름이라서 틈새에 잘 스며들고, 녹 덩어리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것만으로는 잘 되지 않네요. 그래서 왼쪽 검정 깡통도 동원했습니다. 왼쪽 약품은 묽은 기름 + 액화 가스입니다. 대상물에 액화 가스를 분사하면 그 액화 가스의 증발열을 이용해서 대상물을 차갑게 냉각시키고, 열수축으로 인해 접촉면에 틈새가 벌어지며 묽은 기름이 스며들기 쉽게 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오늘은 그렇게 2가지 모두 사용해서 나사들을 풀었습니다.
위 사진 약품 앞에 놓여있는 나사는 우연히 사진에 들어간 것으로서, 정작 그 나사는 어렵지 않게 풀었습니다. 미국에서 현대차에 비해 혼다, 토요타 자동차가 우수한 것 중에서 나사가 녹이 잘 슬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나사류의 방청 성능이 현대차에 비해 4배쯤 좋은 것 같습니다. 겨울에 눈을 녹이려고 암염을 뿌리는 지역인데, 현대차를 2년 타고서 쇼크업소버를 바꿀 때 하체 볼트를 푸느라 고생했었던 반면, 혼다나 토요타의 차는 8년, 11년을 타도 나사는 어렵지 않게 풀립니다. 풀린 나사도 녹이 매우 적습니다. 나사 표면의 코팅을 보면 현대자동차는 전기아연도금인 반면, 혼다나 토요타는 위 사진처럼 기계적 합금 도금(비쌉니다)을 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있던 약품들은 회색통이 나사류 고착방지제, 흰색통이 캘리퍼 그리스입니다. 나사류 고착방지제는 위에서 잘 풀리지 않았다는 나사들을 다시 체결할 때 살짝 발라서 체결했습니다. 캘리퍼용 내열 그리스는 패드와 캘리퍼가 접촉하는 부분에 발라줬고, 패드 뒤에 붙이는 소음방지 심(shim)에도 발라줬습니다. 그리고 주차용 드럼브레이크 슈에도 가동면들에 발라서 잘 움직이게 해 줬고요.
브레이크 로터와 허브가 꽉 끼워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저번에 로터를 교체한 사설정비소에서 허브에 녹 덩어리가 있는데도 그냥 로터를 얹은 것은 아닐까 우려되어 로터들을 들어냈습니다. 다행히 녹 덩어리 같은 것은 없고, 아래 사진 정도로 얇게 녹들이 피어 있더군요.
와이어 브러시를 사용해서 녹은 대충 닦아냈습니다. 완전하게 반짝반짝 금속광택까지 되돌릴 필요는 없는 부분이니까, 혹시나 녹 덩어리가 있지 않도록 하는 수준까지만 닦았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로터 안쪽의 접촉면도 드릴에 컵 와이어 브러시를 물려서 닦아냈습니다.
닦아낸 허브 및 로터 접촉면은 이 방청제를 발라줬습니다. 뿌릴때는 누런 액체가 나가고, 좀 지나면 말라서 양초 비슷한 왁스층을 형성합니다.
이 제품이 좋은 점은 물처럼 묽기 때문에 녹이 있어도 스며들어서 녹 위에 방청막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처럼 녹을 완전히 닦아내지 않았을 때 유용합니다. 다만 허브와 로터의 접촉면은 엔진의 구동력을 전달되는 마찰면이기 때문에 미끄러우면 안 됩니다. 그래서 묽을 때 바른 후 휴지로 잘 닦아내서 녹들에만 조금 스며들되 액체는 하나도 없도록 했습니다.
탈거한 패드는 1년 반을 사용했는데 거의 새것같은 모양이었습니다. 닳지도 않는 구두쇠용 패드인가봅니다. 이 제품은 레이싱용 패드인지는 몰라도 온도가 올라가면 좀 미끄러운 것이 덜한데, 시내 주행정도에서는 너무 패드가 미끄러웠습니다.
교체한 토요타 정품 패드는 당장 효과가 있네요. 훨씬 덜 미끄럽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바르면 녹이 잘 생겨서, 저는 주저주저 하다가 저 방청제를 아주 조금만 바른 것입니다.
그 용도로 또 쓰이는 안티 시즈 (anti-seize) 컴파운드는 윤활유에 구리 또는 니켈 금속 분말이 배합되어 있습니다. 이 금속 분말은 고온 또는 고압에서 암나사와 수나사 사이에 확산(diffusion)이 생겨서 물리적으로 융착되는 현상을 억제합니다. 차에서 안티시즈가 가장 필요한 부분은 엔진에 배기다기관을 고정하는 너트입니다. 뜨겁기 때문에 확산 융착되기 아주 쉬운 부분입니다. 그 외에 다른 큰 토크가 걸리는 나사산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 양털유와 마찬가지로 윤활효과때문에 체결 토크를 얼마정도 줄여서 체결해줘야만 예전과 같은 접촉압력을 발휘합니다. 그걸 모르고 예전과 같은 토크로 체결하면 접촉압력은 높아져 버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회색 병이 안티 시즈 컴파운드입니다.
냉각 케미컬은 말씀하신 대로 열팽창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냉각하지 않는 반대편은 뜨거우면 효과가 증대됩니다. 토치나 히트건으로 가열하면 좋겠네요. 제 경우는 풀려는 볼트 근처에 등속조인트 부트가 있어서 혹시나 열로 손상을 입을까봐 열은 사용하지 않고 냉각만 썼습니다.
제 몸의 일부가 차 밑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서 설령 잭이 망가지더라도 차량만 손상되고 끝납니다.
그리고 저 잭은 자동차 스페어 타이어를 교체할 때 사용하는 잭과 달리 바닥면이 넓기 때문에 만약 차가 조금 움직이더라도 잭이 쓰러질 우려가 낮습니다. 그래서 잭 스탠드를 생략하고 그냥 잭으로만 받치고 작업했지요.
저도 제 몸의 일부가 차 밑으로 들어가는 정비를 할 때는 항상 잭 스탠드를 사용합니다.
하나 구입해놓아야 겠네요.
정비지침서 등을 찾아봤는데, 로터와 휠 사이에 그리스나 안티 시즈 컴파운드를 바르라는 정비지침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바르지 말라는 말도 없었지요.
제가 찾아본 자료중에서 두개의 그럴싸한 자료에서 허브 중심부에만 안티 시즈를 바르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즉, 마찰력을 전달해야 하는 주 마찰면에는 바르지 않고, 휠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빡빡하게 맞물리는 허브 구멍에만 고착을 막기 위해 발랐습니다. 그렇게 사용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휠이 로터(또는 허브)에 고착되는 주 원인도 허브 구멍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