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출근을 하려고 지하주차장에 내려왔는데 출입구 오르막길이 엄청 얼어있더라구요.
전날밤에 염화칼슘을 뿌려놓았음에도 너무 추워서 별 소용이 없었나봐요.
위에 올라가서 경비아저씨께 제설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가장자리에 정말 시커멓게 블랙아이스가 얼어있었는지, 앞쪽에서 리어카를 끌고 내려가시던 경비아저씨가 2~3미터 가량을 쭈욱 미끄러지더니 가속이 붙자 어..어.. 하는 순간에 뒤로 콰당 넘어져버리시더라구요.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러고는 몸이 바로 축 쳐져버리는데 와 이거 큰일났구나 싶더라구요.
놀라기도 하고 당황해서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저도 넘어지지 않게 미끄러운 바닥을 살살 게걸음처럼 걸어가서
선생님 선생님 크게 부르면서 어깨를 살살 흔들어보는데 동공에도 초점이 없고 뒤통수에서는 피가 흐르는 게 보이더라고요.
안되겠다 싶어서 몸을 조금 더 흔들어보는데 으..으.. 하시면서 눈을 조금 뜨시더라고요.
연세가 꽤 있으신 분인데 바닥이 너무 차기도 하고 혹시 다른 차량이라도 내려올까봐 부축을 해서 상체만 겨우 벽에 기대어 앉혀드렸습니다.
그리고 경비아저씨께 머리에서 피도 나고 하니까 지금 구급차를 부르겠다 얘기하고 119에 전화를 걸고 스피커폰으로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의식이 돌아오신 아저씨께서 됐어요 됐어 부르지 마요 하면서 손사래를 치시는 겁니다.
선생님 아니예요 지금 뒤통수 바닥에 부딪히고 잠깐 정신 잃으셨어요 머리 뒤에서는 피도 나고 있어요 말씀드리니까
피 많이 나요? 괜찮아요 됐어요 부르지 마요 계속 말씀하시더라구요.
그 사이에 119센터와 전화연결이 되었는데 제가 장소를 말하고 상황설명을 하자, 구급차를 바로 보내겠다고 하시고는 당사자랑 통화를 하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갖다대드리자 얘기를 하시는데 또 올 필요 없다고 몸 괜찮다고 출동 취소하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러자 119에서는 정말 괜찮겠냐고 한 번 더 묻고는 출동취소 하겠다고 하고는 통화를 종료했습니다.
그러고는 경비아저씨를 부축해서 일으켜 드리자 벽을 짚고 서시더라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구급차 불러서 병원 한 번 가보시는게 좋겠다고 말씀드리자,
어차피 구급차 와도 병원 못 가요 저는 일해야 되요 제가 어딜가요 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안 좋아서 좀 슬퍼지더라고요.
그럼 구급차 오면 여기서 응급처치라도 좀 받으시라 했더니 일해야죠 하면서 허허 웃으시더라구요..
제가 뭐 더 이상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경비아저씨께 염화칼슘이랑 모래 어딨냐고 묻자 지하주차장 창고에 있다고 알려주시기에, 제가 좀 해놓고 나갈테니 이따가라도 꼭 치료하시고, 지금은 어서 좀 올라가서 쉬시라고 하고는 부축하고 계단으로 올라가서 경비실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러고나니 출근시간이 너무 촉박해져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찾아보는데 도저히 염화칼슘은 찾을수가 없어서 모래 한 포대만 후다닥 뿌려놓고는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어마어마한 눈길을 뚫고 오다보니 결국 5분 지각하긴 했습니다. ㅎㅎ
회사에 와서 일하는 도중에도 계속 걱정되고 신경쓰여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그 분 괜찮으시냐고 물어보니, 넘어져서 머리에 피가 나셨다고 하는데 괜찮다고 퇴근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심하게 넘어지셨으니까 출근하시면 한 번 더 살펴봐주시라고 부탁드리고 끊었습니다.
내일 출근해서 근무하실 것 같은데 퇴근길에 파스랑 음료수라도 사서 가져다드릴까 합니다. 분명히 엉덩이나 허리에도 충격이 있으실 것 같아서요.
굴당분들께서도 운전할때뿐만 아니라 언덕 빙판길 걸어가실때도 정말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ㅠㅠ
왜 119 구급차 출동을 만류하셨을까요? 짐작되는 바가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네요.
이런 일이 생기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어서이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병원에 간다고 쫓아내지 않아요
오히려 안가서 병을 키우는게 더 큰일이지요 경비업체들 다 그리 교육합니다 제가 경비업체 안전관리자라 저도 그리 하고요
혹시나 산재처리되거나 하면 해고당하실까봐 걱정하시는건지
아마 제 생각에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의 가족이고 아버지이실텐데...ㅠㅠ
근무중이라고 다쳐도 병원을 못간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에게 강력히 산재처리 요청하셔야 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일 하다가 사고가 난 건데, 자비로 검사하고 치료하게 하면 안 되죠.
경비해주시는 분들 이 추운 날씨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종일 빗자루로 눈 쓸고 계시던데, 마음이 아픕니다.
넘어지고 머리에 피가 흘러도 병원에도 바로 못 가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하청- 단기 재계약 구조 때문이겠죠.
입주자들이 직접 관리사무소와 용역업체에 주장해야 뭐라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의를 부탁하는 게 아니라, 검사 늦어져서 뇌출혈 - 사고 발생하면 당신들이 다 책임질 거냐, 책임지고 치료까지 마쳐라, 라고요...)
넘어지신 경비아저씨 연세도 있으실 텐데... 부디 건강에 이상 없으시기를...
산재처리를 장려해야하는데 엄청나게 귀찮아진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그때 이미 못간건 지나간일이고 일단 병원은 가시고 어떻게든 병원비랑 진료 시간 배려해주도록 건의해주시면...
원청업체에서도 딱히 뭐라고는 못할거에요
솔직히 저는 저래서 관리업체 외주 주는거 싫어합니다
갈길이 멉니다.
민주당 일해라!
평의원들 일어서라!
당대표 갈아라 !
어르신 아무일 없었으면 좋겠지만
정말 병원한번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글쓴분의 따뜻한 맘 얻고 갑니다^^
글쓴이분수고하셨네요ㅠ
저도 많이 당황했을 거 같네요.
문득 이런 간단한 뇌졸증 자가진단이 있었던 게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셋 중에 하나라도 부자연스러우면 안된다더라구요.
S - Smile 웃어보세요.
T - Talk 말해보세요.
R - Raise 두 팔을 올려보세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esavens&logNo=221153038907
다행히 그냥 허허 웃으시면서 괜찮다고 마침 그 얘기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머리에서 피까지 나셨는데 치료는 어떻게 좀 하셨냐고 여쭙자, 에이 그냥 좀 찢어졌나보더라고 괜찮다고 추운데 어서 가시라고 하시는데,
춥고 바닥 미끄러우니까 몸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네요.
저녁 퇴근길에 따뜻한 음료랑 파스라도 사다 드려야겠습니다..
저만큼 걱정해주신 굴당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눈이 뜨거워집니다..
복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