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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가을 무렵의 전국 지자체 청사 답사 게시물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 모르겠습니다만
그때 말미에 살짝 언급했던, 저의 성당 답사 프로젝트가 국내로만 백 한 번째를 맞았습니다.
실행하는 이가 생각이 없다보니 백 번인줄 알았는데 세어보니 백 한번이라는건 대충 넘기고,
2015년 6월 말에 시작해서 2020년 7월 경에 찍었으니 거의 만 5년이 걸린 셈이네요.
전국 국도 답사와 청사 답사가 지지부진해질 무렵 라이딩/드라이빙의 새 핑계로 시작했건만
앞의 둘보다 훨씬 까다롭고 오래 걸리며 끝도 없는 방랑의 길이라는걸 그때는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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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라이더들의 고향(?) 6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만나는 횡성의 풍수원 성당이었습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내외부에 홀랑 반한 나머지 책 한 권 사들고 성당 여행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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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국도로 치악재를 오르자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가 감동적이었던 원주의 용소막 성당.
미사 드리고 가라고 수녀님이 그렇게 끌어당기셨건만 제가 워낙 오랜 냉담이라 죄송죄송;;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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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의 도착지에 세워진 나바위 성당은 한식 지붕과 양식 종탑이 기막히게 어울립니다.
처음에 한옥 성당으로 지어졌다가 증축하면서 양식 요소가 더해져 이 모습이 되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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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옛 성당 위주로 편식하는것 같아 비교적 근래에 지어진 성당들도 찾아가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가을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던 어느날, 담 위로 호박꽃이 만발했던 평창의 대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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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모던한 성당들은 발주자 또는 설계자의 신앙관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좁은 틈으로 빛을 아름답게 끌어들인 신천동 성당은 건축가 김영섭의 이름을 기억하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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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때 점령한 북한군이 성당 안의 성모상에 총탄을 난사했으나 7발을 맞고도 깨지지 않자
겁에 질려 도망쳤다는 전설 아닌 레전드를 가진 감곡 성당. 그리고 성모 성지로 지정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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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인근의 가회동 성당은 새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둘러싼 옛 동네의 분위기에 잘 녹아듭니다.
무엇보다 한옥 사랑채가 차밍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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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과 달리 1955년에 준공된 혜화동 성당은 고딕에서 모던으로 가는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또 제가 영세를 받은 곳, 오랫동안 찾지 않던 곳,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이 마지막을 보내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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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부터 내부 디테일까지 온통 직사각형 패널과 분할의 연속이었던 용인 보정 성당에서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2층 입구 맞은편의 화려한 색유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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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한옥 앞에 앉혀진 양식 종탑, 석상을 받침삼아 위에 올려진 십자가의 길 브론즈,
더불어 옆에 세워진 노출 콘크리트의 새 성당 건물까지 모두 포용하고 있는 안성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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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처럼 수직으로 깎아지른 벽돌의 벽들이 중세의 견고한 성채를 방불케하는 불광동 성당.
김수근이 설계한 변태적인 동선과 디테일은 직접 겪어보는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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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막한 건물들 사이 반 층을 파고 내려가 들어앉은 성북동 성당의 분위기는 매우 독특합니다.
얼핏 동굴이나 묘지에 숨어있던 초기 교회 느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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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두 번째 성당이자 첫 번째 한옥 성당이었던 완주의 되재 성당은 안타깝게도 전쟁때
소실되어 2000년대 이후에 와서야 발굴 조사를 거쳐 복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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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과 지뢰 표지판 위로 걸린 십자가가 가슴을 찌르는것 같았던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
그 비극의 그림자는 아직도 너무나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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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직후 6군단 공병대에 의해 세워진 포천 성당은 1990년 어이없는 방화로 전소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석벽만이 남아있었는데 추가 손상 우려 때문인지 최근 지붕이 새로 씌워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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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극장이었다가 전쟁 도중 포격으로 벽채만 남은 것이 성당으로 재탄생된 인제 성당.
벽만 있던 그 시절에 그 벽을 무대삼아 마릴린 먼로가 미군 위문 공연을 했다는 그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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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의 퇴강 성당처럼 지역에는 인구 감소로 공소와 본당을 오고가는 작은 성당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곳을 찾아 오늘도 달리는 저의 나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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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과 판교 사이 청계산 자락에 숨어있는 하우현 성당. 산속의 오래된 성당은 십중팔구
박해를 피해 들어온 교우촌이란 얘기죠. 그러나 지금은 접근의 불편함으로 신자 수가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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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성당이 나란히 선 모습이 참 보기좋은 김포 성당.
하지만 부지나 비용의 문제로 가치있는 건물이 허물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왕왕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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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디테일을 복잡하게 포개놓은 남한산성 성당은 준공 후 3년(지금 기준으로 5년)이건만
30년은 된 듯한 위엄을 자랑합니다. 과거 이곳에서 처형된 수 백명의 기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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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의 순교자'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 두 번째 신부 최양업과 관계 깊은 청양의 다락골 성지.
연못을 끼고 나즈막히 들어앉은 건물들이 어울려 함께 산에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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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충청 이남의 삼남 지방을 두 발로 감당했던 최양업 신부의 근거지인 진천의 배티 성지는
이곳 굴당에서도 굽이치는 와인딩 코스로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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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도동항의 도동 성당 뒤, 가파른 계단 한참 위에 모셔진 '독도 지키는 성모님'의 시선.
이 시선의 끝에 독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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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문산 성당에는 1923년 세운 구 한식 성당 건물이 현 양식 성당과 함께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강당으로 사용되지만 제가 본 한옥 성당 중에서는 가장 원형이 잘 남아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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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 석재로 만들어진 홍천 성당의 종탑은 마치 사찰의 석탑처럼 층층이 쌓아올려졌습니다.
이 사진의 초점은 성당보다 바이크에 맞춰져 있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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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의 제자이자 현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승효상의 근작, 밀양 명례 성지의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 '빛과 소금'의 표현과 함께 복잡한 동선과 공간 분할은 과연 청출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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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답사할 성당들을 뽑아 연결한 긴 여정을 따라가는 박투어를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남도 투어의 첫 기점이었던 익산의 여산 성당과 바이크 대신 모처럼 등장한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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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투어의 종착점이었던, 가본 성당들 중 가장 외진 곳 중 하나인 나주의 노안 성당.
이 앞에서 전화기를 깨먹는 바람에 바이크로 왔던 여정을 자동차로 다시 한 번 와야 했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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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의 대표작인 중곡동 성당은 뭔가 강박 관념이 느껴질만큼 철저히 직육면체로 구성됩니다.
노출 콘크리트의 실내도 네모 반듯반듯하다보니 약간 SF적인 느낌마저 드는 성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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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반대로 안성 미리내 성지의 순교자 기념 성당은 거대한 피라미드와 같은 외부 모습과 달리
내부는 고딕 양식을 띄고 있습니다. 국내에 이정도 규모의 고딕 성당은 명동 외에 몇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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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의 구산 성당은 미사 지구 재개발의 여파로 철거 위기에 몰렸다가 신도 및 각계의 반대 끝에
건물을 떠서 옮기는 전례없는 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세 번째 방문만에 온전한 모습을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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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백 한 번째 답사지였던 고양의 행주 성당. 1910년 신축, 1928년 이축, 1949년 증축 뒤
오랜 시간 내려온 끝에 최근 복원되었는데 너무 새끈한 감이? 그래도 당당히 현역입니다?
이래저래 국내의 성당 백여 곳을 다니다보니 교회사나 건축 쪽으로 아는 것은 백지에 가깝건만
어슴푸레 대강의 계보는 눈에 들어오길래 간단히 묶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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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박해 끝에 천주교가 인정된 19세기 말, 우리나라 성당의 역사는 명동 성당과 약현 성당에서
시작됩니다. 이 1세대 성당들은 서양 신부가 설계하고 중국 기술자들이 쌓았다는게 특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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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양식 성당 건립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으므로 한식으로 세우거나 기존 한옥을 개조한
성당도 많았습니다마는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보존된 것은 많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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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대구의 계산 성당, 전주의 전동 성당, 인천의 답동 성당 등 지방 거점 도시에도
개성적인 대형 성당들이 세워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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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에서 명동 성당의 상징성이 너무나 큰 나머지, 고딕 양식과 붉은 벽돌은 공식이 되어
많은 성당들이 이 공식에 따라 세워졌습니다. 풍수원, 용소막, 공세리 등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성당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많은 성당들이 이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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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토속화된 한국 가톨릭이었으므로 한식과 양식의 결합도 시도되었죠.
나바위 성당이나 안성 성당에서 시작된 이 예는 지금도 모습을 달리하며 왕왕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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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광복을 지나 전쟁이 터졌습니다. 전쟁 시기 가장 치열한 전투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경기 북부 및 강원 지역의 성당들은 대부분 전화에 휩쓸려 소실되었고, 그에 따른 반면교사인지
전후 강인한 화강암 석재로 다시 세워지게 됩니다. 재건에 군 공병대가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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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이남 및 내륙에서는 전통적인 고딕 양식을 모방한 철근 콘크리트조 건물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뾰족한 첨탑이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동해안 지역의 옛 성당들에서 흔히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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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60년을 전후하여 혜화동 성당과 후암동 성당 등을 통해 모던으로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특히 공간 활용에 최적화된 후암동 모델은 부지 확보가 어려운 도시 지역의 주류 양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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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 200년과 교황의 방한, 순교자 103위 시성이 겹친 1984년을 전후하여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성역화 사업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는 많은 건축가들이 활약하는 장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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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이라면 역시 한국 건축사에서 음으로 양으로 활약한 김수근이겠죠.
그는 옛 성당의 적벽돌을 되살리는 한편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복잡한 분할과 동선을 도입했고
이는 제자 승효상을 통해 계승 발전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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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현대 성당을 설계한 많은 건축가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단연 김영섭의 이름이 돋보입니다.
어디선가 그가 말했죠. "성당을 포함한 모든 종교 건축물은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기에 위대하다."
처음에는 한 서른 곳 남짓 예상하고 시작했었건만 백 곳을 넘기고도 아직 가야할 목록이 길군요.
역사적인 성당은 대부분 훑은 가운데 흑산 성당을 보러 흑산도에 갈 수 있을지가 최대의 난관,
지금까지 가톨릭 성당만 찾았으나 건축적으로 의미있는 성공회 성당들도 포함할지가 중요한 선택
...인 상황이었는데 코로나 19가 닥치는 바람에 전부 혼돈의 도가니탕이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잠시 주춤했던 6월경 몰아쳐(...) 이정표를 세우긴 했지만 유행이 재점화될 분위기인데다
미사 시간을 피해 찾아간다 해도 눈치가 보이고 아예 잠그는 곳도 많아 당분간은 어렵겠네요.
별 내용은 없지만 각 성당별 포스팅은 제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
http://glasmoon.egloos.com/category/%E2%94%94%20Holy%20rider
전기차 사면.. 한번 해볼만할것같은 투어여서 깊게보았습니다.
멋진 성당들이 많네요.
전국에 참 멋진 성당들이 많은데, 초기 천주교 정황상 유서 깊은 성당들은 충청권에 꽤 몰려있는 편입니다.
이거 하면서 아산만 방조제를 집앞 횡단보도처럼 수도없이 건너다녔네요. 크~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네요!
/Vollago
언젠가는 이런 컨셉으로 투어 다녀보고 싶네요 ㅎㅎ
논산 훈련소 연무대 성당도 꼭 한번 ... ㅎㅎ
군종교구청의 본산이라면 성지이기도 해서 다녀왔습니다. ^^
http://glasmoon.egloos.com/6501954
멋진것은 물론이고 전문가의 정리된 글을 보는듯 합니다.
오래된 성당에서 결혼한 1인으로서 감회가 새롭네요.
http://glasmoon.egloos.com/6140466
/Vollago
그나저나 교구에서도 그런 투어를 진행하는군요~ 저야 냉담이다보니 그런 안내는 접할 기회가 적어서..^^;;
좋은사진 감사합니다.
힐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나중에 기회되면 따라가보고 싶은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