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변속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실제 사례를 통한 썰을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일단 자동변속기의 구조부터 보시겠습니다.
왼쪽이 후륜구동용 세로배치 변속기이고 오른쪽이 전륜구동용 가로배치 변속기입니다.
딱 봤을 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변속기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토크 컨버터와 실제 변속을 담당하는 유성기어 및 클러치 뭉치로 나뉘어집니다.
사실 전륜구동 차량에 일정 이상의 고출력 엔진 장착이 까다로운 이유는 여러가지 있습니다.
1. 토크 스티어 - 전륜구동 차량은 변속기와 엔진이 가로로 나란히 배치되기 때문에 엔진 위치가 한쪽으로 치우쳐질 수 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양측 구동축의 길이가 비대칭이 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에 따라 일정 이상의 출력(보통 300마력으로 봅니다)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 양측 전륜의 회전수가 달라지게 되고, 그 결과 운전대를 가운데로 둬도 차가 옆으로 흐르는 현상이 생깁니다.
2. 공간적인 한계 - 엔진을 가로로 배치해야 하므로 실린더의 수를 무한정 늘릴 수가 없습니다. 세로배치라면 후드를 늘려서라도 긴 엔진을 넣을 수 있지만 차폭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간혹 직렬 5기통(볼보/폭바), 직렬 6기통(대우)을 가로로 배치한 차량이 있습니다만 그만큼 전륜 조향에 손해를 보고 엔진 내구성도 어느정도 양보를 해야 합니다.
3. 무게 배분 문제 - 일반적으로 고출력 엔진은 부피도, 무게도 많이 나갑니다. 후륜 구동 방식이면 실내를 좀 희생하더라도 엔진을 뒤로 밀 수 있지만 전륜 구동은 그것도 곤란합니다. 그러잖아도 전륜구동 방식은 출발시 하중이 뒤로 갈 때 휠스핀 나면서 땅 파는데, 전륜축보다 뒤에 엔진이 있으면 그게 더 심해지니까요. 정비성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4. 충분한 사이즈의 토크컨버터를 넣기 곤란해집니다. - 결국 2번에서 파생된 문제입니다만 높은 출력을 무리없이 변속기로 전달하려면 토크 컨버터의 허용 용량이 높아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토크 컨버터의 허용 용량이 높으려면 사이즈도 같이 커집니다.
펠리세이드에 토크 50이 넘는 V6 디젤인 S엔진을 못 넣은(안 넣은?) 이유는 4번 때문입니다.
위의 개념도만 보면 후륜구동용 세로배치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가 가로배치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보다 얼마나 큰지 감이 잘 안오시죠?
머스탱 V8 5.0과 매치되는 변속기입니다. 부피면에서 엔진과 비교해도 별로 꿀리지 않습니다.
머스탱 V6 3.7과 매치되는 변속기입니다. 이건 수동변속기라 토크 컨버터는 없고 클러치판만 달려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사이즈는 비슷합니다.
반면 가로배치 변속기는...
90년대 전륜구동 시절 캐딜락 드빌에 들어가는 변속기입니다. 크기 비교가 어려울까봐 투시도도 같이 올렸습니다.
투시도에서 녹색으로 박스쳐진 부분이 토크 컨버터에게 허용된 공간입니다.
보시다시피 토크 컨버터에서 유성기어 뭉치로 체인을 통한 동력 전달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간은 더 작습니다.
효율 떨어지는 건 덤이구요.
자동차 구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변속기 생긴 모양도 좀 이상해 보이실 겁니다.
보통의 전륜구동용 변속기는 이렇게 생겼거든요. 토크 컨버터와 기어뭉치가 맞닿아 있고 기어뭉치 역시 컴팩트합니다.
그런데 위의 캐딜락 투시도를 보시면 엔진이 엔진룸 공간을 거의 다 잡아먹어서 토크 컨버터도 겨우 들어가 있지요.
일반적인 형태의 전륜구동용 변속기는 아예 넣지를 못하게 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마치 후륜구동용 변속기를 반으로 뚝 잘라서 나눠놓은 형상의 변속기를 어떻게든 우겨넣은 거지요.
이렇게 300마력, 40kg.m 토크에 달하는 V8 엔진을 전륜구동 플랫폼에 우겨넣은 결과가 어찌 되었나 하면...
미션 슬립은 일상이고, 미션 오일 레벨에 굉장히 민감해서 오일 교체 한번 하자면 서너번은 레벨링을 해야 하며, 미션 리빌트도 다반사로 벌어지는 그런 물건이 나와버렸습니다.
낡은 차도 많이들 타는 미국에서도 저 세대의 캐딜락 드빌, 스빌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렸구요.
문제는 미션에만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공간 확보, 무게 배분을 위해 엔진도 필사적인 감량을 한 결과 툭하면 쇼트 엔진이 갈라지는 결함품이 되버렸어요.
노스스타 엔진 자체가 엄청나게 열이 많이 나는 물건인데다 그걸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밀어 넣어 놨으니 문제가 안 생기는게 오히려 이상한거죠.
그래서... 영롱한 짙은 에메랄드 컬러에 반해서 드빌을 데리고 온 친구가 1년 반을 씨름하다가 결국 눌러버리는 걸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경험을 하게 됐지요.
주절 주절 길게 늘어놨습니다만, 결국 요점은 하납니다.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건 참으로 어려우며, 적절한 계산 없이 시도하다가는 망한다는 거.
자기 회사나 다른 회사의 실패 사례에서 배운 자동차 회사들이 하지 않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좋다가도 좋지 않네요 ㅎㅎ
바로 이해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도 이해가 안가네요 공부를 더 해야할것 같아요 ㅠㅠ
쏙쏙 들어오게 정리까지 잘해주셔서 잘 이해가 갔습니다~
엔진내구성의 양보.... ㅠㅠ
그 대신 고회전 돌릴 때 느낌이 참 좋지요.
모든게 다 양면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후륜구동은 정해진 전장에서 실내공간을 포기하던, 아니면 전장을 늘여서 엔진/미션을 세로배치하면 되지만, 가로배치엔진/미션은 전폭에 명확한 한계(도로폭)가 있기 때문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죠.
젖은 노면이면 원치 않아도 휠스핀 났구요. ㅎㅎ
전륜이지만 엔진, 미션 세로 배치죠 ㅋㅋㅋ
사륜기반 전륜이기 때문에 세로배치가 된겁니다.
현대 각쿠스v8
이 전륜 횡배치 기함인데
좀 기형적이죠
대신 실내공간 뽑기는 좋았을듯 싶네요
그 때 미션 사이즈 보고 깜놀했습니다. 너무 빈약해서요.
당시 공장에 입고된 A7의 미션과 비교하니 무슨 장난감 같더라구요.
모하비가 8단 들어가도 베라는 6단.
이래도 전륜에 V6 왜 안넣냐
아우디는 V6 전륜인데 이런 사람들은 어찌 해야 될까요..
그리고 벤츠 a45amg가 컴팩트한 차체에 380마력 / 토크 48을 집어넣긴 했는데 전륜 기반 awd죠 ㅎ
토크 스티어? TCS로 잡으면 되지!
빈약한 토크 컨버터? TCU로 적당히 토크를 죽이면 되지!
본문에 언급된 캐딜락의 전륜 미션도 제가 알기로 GM 최초의 전자 제어 미션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제어가 될거라고 생각했으니 그렇게 만들었던 거겠죠.
a45같은 원래 전륜기반인 애들을 사륜으로 셋팅하는거도 이런 이유인듯 하네요
그 무지막지한 출력을 전륜에만 쏟아부으면 매 신호등마다 휠스핀 나기 십상이겠지요.
그렇다고 트랙션 컨트롤 장치로 조절하면 결국 출력을 까먹는게 되니 삽질이고요.
팰리세이드에 과연 6기통 3.0디젤엔진이 올라갈 수 있을까요..?
일목요연하네요^^
/Vollago
차알못인 미대 나온 오빠도 이해가 갈정도로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신형 A7 부터는 완전 세로배치 후륜 구조이구요.
엔진/미션 세로배치에 전륜구동... ㅋㅋㅋㅋㅋ 샤프트만 후륜으로 쭉 빼면 후륜구동이겠지만
그걸 다시 역으로 틀어서 전륜에 물려버리니 ㅋㅋㅋㅋㅋ
ClienKit3 . iPXSMax
전륜구동의 경우 많게는 전체 중량의 70%가 구동축인 전륜에 실리므로 그 무게 때문이라도 전륜이 접지력을 잃기가 쉽지 않고, 더군다나 전륜이 조향도 담당하기 때문에 어떻게라도 조향은 됩니다.
반면 후륜구동은 특히 감속시 하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후륜의 접지력이 상실되기 시작하면 차량의 뒤가 어디로 미끄러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십상이지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체어맨 타시는 어르신들이 겨울철에 트렁크에다 쌀자루 싣고 다니고 하시는 거죠.
또 한가지는 후륜구동 차량들이 대개 고급, 고성능 차가 많다보니 순정으로 광폭 타이어를 달고 나오는 점이 있습니다.
광폭 타이어는 코너링에는 장점을 보이지만 접지 면적 당 실리는 무게가 감소하므로 노면이 미끄러운 상황에서는 독이 됩니다.
후륜구동과 전륜구동의 주행감성 차이는... 민감한 분들은 느끼신다고 하지만 저는 좀 둔해서 그런지 후륜구동차량을 십수년 몰아봐도 유턴 할 때 말고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하나 궁금한게 그래도 전륜 3.0 SUV가 없었던건 아니잖아요 모하비라던가 베라크루즈라던가
펠리는 차 엄청 크게 나온거 같은데 모하비나 베라에도 들어간 변속기가 안들어 가려나요?
베라는 모하비와 동형의 V6 디젤을 넣긴 했는데, 본문에 언급된 공간의 한계로 엔진의 토크를 받아줄 큰 변속기를 넣을 수가 없어서 원래 56kg.m인 S엔진의 토크를 8이나 깎아서 48까지 낮춰야만 했지요.
지금 2.2 R엔진 토크가 45쯤 되는 걸로 아는데, 이걸 놔두고 굳이 V6의 원래 성능을 깎아가며 넣을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때까지 뭐 보신건지..;
ㅋㅋㅋㅋㅋ
모하비가 후륜이었군요 몇번 얻어 타봤었는데 그건 몰랐네요 ;;
베라는 디튠해서 넣은거였고
전륜에 6기통은 넣기 참 어려운거군요
실제 팰리세이드에도 휘발유 V6 트림이 있고, 맥시마 어코드 아발론 등 3.5리터 언저리의 V6 전륜세단들도 많습니다.
문제는 S엔진은 디젤이라 블록 자체에도 보강이 많이 들어가서 기본적인 덩치가 큰데다 터빈 기구까지 들어가야 하니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는거지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만
일반인이 뭐하러 이걸 알아야하나요
엔진오일 교체주기도 아니고..
자동차 패키징 설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천국 같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로배치, 가로배치 그림도 좀 넣고 더 자세하게 설명했으면 좋았을 뻔 했네요.
굴당분들 보시라고 쓴 거라 지금 보니 너무 축약하고 넘어간 부분이 많아서...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본문글을 보면 직렬5기통의 볼보/폭바는 엔진 내구성과 조향각에 손해를 본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해당 차량들은 앞바퀴 돌아가는 각도가 타 전륜차량보다 적고 엔진 고장도 잦은가요 궁금합니다
그리고 아래 모하비 프레임 사진에서 후륜부분을 빼 버리면 (샤프트와 뒤쪽의 디퍼렌셜을 빼면 되겠죠) 변태 전륜구동 차량이 나오긴 할텐데요;; 그렇게는 거의 안 만들겠죠? 댓글에 보이는 정비사가 죽어나가는 아우디가 그런 구조인가요;;
사실 통상 주행시에는 큰 불편이 없지만 유턴이나 주차할 때 처럼 저속으로 날카로운 코너를 그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불리하겠죠.
내구성 이야기는... 대우 매그너스, 토스카에 들어가던 직렬6기 XK엔진 이야깁니다. 어떻게든 가로로 넣으려니 엔진 사이즈를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실린더간 격벽을 한계치까지 얇게 만들었거든요.
실린더 격벽이 갈라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모하비 그림에서 후륜쪽 드라이브 샤프트를 제거해 버리면, 맞습니다. 아우디의 A4 이상 급의 전륜차량들이 그런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원래 태생부터 4륜인데, 후륜 구동 부분을 빼버리고 가격을 낮춰서 나오는 거죠.
그때문인지 고속도로에서 잘나가는 차로 마케팅이 잘 먹혔구요, 그리고 전륜 고출력 차량의 안전상 한계점이 있습니다
타이어가 낼수 있는 최대 그립을 1 이라고 합시다,, 운전자가 코너를 급하게 도느라 대략 0.8 의 그립을 쓰며 회전중 악셀을 밟았다면??
고출력의 전륜구동은 쉽게 전륜의 그립을 잃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운전자의 미숙한 조작으로 대형사고로 이어질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종그립 과 횡그립의 최대를 알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구요
애초에 종치방식은 차량의 정비성도 떨어지고, 구조도 복잡하지요... 출력의 방향을 한번 꺽어야할 텐데 거기에 따른 부품사용 증대 -> 원가상승, 또는 부품의 증가, 구조의 복잡도 증가 -> 정비 용의성의 하락 -> 수리비 상승 결과적으로 소비자한테 좋은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 토크스티어는 쉽게 컨트롤 되기는 하겠네요. 소비자한테는 그 이상의 장점은 없지요.
윗분께서 잘 설명해주셨지만 전륜구동은 앞쪽 타이어의 가지고 횡G 종G를 다 컨트롤 하기때문에 한계점이 낮은 반면에 후륜구동은 아무래도 종G(가감속)을 뒷 타이어가 가져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횡G의 한계점이 전륜구동보다 매우 높지요, 거기에 4륜구동이라면 4개의 타이어가 횡G, 종G를 알맞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