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께서 공무원으로 정년퇴임 하시고 나름 고급차를 타고 싶으신지 제네시스(BH)를 사시겠다고
중고차를 좀 알아봐달라고 하셨죠.
한참 알아보는 중에 갑자기 전화를 하셔서는 벤츠나 BMW도 알아보라고 하시는 겁니다.
'AS 지난 수입차 + 지방 소도시' 애먹을 것이 뻔히 보여 한사코 만류하였으나
'나도 벤쓰 한번 타보고 싶다'는 말씀에 고르고 골라 W212 E300 엘레강스 한대를 개인매물을 구해드렸습니다.
2011년식 45,000km 로 무사고에 외관이나 내관 모두 깔끔하고 차가 참 괜찮았습니다.
장인어른 역시 대만족을 하셨죠.
주행성능은 물론이고, 아버지 세대의 '벤쓰' 네임밸류와 '외제차가 귀한 지방 소도시' 조합으로 하차감도 훌륭해서 아~주 좋아하셨죠.
구형인지 뭔지 알게 뭡니까 엠블럼이 떡~하니 보닛 끝에 멋지게 박혀있는데요.
가끔 서울 올라오시면 차에 관한 에피소드를 꼭 얘기해주곤 하셨습니다.
그러던중 제작년 여름에 더위를 먹은 것 같다고 하시며 갑자기 몸이 안 좋아 기력을 잃으시더니
병원에 모시고 가니 전립선 말기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전이도 많이 되서 수술도 어렵다고 하더군요.
치료 때문에 처가에서 서울까지 정기적으로 다니셔야 하는데 버스 타시면 오히려 힘들어하시고
차를 몰고 오시는게 그렇게 편하다고 하셨네요.
놀러다니는 것도 좋아하셔서 중간중간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1년 반동안 무려 6만 키로 가까이 타셨습니다.
고맙게도 오일만 갈고 별 다른 고장 없이 잘 달려준 벤쓰에게 참 고맙더군요.
마지막에 병원 오실 때도 몰고 오셨다가 결국 가실 때는 못 타고 가셨지만
그 차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요즘도 길에서 같은 차를 보면 마누라가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어제가 딸 생일이었는데 첫 손주라고 그렇게 이뻐하시고 날마다 영상통화 하시고 생일마다 챙겨주시던 생각이 나서
센치해져서 주저리주저리 해보았습니다.
부모님 계실 때 잘하라는 말을 참 뼈저리게 느낍니다....
저도 부모님께 벤쓰 한대 탁 사드리고 싶은데
능력이..ㅠㅠ
제가 인수할까 했으나 볼때마다 마음이 아파 보냈네요.
차라는게 단순히 이동수단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함께 한 세월만큼이나 추억이 묻어있어서...
참 고마운 차였습니다.
이 글보니깐 많이 생각나네요...
신장이 안 좋으셔서 병원도 정기적으로 다니셨는데 참... 일이 안 좋게 꼬이려니 그렇게 되더라구요.
굴당에 이런 감동이 있을줄은 ㅜㅜ
/Vollago
그게 설마 쏘나타 일 줄은 10년전엔 꿈에도 몰랐다죠.
눈시울이 붉어 지네요
저라면 인수했을 거 같습니다.
참 고마워서 말이죠..
먹먹네요.
비슷한 느낌의 만화도 있어서 올립니다.
저도사고싶습니다
고인의명복을빕니다
누군 장인께도 그러는데 저는 아버지께도 제대로 된 효도 한번 못해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