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 가서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렸다. 여러 권을 챙겼지만 이 책 한 권 제대로 읽고 왔다. 생각보다 2박 3일은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생각을 끄러 간 거라 이 책이 여행의 주제와 잘 어울리긴 했다. 책을 읽다 보니 평소에 내가 생각하는 삶과는 조금 달라 신선했다. 얼마 전에 읽은 ‘역행자’에서 충분한 수면과 멍 때리는 시간이 창의성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내용을 보고 놀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책에서는 네덜란드의 ‘닉센’을 추구하자고 소개가 되어 있다. 닉센을 찾아보니 ‘생각에 잠기다’라는 의미였다. 오랫동안 행복지수 10위 안에 들었고, 특히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1위인 이유가 네덜란드는 노동 시간이 짧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닉센’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빈틈없이 계획하여 알차게 사용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 덕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행복지수는 137개 나라 중 57위에 머무르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끝에서 네 번째라고 한다. (KBS 뉴스 2023.3.20.) 그렇다고 네덜란드가 국민소득이 낮은 것도 아니다. 자녀교육에 있어 우리나라와 차이가 확연하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내몰리는 우리나라 학생들에 비해 네덜란드는 ‘지루함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자연 속에서 자신을 탐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아이들이 빈둥대는 것을 허용하기가 어렵겠지만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겠다. 아이들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사실 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다. 나뿐 아니라 다 큰 아이들이 빈둥거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기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집은 우리에게 휴식처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집안일이 보이고,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때로 근처 카페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권한다. 그렇다고 닉센 자체가 또 하나의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소파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스트레스받으면 안 된다. 닉센의 방법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소파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때로 음악 듣기나 만들기, 산책이나 자전거 등이 닉센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여유를 느끼는 행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때로 ‘몰입’하는 것도 닉센이다. 칙센트미하이는 동명의 책에서 말하였다. 내가 태권도하고 바이올린 하며 몰입하는 시간이 어쩌면 나에게 닉센일 수 있다. 몰입경험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258쪽)
저자는 원래 네덜란드인이 아니다. 폴란드 출신으로 네덜란드로 이주한 후 10년 정도 겪으며 이 책을 썼다. 6주 된 아기를 데리고 네덜란드 델프트에 갔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양육 지원 제도가 다양하고 많다. 아버지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휴가를 낸다니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나라에 밝은 미래가 있지 않을까? 학원에 찌든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닉센을 선물하면 어떨까? 당장은 어렵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행복한 아이가 만들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을 공론화하면 좋겠다. 아울러 스스로를 애써 닦달하지 말고 여유를 즐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다. 나부터.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