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지 않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박상우 작가는 원래 ‘작가’라는 책으로 출판했다가 책이 절판되고 비싼 가격에 이 책이 팔리는 걸 보고 다시 출판한 것이 바로 이 ‘소설가’이다. 내용이 작가보다는 소설가에 대한 부분이 많아 잘 바꿨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다 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 책을 구입했다. 소설 쓰기와 소설가의 삶에 관심이 많은 나 같은 사람들이 읽으면 설렐 책이다.
박상우 소설가님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의 소설들이 궁금해졌다. 문장이 굉장히 세련되고, 박식해 보여 끌렸는데 소설은 어떤 문체로 씌어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소설가의 삶, 소설 창작, 그리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소설가의 삶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소설가의 삶을 보여주는 부분을 읽으면 저자를 만나서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
세상에는 소설을 쓴다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사실 내 주변에는 많지 않으나 소설 공모전에 많은 이들이 아이처럼 낳고 키운 작품들을 출품한다. 저자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귀하던 문예창작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학교에서 소설 창작을 배운 사람들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과제를 다듬어 제출하기도 한다. 나도 오래전 단편을 보내본 적이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운 작품이어서 지우고 싶어 진다. 앞으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소설은 에세이보다 한 단계 위인 것으로 느껴지고, 에세이는 블로그 글보다 수준이 높게 느껴져 단계를 밟아 가야 하는 것인가, 싶다.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저자는 소설 중에서도 단편을 장편보다 먼저 쓰기를 권한다. 단편을 많이 쓰다 장편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자연스러우나 장편을 성공한 뒤 좋은 단편을 쓰는 경우는 적다고 하였다.
어떤 사람은 플롯 없이 손 가는 대로 주인공이 해나가는 대로 글을 쓰기도 한다. 어떤 작가가 지나가다 문구점에서 공책을 하나 사 와서 끼적인 것이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는 경험담을 읽었다. 줄거리는 시간 순서에 따른 나열이고, 플롯은 원인과 결과에 근거한 지도이니 지도 없이 길을 가는 것보다는 얼개를 구성하고 길을 떠나는 것을 권하는 것이다. 특히 초보 단계일수록 그러하다고 하였다. 중간에 길을 잃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지도를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소설가라고 하면 왠지 그 삶이 멋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정작 소설가들은 글이 늘 잘 써지는 것이 아니고 아이디어를 위해 머리를 쥐어뜯으며 글자를 한 자 한 자 박아 넣어야 하는 중노동에 시달린다. 오랜 세월 소설을 써 온 사람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갖는다. ‘작가’ 하면 줄담배나 습관적 음주, 밤새기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몇 시간 의무적으로 글을 쓴 뒤 다른 볼일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의 저자도 처음에는 밤새워 글을 쓰고 아침에 잠을 자고 오후에 일어나 생활을 했으나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건강을 잃게 되면서 새벽에 일어나 활동하는 것으로 패턴을 바꿨다고 한다.
2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알려주고 있다. 문창과 수업을 받는 느낌이고,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 많지만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들이 나와 있어 좋았다. 저자는 진정한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어린 나이보다는 세월을 조금 더 살아본 사람들이 더 깊은 인생을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젊은 작가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나이가 들면 절필하시는 분들도 많다. 젊은 작가는 젊은 대로 좋은 소설을 쓰고, 인생을 살아본 이들은 그들만의 깊이가 있을 테니 출판계가 작가들의 나이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늦깎이 소설가 지망생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릴 테니까.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시간은 없고, 글은 쓰고 싶은 딜레마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책으로 소설가가 되는 꿈을 꾸어 보는 대리만족의 시간을 보냈다. 소설은 책상에서만 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소설가의 메모는 소설의 세포(327쪽)라고 한 저자의 말처럼 메모라도 해 두자. 바쁘다는 핑계로 그 좋아하던 손글씨를 안 쓴 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수첩을 갖고 다니며, 아니면 핸드폰 메모에라도 끼적여야겠다. 세포를 늘려 나가야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hOhnYUJ_H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