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블로그 이웃인 시인님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시지를 남기셨다. 시집을 읽은 지 얼마나 되었더라? 바쁘고 메마른 일상의 향기가 될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보내주시라고 했다. 이웃 분들의 책을 받은 적이 몇 번 있고, 그중 좋았던 것도 많았지만 이번 시집은 무언가 모를 멋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이의 견해와 전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시를 문학의 꽃이라 생각하는 나는 너무 멋진 시를 읽으면 고수의 내공을 느낀다.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아우라. 문학의 정수를 뽑아내기 위해 쓰고 고치고 다시 썼을 시간들. 모든 시가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했겠지만 이 책이 특히 그런 느낌을 주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시는 예술가의 뮤즈처럼 나에게 영감을 준다. 끼고 다니며 아무 데나 펼쳐 읽고 싶은 책이다.
이분의 시에는 죽음과 그리움, 그리고 희망이 깃들어 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애도하기보다 눈앞의 일들을 떠올림을 반성하고,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온 거미를 살생하고, 강에서는 뼛가루 뿌리는 상상을 하고, 소읍의 한 사내는 고장 난 시계를 닦는다. 어린 시절의 좋고 나쁜 기억들이 모두 그리움으로 남듯 죽음은 어둠을 지나 빛으로 내려앉는다.(‘안과 바깥’ 중) 새들의 귀향은 유독 어둠에서만 반짝이니까.(‘여름의 빛’ 중) 할머니의 소천 중 태어난 자신처럼.
이 시집에는 멋진 표현들이 많다. ‘간판이 꺼진 길 / 골목을 배회하는 한 사람의 뒷목이 빛의 배후로 남아있다’(‘소등과 점등 사이’ 중), ‘네가 남긴 기록을 먹는 동안 / 자주 출몰했던 이별이 빛으로 물들었다’(‘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행간 7’ 중) ‘내가 준 아픔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부메랑’ 중)와 같은 부분들로 셀 수 없이 등장한다.
시를 읽다가 눈물이 날 것처럼 마음이 일렁이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이 시의 뼈대이므로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일. 시집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은 시집 중 참 마음에 든다. 보내주신 시인 분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좋은 시를 많이 남기시길 응원한다.
* 목소리 리뷰
* 위 글은 저자가 보내주신 책을 무상으로 받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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