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으로 읽다가 종이책으로 구매해서 읽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 듯 하여 읽고 있습니다.
10년도 더 전에 나온 책인데 최근의 코로나 시대나 투자판을 미리 예측한 것 같은 부분이 몇군데가 있더군요.
신기하기도 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공유합니다.
제법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주식고수들은 일명 `대바닥'과 `대상투'를 판단할 때 절대로 증권이나 경제관련 뉴스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면의 자살기사를 유심히 살핀다. 처음엔 가정주부나 샐러리맨이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해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다음엔 증권사 지점 영업부장, 그리고 고위급 인사로 확산되는 순간 주가 바닥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현상을 미묘한 시간차이를 두고 과장되게 전달할 수 밖에 없는 언론의 속성 때문이다. 언론은 공포는 더 공포스럽게, 흥분은 더 흥분되게 만든다. 부동산에 아무 관심도, 욕심도, ‘여력’도 없는 사람도 언론이 한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하면 맘이 움직이게 돼있다. 이미 대중에게 언론은 하나의 권위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모론 투자를 하기 위해선 경제뉴스와 비(非)경제뉴스를 엮는 연습을 해야 한다. 국제면에 등장하는 카스피 해 연안 근처에 벌어지는 국가간 분쟁이 과연 어떤 음모를 갖고 있는지 추리해봐야 한다. 반면 경제관련 인터뷰 기사에 나오는 모호한 코멘트들에 대해서는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인 절반이 실직 위기를 느끼고 있다” 는 그 어떤 실증분석이 불가능한 코멘트는 그 놈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사전에 가공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놓고 시작하는 연역적 방식의 시리즈 기사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틀려도 된다. 틀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통찰의 연습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어느 순간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성공적인 음모론 투자의 기틀이 마련되는 순간이다.
가령 ‘스폐셜 A’라는 세계적인 전염병이 돈다고 하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노인이나 아기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때 의학계 권위자들이 “어서 빨리 백신 A를 접종하라”고 말을 한다. 그러면 대중들은 그냥 백신 A를 맞는다. 백신 A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회사가 유통시키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아니, 당초 ‘스폐셜 A’라는 전염병이 왜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다. 그저 병이 돌았고,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백신 A를 맞으라고 하니까 맞는 것뿐이다.
그런데 무명의 할아버지가‘스폐셜A’에 대해 그 놈들이 만들어낸 전염병이라고 주장하면서 “‘백신 A’에는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치명적 물질이 포함돼 있으니 맞지 말라”고 주장한다고 해보자. 이 때 대중은 관심도 없거나 “음모론에 미친 할아버지”라고 조롱한다. 정작본인은 ‘스폐설 A’나 ‘백신 A’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래서 권위는 무섭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권위의 획득과정에 그 놈들이 끼어든다는 사실이다. 가령 어떤 학자가 진짜로 경천동지할 만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해보자. 그럼 이 학자는 곧바로 권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칭찬은 받겠지만 권위까지는 아니다. 권위를 얻기 위해서는 실력과 힘, 그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대단하다”고 대중을 선동해 바람을 잡아줘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