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선가 팟캐스트에선가 이 책에 대한 언급을 듣고 사 두었던 책인데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얼마 전 정리하는 중에 발견했습니다. 그 작은 기쁨이란...
오래 전 박웅현님의 책을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저자는 과거 그분에게 창의력 관련 수업을 받았다고 합니다. 책은 명언 혹은 짧은 문구로부터 시작한 챕터로 나뉩니다. 첫 네 개의 장을 시작하는 명언이 저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습니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 스피노자의 말입니다. 바로 다음 장에 나오는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라는 미국 아프리카계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말과 연결해 반 아이들에게 졸업식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살다 보면 수많은 벽을 만나지만 과감하게 도전하여 벽을 넘어뜨릴 때 다른 세계로 가는 다리가 되며, 그렇게 넓힌 경험을 통해 깊이 파 내려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게 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이작 뉴턴의 세 째 장 명언도 멋집니다.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 명의 성과는 그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간 있어온 수많은 이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그 위해 조금 얹은 것이라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떠한 성과를 내었든 겸손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영국 2파운드 동전 옆에 이 문구의 일부가 새겨져 있다고 하니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서양에서는 우리보다 널리 알려진 말인지도 모릅니다.
네 번째 장을 여는 저자의 말도 마음에 듭니다. "인생은 결국,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다." 이 말은 원래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기까지 많은 인풋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지만 나에게는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다가왔습니다. 반 아이들에게,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글을 접하는 모든 이에게 작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보람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책의 앞부분이 너무 임펙트가 강해서인지 뒤로 갈수록 조금 덜한 감은 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에 독자를 사로잡고 싶어 최고의 부분을 앞에 배치하는 작전을 썼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간 이후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동안 잘 생각하지 않았던 광고 업계 브레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자의 세 살 아들이 말한 '아빠, 벚꽃이 큰 소리로 '와아'하고 노래를 불러요'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아이들이 무심코 뱉는 말에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냥 흘려버립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 말을 기억하고자 어딘가에 메모를 했고, 책의 한 챕터를 여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책의 맨 앞에 나오는 '문장을 줍는다'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좋은 글귀를 들을 때 그냥 보내지 않고 붙잡는 것, 글을 쓰는 사람이든 아니든 참 좋은 습관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넘칠 때 우리의 창의력은 폭발하게 됩니다. 오늘부터 저도 좋은 문장이나 글감을 접하는대로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여 두고 싶습니다.
* 팟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