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감명 깊게 보고, 원작이라는 이 책을 바로 주문했습니다. 영화의 시작에 칠월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소설을 올린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실제로 이 책의 작가 청산은 인터넷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장편소설일 거라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 나중에 목차를 보니 단편들을 모아 둔 책이었고, 칠월과 안생은 그 중 맨 처음 등장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원래 단편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는 않는데 이 소설은 등장인물의 이름이 계속 반복되어 나와서인지 다음 편들을 읽을 때 낯선 느낌이 적었습니다. 사실 다음 소설들은 어떻게 보면 첫 편에 등장하는 안생의 여러 모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반듯한 칠월에 비하면 한편 퇴폐적이고, 다른 한편 순수하기도 한 사랑에 목마른 가냘픈 여성이 주로 등장합니다. 안, 린, 청, 칭.. 등의 이름이 반복, 변주되어 나오고, 배경이나 느낌도 비슷해서인지 모든 이야기가 연결되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사실 다 읽은 후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각 소설의 내용을 명백히 구별하기보다 그냥 하나의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엄밀히 여러 개의 소설인데 하나로 이어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참 독특한 단편집이었습니다.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외로움과 사랑, 아이와 죽음, 자유로운 삶과 바르기만 한 삶 간의 줄타기, 밤업소의 시끄러운 음악과 반대되는 고즈넉한 시골 풍경과 같은 상징들이 대조적으로 등장합니다. 인터넷 소설이어서 그런지 두 편 정도는 잔인하기도 하고, 청소년이 보기에 안 좋은 장면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첫 편 <칠월과 안생>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를 먼저 봐서일까요? 영화가 어쩌면 더 개연성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결말은 책과 많이 다르게 바꾸었더군요. 만약 책을 먼저 만났더라면 상상했던 인물과 달라 영화에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온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안생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나오는 다른 영화를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중국 소설이라면 위화의 <인생>이나 <허삼관매혈기> 정도가 다였는데 이번에 영화와 소설로 만나니 왠지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집니다.
--- 본문 내용 ---
- 여전한 해 지는 풍경과 인파 속에 청이 저 멀리 서 있었다. 늘어진 흰 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그는 얼굴이 조금 야윈 탓인지 감성이 더 깊어진 듯 보였다. 놘놘은 그가 정말이지 린과는 다른 부류의 남자라고 생각했다. 매일 정장과 가죽구두 차림으로 30층이 넘는 빌딩을 오르내리는 동안 린의 감성은 바짝 말라버렸다. 감성이 없는 남자는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103쪽)
- “사실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난다 해도 삶은 계속돼요. 우리를 위해 멈춰 설 사람은 없죠.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삶을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이걸 깨달으니 누구도 원망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152쪽)
- 삶은 그래도 계속되어야 한다. 매일 출근하고, 퇴근 후 시끄러운 록 음악과 함께 따분한 원고를 쓰는 일상. 이따금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산꼭대기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술 한잔하며 석양을 바라보기도 한다. 제멋대로 사는 나를 무한한 인내심으로 지켜봐 주는 남자와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와 결혼해 그를 위해 밥과 빨래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는 중에 나는 점차 깨닫는다. 내 기다림이 조용히 짓무르고 있다는 것을. (212쪽)
팟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