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귀여워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받아 읽어보았습니다. 예민하기도, 때로 무던하기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스물 세 항목 중 11개(12개가 기준)가 저에게 해당되는 걸 보니 예민한 편에 속하나봅니다.
이 책에서는 ‘예민하다’는 말보다는 ‘섬세하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는데 비슷한 말이어도 어감이 완전 다릅니다. 섬세한 사람은 작은 소리에도 신경 쓰고, 특정 냄새를 견디기 힘들어할 수 있으며 상대의 말을 오해하거나 곱씹는 등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배려심이 많고, 변화를 잘 알아차리고 도덕적이고 작은 것에 감동 받는 등 좋은 점도 정말 많습니다. 중요한 건 스스로를 잘 챙겨야 한다는 것!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레이더를 세우기보다 가끔은 자리를 뜰 줄도 아는 자기배려도 필요합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도 있습니다.
예민, 혹은 섬세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성향을 알고,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 자신이 후각, 시각, 촉각, 청각, 미각 중 어느 것에 특히 민감한지 알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청각에 좀 민감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 조금은 그런 성향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바이올린 연주자들 중 예민한 분들이 많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카페에서 내가 아는 노래가 나오거나 가사가 들리면 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귀마개까지 할 건 아니지만 그럴 땐 가끔 빗소리 영상을 틀어놓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예민한 성향인 사람 본인은 괴로울지 모르나 소설(특히 1인칭)의 훌륭한 등장인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무언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관찰하고, 세밀하게 느끼고, 상대의 생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난 소설의 한 장면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만약 예민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세심한 이들에 대한 배려심을 갖기 위해 그들의 성향을 알아둘 필요도 있습니다. 소리에 민감한 이를 위해 TV 소리를 낮추거나 시각에 예민한 분을 위해 집을 정리하는 일, 촉각에 민감한 자녀를 위해 부드러운 재질의 옷이나 이불을 장만해주는 일도 포함됩니다. 특히 예민한 이들이 나를 너무 배려하느라 힘을 소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주는 마음을 갖는다면 소중한 관계를 오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이 섬세한 사람이라면 머리를 너무 많이 쓰기보다 단순 작업이 맞을지 모릅니다. 멀티태스킹보다는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치우고, 느리지만 꼼꼼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잘하지 못하는 걸 하면서 힘을 소진하기보다는 물 흘러가듯 매사 순조롭게 맡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가는 것을 비겁하게 생각지 말아야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입니다.
주변 섬세한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작은 일에도 감동을 느끼는 섬세한 분들이여, 파이팅!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4215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