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리아의 딸들 -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유명한 책이다. 여성은 움이라 불리우고 남성은 맨움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완전히 바뀐 이갈리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 이 책은 미러링의 대표작이다.
남성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음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것 같다. 나름 페미니즘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 생각하고 전에 읽었던 페미니즘 관련 책이나 기사등에 대해서도 크게 불편함을 못느꼈는데, 이 책은 좀 불편했다. 그 불편함이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 보았는데, 나름 내린 결론은 실제 생활보다 남녀의 차이를 크게 그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솔직히 지금도 그런 생각은 비슷하다. 이갈리아의 노총각 교사 올모스는 움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노골적으로 무시를 당하지만 내 기억에 노처녀 선생님은 남자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노골적으로 무시를 당하기 보다는 학생들을 능수 능란하게 컨트롤 했었다. 물론 학생들은 뒤에서 수군댔지만.. 맨움은 움으로부터 부성보호를 받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더이상 남성에게 기대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현 시대를 잘 미러링 하는 부분도 많다. 강간에 대한 두려움과 실제로 강간을 당하고서도 제대로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는 맨움의 모습은 현대의 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미투 운동이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또한 사회적 압박에 의해 자신의 꿈을 접고 움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맨움의 모습은 많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여성이 여전히 느끼는 마음와 유사하다.
또한 맘에 들었던 부분은 움이 사회권력을 장악하게 된 역사를 나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야기하듯이 남성의 힘과 판단력이 좋아서 사회의 지도자가 된것이 아니라 해석에 따라서는 여성이 사회의 지도자가 될수도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즉 지금의 사회권력은 생각하기 따라서는 우연히 남성에게 주어진 것일 수 있다. 솔직히 이젠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잘 생각해보면 남성의 육체적 능력이 여성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각종 스포츠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 육체적 능력의 차이가 사회권력의 차이로 나타나야 하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으로 기울어진다. 이제 힘을 쓰는 일은 각종 기계가 대신해주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육체적 능력은 더이상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점점 되는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엔 맨움인 페트로니우스가 이갈리아의 사회를 미러링한 소설을 써낸다. 그 소설에서 맨움은 맨이 된다. 그리고 그 시대는 우리 사회와 똑같게 느껴진다. 우리가 소설로 이갈리아를 보듯이 이갈리아 사람들도 소설로 우리의 사회를 바라본다. 소설 속의 소설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것은 묘한 기분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그런 장치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갈리아에도 동성애자들이 존재한다. 동성애 클럽을 통해 동성애는 사회에 암암리 퍼져나간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바라보는 동성애는 보수적이다. 동성애를 어쩔수 없는 감정으로 이야기하기보다 개개인이 선택한 것처럼 그려낸다. 1977년에 씌여진 소설이어서 그런 시선이 담겨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시각으로도 동성애를 혐오하기 보다는 수용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갈리아에서 동성애는 선호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적어도 작가는 동성애자를 염오한다 보여지지 않는다.
진정한 평등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다름에 대한 자세가 다르고 그렇기에 다름이 야기하는 차이를 사람마다 이해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진정한 평등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페미니즘이 이야기하는 것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불이익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에 페미니즘은 아직 힘이 있다. 약자인 여성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으로써 페미니즘은 여전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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