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중 마지막 작품인 맥베스를 읽었다. 4대비극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내용도 거의 모른다. 끽해야 햄릿을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정도만 알 뿐. 그냥 비극이라니까 왠지 슬픈 내용일것 같고, 4대 비극이라니 너무너무 슬픈 내용일것 같았다.
그런데 맥베스를 읽고 나서 이게 왜 비극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대 비극까지 갈 필요도 없이 그냥 비극인것 자체에 의문이 들었다. 물론 주인공인 맥베스는 죽는다. 그래서 비극인가? 싶지만, 내 시각에서 맥베스는 악한이다. 세 마녀에게 휘둘려, 아내에게 휘둘려,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덩컨 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좌를 갖고, 또 그 왕좌를 지키기 위해 왕의 핏줄, 또 동료와 그 가족까지 죽이려 한다. 이게 악한이 아니면 누가 악한인가? 그리고 그런 악한의 죽음은 악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줄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맥베스의 악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악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의 처음부터 맥베스는 덩컨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았다. 왕위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러한 내면의 욕심을 실행에 옮길만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내 마음 깊은 곳에 각종 악한 욕심이 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음으로써 나와 주변을 지키고 있는게 아닌가... 그런 맥베스에게 세 마녀가 나타나 그가 왕위를 찬탈하도록 한다. 세 마녀는 맥베스가 부른것도 아니고 맥베스만이 본 환상도 아니다. 맥베스는 그 세 마녀의 예언에 의해 운명처럼 그 길을 걸어가고 결국 파멸하고 만다.
예언에 너무 쉽게 흔들리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파멸해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맥베스에서 발견하는 순간 비극이 되고 만다. 운명의 파도에 휩쓸려 파멸로 달려가는 맥베스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임을 깨닫는 순간 이 작품은 비극이 되고 만다. 그리고, 우리는 맥베스와 같이 될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반드시 맥베스처럼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마녀의 예언을 거부했다면, 예언 가운데에서 바른 길을 찾았다면 맥베스처럼 비극적인 삶을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언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맥베스의 예언도 처음에는 맞아 들어가지만 나중에는 빗나간다. 우리는 예언, 운명에 매인 존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눈앞에서 다른 예언들이 한두개 맞아갈때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중심을 잃어버리지 않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종교가 필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기독교인인 나에겐 성경이, 주님의 말씀이, 신앙이 그 중심을 잡아줄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비극적인 삶을 이겨낼 수 있는것.. 그것이 구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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