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12살 - 조은진
우리가 아는 예수님의 인생은 공생애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다. 그 이전의 예수님의 모습은 거의 아는 것이 없다. 탄생과 12살때 예루살렘 성전에서 있었던 일 뿐이다. 그 외에 예수님께서 어떻게 성장하셨는지,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가족은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생애의 예수님 모습만으로 예수님을 생각한다. 그런데 12살의 어린 예수님의 삶을 그린 만화가 나왔다. 에끌툰이라는 기독교 웹툰 사이트에서 연재된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 책의 표지에 '참으로 인간적인, 하나님의 아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라는 소개가 책의 내용을 요약한 듯하다.
마을에서 예수님을 요셉의 아들이 아닌 아버지가 없는 아이임을 알고 있다. 즉 부정한 아이로 알려져서 마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따돌림 받는 삶을 살아간다. 심지어 형제들에게도 무시당하고 아버지인 요셉도 현실과 예수님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오직 마리아만 계시를 믿고 예수님의 메시아이심을 깊이 믿는다. 부정한 아이인 예수님은 혼자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순수한 아이의 모습으로 부모와 마을과 예루살렘 성전까지 많은 사건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이 책이 그리는 예수님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끊임 없이 의문 속에서 질문하고 상상한다. 공동체에서 부정한 아이로 취급받으면서 끊임없이 그를 찔러대는 상처는 그의 삶을 더욱 인간적으로 만든다. 인간들의 삶속에 가득한 오해와 고통 한가운데에서 어린 예수님은 함께 살아간다. 그냥 거룩하게, 초인적으로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이 고민하고 상처받고 괴로워하면서 살아낸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 자신을 사랑하고 또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흘러 나온다. 유대인 공동체의 율법 속에서 어린 예수님은 순수한 어린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예수님의 모습 때문에 근본주의에 가까운 사람들은 신성모독이라며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너무나도 인간적인 예수님의 모습이기에 오히려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 우리가 아는 예수님은 인간적인 모습보다 신성이 너무 강조되어 온 것은 아닐까 한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예수님의 인성은 약자들을 보고 안타까워 하시거나, 함께 먹고 마시거나, 십자가의 고통을 온전히 감당해 내신, 초인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어린 예수님은 그런 초인적인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어린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분은 초인이 아닌 온전한 인간이시다. 우리와 다를게 없는...
사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눈물이 났다. 어린 예수님의 고민과 아픔이 크게 와 닿았다. 예수님 가족들의 어려움이 이해가 갔다. 요셉과 마리아의 걱정이 남의 걱정같지 않았다. 예수님이 살아가는 마을의 모습이 다른 세상의 모습같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같았다. 그래서 더욱 어린 예수님의 삶에 눈물이 났다.
특히 예수님에게 부정한 아이라면서 교육도, 일도, 삶에서 내쳐버리는 공동체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떠돌이와 고아와 과부가 즐거운 날이라는 오순절이지만 여전히 그들을 핍박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린다. 세상에서 가장 소외받는 이들에게 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는 우리의 모습이 고아와 과부에게 돌을 던지는 공동체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런 아픔을 우리와 똑같이 살아내는 어린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그런 아픔 속에서 몸부림치는 어린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가 소외되고 손가락질 받는 이들에게 던지는 무심한 가시돋힌 말 한마디가, 손라락질 하나가, 작은 눈총은 곧 예수님에게 던지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에서 그러한 상처속에서 여전히 몸부림치며 고민하며 살아내신다.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신다.
내가 잊고 있던, 알지 못하던, 느끼지 못하던 예수님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엿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 예수님은 우리와 다를바 없는 온전한 인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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