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온라인개학을 하게 되면서 반드시 미래교실이 조금 앞당겨진 느낌을 받게 된다.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는 지금가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수업 형태를 고안하게 되었고, 그동안 우리 곁에 있었던 수많은 학습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지 둘러보고 취사선택하는 눈도 기르게 되었고,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미래를 보는 눈을 뜨게 했다고 할 수 있다. 미래교실 프로젝트로 12명의 아이들(4개국에서 모인)이 함께 2주 동안 공부하면서 생겼던 일들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2주간을 위해 선생님들은 장장 5개월에 걸쳐 준비하고 진행했다고 하니 얼마나 큰 과제였는지 알 수 있다. 무조건 머리가 좋은 아이들도 아니고 우리나라 참가자 중 영어를 잘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하니 일반화가 쉬울 수도 있다. 우리는 책을 통해 10년 혹은 20년 후의 교실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종이로 된 교과서가 없고, 태블릿 하나로 교과서와 공책은 물론 온갖 검색을 비롯한 학습 관리까지 한다고 하니 오래전 종이로 된 책만이 유일한 교과서라고 믿고 배운 우리 세대와는 간극이 너무나 큰 것이 당연한 일이다. 미래교실 아이들은 폭력과 폭언을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허용되는 상황에서 각국 친구들과 협업하며 프로젝트와 여러 교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닌 수업 디자이너이자 조력자가 되어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다. 어느 때는 학생들이 교사가 되기도 하고, 2인1조 과제는 물론 랜덤으로 짜여진 모둠 활동으로 프로젝트를 해내기도 한다. 새로운 시도이고, 엄청난 시행착오가 있을 법도 한데 2주간 이들은 생각보다 무난히 학습을 해내었고, 이후 이들은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눈에 띌만한 성과들을 기록하기도 한다.
단지 AI를 이용한 것이 미래 수업이 아님을 이 책을 통해 잘 알게 되었다. 언어학습을 위한 반복의 경우에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인간만의 창의성과 협업 능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코딩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순차적으로 계획하는 것이나, 뜨개질의 반복 무늬 같은 일상에서도 적용 가능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래교실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이나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어차피 올 것이라면 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이미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학교는 아이들의 학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성과 인간으로 갖추어야 할 도리를 배우기도 하는 곳이라는 것이 존재의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